이즈의 무희.천 마리 학.호수 을유세계문학전집 39
가와바타 야스나리 지음, 신인섭 옮김 / 을유문화사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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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와바타 야스나리와 모딜리아니 표지라 ...  

설국, 손바닥 소설 이후 읽게 된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중단편집이다.
초기 대표작인 '이즈의 무희'를 비롯해서, 각각 의미 있는 중편 모음집이라 하겠다.

이번에 느낀건데,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이야기는 굉장히 감각적이다. '호수' 같은 작품을 읽다보면, 주인공 긴페이의 환각은 저자의 '공감각' 능력을 보여주는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이즈의 무희' 를 읽다보면, 작품속으로 빨려들어가게 되는 신호랄까, 소리와 촉감 등이 강하게 느껴진다. 특별히 정독하는 스타일 아닌데도 이 책을 읽다보면 오감이 예민해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버린다.  

'이즈의 무희' 는 성장소설, 여행소설, 신분의 차이에 대한 이야기, 청춘의 로맨스 ..
이즈에서 온 무희를 따라 다니다 헤어지는 스무살, 학생의 이야기이다.  

무희에 마음이 설레어 그들이 올법한 숙소에 묶게 되는 '나'는 쏟아지는 비에 '가무단'이 오지 않겠지. 생각하면서도 기대를 접지 못한다.  

둥둥 두둥둥, 거센 빗소리를 뚫고 멀리에서 북소리가 희미하게 들렸다. 나는 부서뜨릴 기세로 덧문을 열고 몸을 내밀었다. 북소리가 가까워져 오는 듯했다. 비바람이 내 머리를 때렸다. 나는 눈을 감고 귀를 기울이면서 북소리가 어디를 어떻게 걸어서 이쪽으로 오는지를 알려고 했다. 좀 지나자 샤미센 소리가 들렸다. 여자의 긴 외침 소리가 들렸다. 왁자지껄한 웃음소리가 들렸다. 비로소 가무단 일행이 여인숙가 마주한 음식점의 술자리에 불려 간 것을 알았다. (...) 나는 신경을 곤두세우며 문을 열어 둔 채 계속해서 그대로 앉아 있었다. 북소리가 들릴 때마다 가슴이 환희 밝아졌다.  

이 장면 뒤로 계속해서 묘사되는 '나'의 어지러운 마음과 계속해서 들려오는 소리와 침묵의 이야기는 굉장히 매혹적이다.
이런식의 묘사들.  

세 작품 다 독특하고, 아름다운 가와바타 야스나리 특유의 '일본의 미의식' 을 보여주는 감각적인 묘사들을 읽을 수 있으나, '이즈의 무희' 가 가장 맘에 울리는 작품이었다.  

'천 마리 학'의 천 마리 학은 중매녀가 들고 있던 '천 마리 학 무늬의 보자기' 에서 온 '천 마리 학'이다. 중매녀와는 별개로 바람기 많았던 아버지의 옛 연인인 다도 선생, 죽기전까지 아버지의 연인이었던 여자, 그녀의 딸, 그리고 '나' 가 얽힌 한 남자와 죽은 남자(아버지), 그리고 세 여자, 혹은 네 여자의 이야기. 다도 이야기, 다기 이야기, 그와 어울리는 일본적인 풍경 이야기들을 배경으로 얽히고 얽힌 남녀의 정사가 이야기되고 있다.  

'호수'는 호불호가 강하게 갈리는 작품이라고 하는데, 불쾌한건 확실하다. 여자를 뒤쫓아가는 주인공 긴페이 모모야. 말도 정말 밉살맞게 한다. 작품 속의 누군가의 대사가 이렇게 밉살맞고, 비호감으로 여겨진건 정말 오래간만일정도로 순수하게 밉고 싫다. 그가 겪는 환상, 그의 못생긴 원숭이 발, 이렇게 저렇게 연결되는 남자, 여자  

다시 읽으면 좀 다른 기분이 들지도 모르겠다.  

다자이 오사무나 종종 읽었지, 일본 소설이라곤 일본 미스터리나 하루키나 주구장창 읽던 중에 오래간만에 잡은 고전이다.
좋았다. 읽기를 잘했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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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11-03-03 2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도 참 궁금했는데 하이드님 리뷰를 읽으니 또 주문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즈의 무희>는 예전 우리 어머니 연배들이 돌려 읽고 그랬다는 얘기를 읽은 기억이 나서 읽어봐야 겠다고 생각만 했던것도 같고 읽었던 것도 같고 가물가물하네요. 다시 한번 제대로 읽어보고 싶어져요.

하이드 2011-03-07 08: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즈의 무희>는 의외로 읽은 사람들이 주변에 많더라구요.
여튼, 이런 책은 자신있게 추천할 수 있지요 ^^
 

 

아마존에서 온 메일, 3월의 에디터스 픽.을 둘러보다 'Korean' 이란 말이 눈에 띄어서
클릭해 들어가서 보니 ...  

 알라딘에는 일단 아직 이미지 안 떠 주시고,  

Ben Ryder Howe, 돈 못 버는 paris review의 시니어 에디터다. (링크는 즐찾해 놓은 블로그)
아내인 Gab 은 교포 2세, 나이 서른즈음이고, 돈 잘 버는 변호사다. 어머니인 Kay는 저자의 말을 빌리면 '마이크 타이슨의 한국 할머니 버전' ㅎ   

제목처럼 그들이 '델리'를 사게 되면서 벌어지는 해프닝과 그 안에 얽힌 이민가족, 한국인 문화, 델리, 위험한 뉴욕 뭐 이런 이야기들이 유머러스하게 펼쳐지고 있다.  

이전 회사에서 필리로 파견 근무 갔을 때, 회사 앞의 그 델리와 스팀 테이블을 떠올리며,
그보다 더 이전에 서부의 삼촌댁과 엄마 친구분댁에 머무르며 어학연수를 핑계 삼아 띵가띵가 놀던 때를 떠올리며
책의 앞 15페이지 정도를 읽었다.  

그냥 웃고만 읽어지지 않는 이야기... 지만, 웃기긴 하다.   

보스톤 출신의 편집장, WASP인 저자와 교포 2세의 삶을 치열하게 살고 있는 Gab, 그리고 혼자 자식 셋을 키우고, 대학까지 다 보내고, 영어 한마디 모른채 미국으로 이민왔던 Gab의 엄마이자 저자의 장모인 Kay 

천상 미국인인 저자가 집세를 세이브하기 위해 장모네 지하에서 살게 되며, 그네들의 '한국'문화를 접하게 되었을 때의 컬쳐 쇼크라던가 그에게 마이크 타이슨의 한국인 할머니 버전, 혹은 이세계에서 온 드래곤, 몬스터, 등등으로 비추이는 (이건, 미국인의 오만이라던가 그렇게 기분 나쁘게 읽히는게 아니라, 왠지 공감의 웃음 짓게 되는 그런 장면들이다.) 억척 장모와 함께 살게 되고, '델리'를 사서 운영하게 되며 일어나는 일들은 어떤 이야기일지 궁금하다.  

이야기 중에 '그리스인들과 이탈리아인들을 델리계에서 몰아내고, 중국인들을 세탁업에서 몰아낸 바로 그 한국인들' 이라는 문장에서 고생과 억척스러움으로 지금의 자리를 만든 삼촌네라던가, 엄마 친구분이라던가. 혹은 뉴욕 어느 델리에서 마주친 그 한국인 오너분들의 삶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된다.    

이 책, 번역되서 나오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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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3-03 19: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인문MD 바갈라딘 2011-03-04 16: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 이번에 <작가가 작가에게>라는 첫 책을 낸 정은문고에서 8월에 출간할 예정입니다.
 
곰스크로 가는 기차 (양장)
프리츠 오르트만 지음, 안병률 옮김, 최규석 그림 / 북인더갭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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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많이 읽는 사람에게도 좋고, 책을 전혀 읽지 않는 사람에게도 좋습니다.
책선물이란 어렵습니다만, 가끔, 이렇게 이 책이라면. 싶은 책이 있습니다. 프리츠 오르트만의 <곰스크로 가는 기차> 가 바로 그렇습니다.  

저자는 독일인인데, 해설을 보면, 독일에서도 그렇게 유명한 작가인 것 같지는 않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오래전부터 독어 교재로 쓰였다가 한 독문과 학생이 번역한 번역본이 돌아다니다 이렇게 마침내 <곰스크로 가는 기차> 라는 제목을 달고 저자의 다른 작품들과 함께 소개될 수 있었습니다.  

작품의 번역본이 돌아다닐 때, 이 작품은 어느 PD 의 눈에 띄어 단편드라마로 제작되기도 했다고 합니다. 보지 못했지만( 채정안이 나왔다고 하더군요) 이 이야기가 지닌 강력한 보편성 덕분에 이 작품은 한 번 들으면 잊기 힘든 이야기가 되었지요.  

뭐, 이야기가 단순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만.

한 남자가 곰스크로 가는게 꿈이어서, 곰스크로 가는 기차를 탔는데, 중간에 내렸다가, 마을에 안주하여 결국 곰스크로 가지 못했다. 라는 이야기. 곰스크로 가지 못한 이유는 아내와 아이였다. 곰스크로 가지 못해 괴로워했다. 하지만, 그 것이 그의 선택이고, 운명이다. 뭐 이런 이야기?  

이 단순한 이야기는 술안주거리로 딱입니다. 누구에게나 곰스크가 있고, 지금은 없더라도, 한 번쯤 있었고, 곰스크로 가지 못하게 만드는 아내와 아이가 있을테니깐요.  혹은 곰스크라고 생각했는데, 그것이 곰스크가 아니었거나, 막상 곰스크는 그렇게 좋지 못하여 고생 직싸게 하면서 그 때 거기서 멈췄어야 하는데, 라고 생각하는 누군가가 있을 수도 있겠네요.  

저는 아직 곰스크를 꿈꾸는 중이라, 기차에서 내리고 싶지 않은 입장입니다만. 이 전과 이 후와 그리고 지금 현재 진행형으로다가 이 이야기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사실, 여기 소개된 단편들이 모두 '곰스크..'처럼 강력한 우화적 성격을 지니고 있습니다. 뭔가 인생의 교훈이랄까. 그런걸 이솝우화식이 아닌, 일상우화.. 라고 할까요? 여튼, 이 책은 읽는 독자에 따라 그 주제가 각각인 그런 책입니다. 아마 '곰스크'를 읽고 해석하는 것도 각각일테고, 그 외의 다른 단편들에 대한 해석도 다들 각각이지 싶습니다.  

이 작품집에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것은 '곰스크..' 외에 '럼주차' 라는 마지막 단편이었습니다.  

프리슬란트 사람들은 차를 즐겨 마시며 럼주도 또한 좋아한다. 하지만 그들이 제일 좋아하는 것은 차에 럼주를 곁들인 럼주차다. 키가 큰 보이 에센 역시 럼주차를 제일 좋아한다. 그도 프리슬란트 사람이니까....  

로 시작하는 단편이에요.  

저자가 프리슬란트 사람이었다고 해요. 이 곳엔 외지 사람들은 모르는 밀물과 썰물과 풀덤불과 모랫톱이 있습니다.
썰물 때는 풀덤불을 따라가야 안전하고, 풀덤불 길을 따라 건너편으로 가려면 절대로 제시간에 도착해야 합니다. 밀물이 격렬하게 단숨에 들어오므로 제시간에 출발해야 하지만, 외지 사람들은 잘 모릅니다. 하지만 프리슬란트 사람들은 '너무 늦은 때'가 언제인지를 압니다. 출발해야 할 때와 출발하면 안 되는 너무 늦은 때를 압니다. 보이 에센도 압니다. 왜냐하면 그도 프리슬란트 사람이니까요.  

보이에게는 럼주가 있습니다. 건너편의 동생집에 차가 들어왔다는 이야기를 아내에게 듣습니다.
럼주차가 마시고 싶습니다. 프리슬란트 사람이 가장 좋아하는 럼주차. 조금 늦은 것 같습니다. 아직 너무 늦지는 않았습니다. 출발합니다.  

동생네 집에서 차를 얻어 옵니다. 조금 많이 늦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집에 가서 럼주차를 얼른 마시고 싶습니다.
자전거를 빌려 서두릅니다. 자전거 바퀴에 펑크가 납니다.
이제 .. 너무 늦은 것 같습니다.  

바다 한 가운데서 격렬하게 밀려 들어오는 바닷물 한 가운데에 서서 담배를 피웁니다.
달과 이야기를 하며, 럼주차를 생각합니다.  

여기가 끝은 아니구요, 끝 역시 여러가지 해석을 할 수 있습니다만, 일단 이런 이야기라는 정도만.  

재미나요. 두 번 읽으면, 두 번 다 다른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어요. 세 번 읽으면 세 번. 아침에 읽을 때랑 저녁에 읽을 때 또 다른 느낌이구요.  

그러니, 선물하기 좋습니다.
이야기는 단순하게 요약 가능할 정도로 짤막짤막한 이야기에 가독성은 좋습니다.
가독성은 좋은데, 마음이 읽는 속도를 따라갈 수 있을지는 장담 못합니다. 사람에 따라 앞서 갈 수도 있겠습니다만.  

마음의 스위치 오프하고 살아가는 '일상' 이라면, 잠시 멈춰서서 일상과는 어울리지 않는 희망이라던가 꿈이라던가 그런 공상이라던가 계획이라던가. 할 수 있을꺼에요. 과거를 돌아보고, 현재를 지켜보고, 미래를 바라보는
그런 독서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곰스크로 가는 기차에 관한 페이퍼 '꿈을 잃은 당신, 그리고 꿈을 좇는 당신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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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보 2011-03-02 2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저도 읽어보겠습니다, ,,

blanca 2011-03-02 2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 그래도 이 책 어제 중고로 좋은 가격으로 나왔길래 몇 번이나 망설이다 지금 있는 책 읽고 사야지, 생각했어요. 마음에 불을 당겨주시는군요.

하이드 2011-03-03 0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 책 좋습니다. 제가 막 열광하는 그런 책은 아니지만, 저한테도, 그리고 책 스타일이 각각 다른 많은 사람들에게도 와닿는 이야기일꺼라고 생각해요. ^^

2011-03-03 12: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asha 2011-04-26 0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끌리네요.

이쁜나무 2011-04-29 1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운좋게 채정안씨가 나왔던 그 단편 드라마를 몇년전에 TV에서 봤는데요.
정말 묘한 느낌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나도 혹시 누군가의 꿈의 길목을 막았었거나 아니면 막고 있는건 아닐까????
...하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게 했던 드라마였는데, 책으로 나왔군요.

럼주차도 상당히 비슷한 느낌일 것 같아요.
 

 

 

 

 

 

 

난 펭귄 책을 좋아한다. (아직까지는 원서에 한함. 펭귄클래식코리아와 절대 구별해주세요. 펭귄클래식코리아는 아주 싫어합니다.북노마드의 펭귄북디자인 번역본도 싫어합니다.) 

펭귄 바이 디자인.도 좋았고,
펭귄 70주년 박스세트도 좋았다.  

펭귄75는 약간 심드렁했는데, 뒤늦게 주문하고 엄청엄청 즐겁고 있다!  

 

   

이 책의 제목을 그간 제대로 보지 못하고, 그저 펭귄 75주년 기념책에 북디자인 같은 책이려니. 하고 있었는데,
책을 읽다보니 (이건 볼거리만큼, 혹은 볼거리보다 읽을거리가 많은 책이다.)  

PENGUIN 75 designers | authors| commentary
그리고 눈여겨 봐야할 (the good, the bad...)  

이 책에서 가장 먼저 '읽은' 것은 엘리자베스 길버트 꼭지다.  

 알다시피 난 엘리자베스 길버트의  EPL 현상에 빠진, 현상에 일조한 1人 이다.  

그런고로, 책 둘러보다 제일 먼저 눈에 띈 이 꼭지를 읽게 되었는데..  

이전에 했던 이 책 표지에 대한 포스팅은 여기

디자이너는 Helen Yentus로 이 디자이너 좀 좋아한다.  

펭귄 75에는 엘리자베스 길버트의 작품이 두 개 있는데,
이 책하고 우리나라에는 번역되지 않은 Stern Men  

둘 다 멋진 표지  

여튼, 펭귄 75에는 할 이야기가 무궁무진하지만, 일단 엘리자베스 길버트로 시작해본다.  

 

펭귄 75에는 책표지와 이 책의 편집자이자 펭귄의 EVP 이자 크리에이브 디렉터인 폴 버클리Paul Buckley 코멘트,
때때로 책의 아트 디렉터 코멘트, 저자 코멘트, 디자이너 코멘트 등이 나오면서 뒷이야기를 풀어 놓고 있다.

이 책의 뒷이야기는 착하지만 위의 부제에 나온 the bad...  이야기처럼 나쁜 이야기도 ^^; (그래서 더 재미있는 이 사악한 심리) 도 있다.  야한 이야기들도 한 세 개쯤 있다. (엄청 야한 이야기도 한개쯤! 오! 사드!)  

일단 이 책, 엘리자베스 길버트의 eat, pray, love 에 대한 PB(Paul Buckley)의 코멘트  

Often the visually simplest of things are the most difficult. Helen's styling of those three little words was nothing short of heroic. Suffice it to say, a ton of work went into the cover.  

맞다. 단순한게 가장 어렵다.
이 책은 이 책 자체로 '현상'이었지만, 이 표지가 없었더라면 '현상'이 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이건 진심이다.
허접한 책이 '현상'이 되는 경우는 거의 없겠지만, 대단한 책이 구린 표지로 '현상'이 되는 경우도 있겠지만,  

이 책, 하면 이 표지. 로 오래오래 기억남는 보기도 좋고, 먹기도 좋은(..응?) '현상'은 그야말로 기억될만 한 일이다.

그런 놀라운 일이 이 책에서 일어났다.  

Helen Yentus 의 코멘트에는 이 책이 일으킨 '현상' 에 대해 먼저 이야기하고 있다.

누구도 이 책이 이렇게 성공할지 알지 못했다. 저자도 (이건 엘리자베스 길버트의 'committed' 결혼해도 좋아에도 잘 나와 있는 이야기) 출판사도 표지 디자이너도! 엘리자베스 길버트가 좋은 작가이고, 이 책이 잠재력이 있다는 것은 이야기되고 있었지만, 저기요, 누가 정말 이 책이 이렇게 초초대박 날 줄 알았겠냐구요?!  

처음 이 책의 디자인을 의뢰받았을 때는 어떻게 풀어나가야할지 아이디어가 없었지만, 이 책을 읽기 시작한 순간, 정말 많은 것들을 느꼈다고 한다. 블라블라블라 블라블라블라  

북디자이너들의 인터뷰를 보면, 정말 1분만에, 순식간에, 직관적으로 최고의 표지를 뽑아내는 경우들도 있지만,
책을 읽고, 리서치.라는 것을 하게 된다. 
 

Helen Yentus 는 이 책에 유난히 리서치를 많이 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녀가 갔던 장소들에 대해 잔뜩 조사해 두어도 이거다. 하는게 없었나보다. 그러다 나온 것이 스파게티, 염주, 꽃잎으로 쓴 제목이었는데,  

아이디어가 나오고도 이 커버는 자신이 했던 작품 중 가장 어려웠던 작품이라고 한다.  

스파게티와 염주 늘어놓는게 그렇게 힘들었나? 싶지만, 단순한 것일수록 창작하기는 가장 어렵고, 해 놓은 것을 보는 것은 아주 쉬운 법이니깐.  

스파게티와 염주 늘어 놓는 것의 어려움을 꿍시럭 거리더니, 그래도 love의 꽃잎만큼 힘들진 않았다며, 그건 완전 악몽이었어! 라고 ^^; 근데, 어쩌다보니, 사진을 완전히 다시 찍어야 하는 일이 생겼는데, 꽃잎이 시들어 버리는 바람에, 그 악몽을 다시 반복해야했어!! 라고 절규하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는 듯 하다.  

그렇게 힘들게 만든 커버 작품의 책이 'eat pray love' 여서 자네 복 터졌네. 그려. 싶지만 말이다.  

여튼, 시간과 집착의 산물인 이 커버를 만들어내고 보니, 이 책의 커버는 바로 이거야. 싶었다고 이야기를 맺고 있다.  

이 책의 저자, 내가 사..사.. 좋아해 마지 않는 엘리자베스 길버트의 코멘트는 왠지 약간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  

사람들이 나에게 '왜 EPL 이 하나의 현상이 되었다고 생각하냐'고 물었을 때, 나는 '그건 다 책표지 때문이에요!'라고 대답하곤 했다. 그러니깐, 내가 그런 답변이 오만하고 건방지게 들린다고 생각되어 그와 같은 답변을 자제하게 될때까지 말이다. 물론 그 후에도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그 증거에 대해 약간 실없어 보이는 칭찬을 ^^; 블라블라 하다가)  

사람들은 이 책의 표지를 보기를 좋아하고, 나 또한 그렇다. 이 책의 표지로 다른 표지를 상상할 수 조차 없다. 라고 마무리

뭔가 그녀다운 답변이라고 생각했다.  
 

이 꼭지를 읽을때 까지만 하더라도 그래 이런 책이지. 예상범위였는데,

첫페이지부터 읽기 시작하니, 나의 예상을 홀랑 깨는 즐거운 일이 벌어진다. 펭귄75 만세! 

 

이건 엘리자베스 길버트의 또 다른 책 'STERN MEN'  

* 요건 좀 다른 얘긴데, 지금 쓰는 덜덜거리는 캐논 400D와(렌즈는 f2.8 17- 55mm로 좋긴한데) 소니 G1 (630만화소의 골동품 'ㅅ'근데 이 골동품 액정이 93만화소야;) 에 이은 카메라를 보고 있다. lx3를 생각하고 있던 찰나에 드디어마침내파이널리 lx4 패스하고 바로 lx5 가 나왔고(요즘같이 일년 안짝으로 계속 새기종이 나오는 시대에 한 4년은 걸린 것 같음 -_-+ ), 올림푸스 펜 PL1과 파나소닉 중에 고민하고 있었는데, GF1 도 사고팠는데, 이건 가격 때문에 일찌감치 아웃. 그러던 중에 m군이 한번 써 보라며, 펜을 덥썩 빌려주었다.

그래서 첫 사진들이 이 펭귄 75의 포토리뷰. 슬슬 꽃사진도 찍어봐야겠는데, 아직 처음이라 익숙해지는 중이지만,
꽤 만족스럽다. ... 이래서야 lx5랑 펜이랑 어떤거 살지 고민만 더해지잖아 ㅡ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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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tty 2011-03-02 2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헐 엘리자베스 길버트 책이 펭귄인지는 또 몰랐네 (눈뜬 장님? ㅠㅠ)
하긴 저 표지가 미국 서점에서도 정말 눈에 확 띄었어요. 저도 표지보고 샀다는 (쿨럭;;;)
이 책 넘 잼있겠네요. 책 소개란하고 하이드님 찍은 사진하고 약간 색감이 다른데
실물은 책 소개보다 더 붉은 빛인가요? 그 색이 더 이뻐요!

하이드 2011-03-03 01:44   좋아요 0 | URL
이 책 완전 재밌어요!
리뷰건 페이퍼건 계속 쓰겠지만, 첫 페이지부터 막 작가가 표지 까는데 한참 웃었어요. ㅎㅎ

실물은 제가 찍은 사진(요건 효과 주고 찍은거라) 에서 색빼기 2 정도 한 색감? 알라딘 이미지에서 밝기 +2 정도 한 정도에요. ^^ 개나리 노랑에 약간 칙칙한 주황색

엘리자베스 길버트 책 표지보고 사고, 사서도 장식처럼 오래 진열해 두었다는 사람이 많았다는 이야기가 바로 작가 코멘트에도 나옵니다. 우리나라에선 첫표지가 상당히 좌절스러웠죠;;
 
서점 숲의 아카리 1
이소야 유키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0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책도 좋아하고, 꽃도 좋아하는 나.  

책을 고르고, 책을 구경하고, 책을 사고, 책을 읽고, 책을 팔고, 다시 책을 고르는 것은 숨을 쉬고, 밥을 매 끼니 먹는 것만큼이나 나의 일상이다. 난 서점 직원은 아니지만.  

꽃을 고르고, 꽃을 구경하고, 꽃을 공부하고, 꽃을 사고, 꽃을 다듬고, 꽃을 준비하고, 꽃을 잡고, 꽃을 버리는 것도 일상  

이 책은 서점 직원의 이야기로만 알고 있었는데, 1권을 읽고 보니, 이 책의 제목은 서점'숲'의 아카리.였다. 
책의 냄새를 숲의 냄새로 비유하고, 느끼는건 완전히 틀린 이야기는 아니다.  

책은.. 나무에서 왔으니깐.  

그런 콘셉트 자체가 굉장히 아름답다고 생각해.  

이야기는 대형 서점의 지방 지점에서 도쿄의 본점으로 온 아카리의 서점 생활기. 이다.  
서점의 이런저런 관행들을 볼 수 있는것, 재미있고 (만화를 싸는 쉬링커 이야기, 미는 책을 한 책장에 50가지 각기 다른 pop를 붙여 진열하는 100면진 이야기 등)  

그에 따른 서점 직원들의 이야기, 책 이야기가 아름답게 어우러져 있다.  

망상걸 아카리.. 라는거, 책을 읽고 상상,공상,망상 그 어디맨가 빠지게 되는 독자의 모습을 극대화 한 것과 같을 것이다.

하루에 열권쯤 읽어요. 그래도 일년에 삼백권쯤 밖에 못 읽는걸요. 라고 말하는 모리조 부점장을 사모하고 있다.
책이 너무 좋아 아침부터 저녁까지, 눈뜨면서부터 눈 감기까지 책만 보는 샤방샤방한 모리조는 책이 너무 좋아서 어떨때는 세상에 책과 자신밖에 없는 것 같은 기분을 느낄 때도 있다고 말한다.  

'안 돼요, 부점장님, 책 속에 인간이 나오지만, 거기엔 사람이 없어요. 그 쪽으로 완전히 가 버리면 안 돼요. 이쪽으로 오세요'
라고 아카리가 말하던가? 

독특한 점장 이야기도 나온다. 
점장왈 :  

" 서점은 야구장, 서점 직원은 플레이어야.  
그냥 시합만 하는게 아니라, 관객을 즐겁게 해 주어야 해."  

라고.  

알라딘, 나를 즐겁게 해주라고, 즐겁게 하는데 힘 좀 쓰라고, 책을 보여주고 싶다. ㅎㅎ 

인터넷 서점 이야기도 나온다.

베스트셀러를 찾는 눈과 감각이 있는 시오리. 가 아카리와 백면진을 준비한다. 잘 알려진 책도 아니고, 초판 4천부중 4백권을 확보. 전국에 풀린 책 중 1/10이나 확보하며 애쓴 책이다. 그런 것을 어느 여배우가 인터뷰에서 언급하면서 점장이 그 책을 다 인터넷 판매로 돌리게 되자

시오리는
"저희는 서점까지 수고스럽게 와 주신 손님들께 이 책을 팔고 싶습니다."  
 점장은
"이 책은 너희 것이 아니야. 구매한 고객의 것이야. 안 그래?"
라고.  

후에 점장이 인터넷 서점에 힘쓰고 싶어하는 이유도 나오게 된다.  

그렇다해도, 시오리도, 아카리도 열심히 준비했는데..  

"시오리 선배가 추천하는 이 책을 한 명이라도 더 많은 사람들이 읽어주면 좋겠어.
어떻게 해야 이 책의 장점을 잔뜩끌어낼 수 있을까?
에구에구, 뭐라고 쓸까?"  

라는 아카리의 마음은 뭐랄까, 좋은 책을 팔고 싶은 서점의 마음, 출판사의 마음, 넓게 넓게 보면
좋은 책을 소개하고, 읽히고 싶은 나 같은 독자의 마음과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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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NY 2011-03-01 1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살까 말까 보관함에 넣고 고민중이었는데, 하이드님이 지르라고 옆구리를 찌르시네요.

하이드 2011-03-01 16:14   좋아요 0 | URL
저도 볼까 말까 계속 망설였는데, 좋았어요!
위에 썼듯이, 이 책의 컨셉이랄까. 하는 '서점숲' 이라는 이야기가 맘에 들었거든요.

서점 이야기는 물론 재미나구요. 간간히 나오는 책파는 사람 마음가짐 같은 것도 좋았어요.

무해한모리군 2011-03-01 14: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읽어보셨네요. 부점장님을 보면 전 왜 하이드님이 생각날까요 으흣.

하이드 2011-03-01 16:12   좋아요 0 | URL
어맛, 굉장히 칭찬받은 기분이닷! 헤헤 ^^

고슴도치 2011-03-01 17: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만화 참 재밌게 봤어요~!!! 처음엔 약간은 어색한 그림체 때문에 살짝 망설였는데, 읽기를 정말 잘한 것 같아요~ ㅎㅎㅎ 이 만화의 유일한 단점(?)이라면 이 만화에 등장하는 책들을 저도 모르게 지르게 된 점이랄까요? ;ㅂ;ㅋ

하이드 2011-03-02 00:21   좋아요 0 | URL
워낙 그림체에는 초월한지라, 전 어색한지도 모르고 있었네요. ^^; 저는 이 책을 2권까지 읽고 ... 전쟁과 평화가 읽고 싶어졌어요! ㅎ

파란놀 2011-03-02 0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느덧 7권까지 나왔는데,
이 가운데
'동네 작은책방'을 이야기하는 권에서
가장 밀도가 깊으며
아름답지 않느냐 싶어요..

하이드 2011-03-02 0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 이야기 2권에 나온 이야기. 저도 그 이야기 좋았어요.
인터넷 서점도 대형 서점도 좋아하는 저이지만, 동네책방에 대한 로망이 늘 있어요.

책에선 동네 사람들의 특성을 파악한 주인 할아버지가 나오고, 손녀는 결국 대형서점과 같은 신간 매대 포기하고, 좀 더 동네 사람들을 위한 사랑방 같이 꾸미죠.

2011-03-09 16: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3-10 00:35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