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와 귀울음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10
온다 리쿠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08년 11월
평점 :
절판


이 책에는 그녀의 데뷔작인 <여섯번째 사요코>의 조연으로 나오는 전직 판사 세키네 다카오가 탐정으로 등장하는 열두개의 단편이 담겨 있다. 각각의 단편들은 범인을 체포하는 것이 완결이 아닌, 범죄의 트릭을 '알아차리는 것'으로 결말을 맺고 있어서, 여운을 남기고 있다. 아마 세키네 다카오가 '전직' 판사인 것도 그와 같은 여운을 남기기 위한 장치일 것이다. 작가가 좋아하는 여러가지 물건이라던가('요변천목의 밤'), 시詩라던가('바다에 있는 것은 인어가 아니다'), 장소라던가('급수탑'), 사진이라던가('뉴멕시코의 달') 를 여러가지 형식으로 보여주고 있다.   


Ansel Adams

사건의 중심에 있는 세키네 다카오는 그 세대치고는 큰 키에 셜록 홈즈 타입의 관찰력과 직관력이 뛰어난 매력적인 탐정이다. 온다 리쿠의 다른 소설에서도 등장하는 다카오의 삼남매와 남편 못지 않은 추리력을 지니고 있는 부인까지도 대단한 개성의 소유자이다.  

국보급 다완 전시를 보러 가서 다완에 얽힌 옛친구의 죽음의 사정을 추리하게 되는 '요변천목의 밤'은 여운이 남는 아름다운 단편이고, '신D고개의 살인사건'은 도심 한복판에서 일어난 죽음에 대한 이야기. '급수탑'은 옛 급수탑 주위에서 일어나는 기이한 일들의 이야기를 듣고, 진상을 밝혀내는 서스펜스가 있는 이야기이다. 

작품의 표제작이기도 한 '코끼리와 귀울음'은 아주 짧은 단편으로 코끼리에 얽힌 옛이야기를 회상하는 노부인의 이야기. 이 작품이 표제작으로 된 것은 글자수를 맞추기 위한 이유였다고 한다. 원제의 표지가 빌 벨린저의 <이와 손톱>과 같은 디자인의 표지로 만들고 싶었던 작가의 바람이 반영되었기 때문이다.   

'바다에 있는 것은 인어가 아니다' 는 나카하라 주야의 시에서 따온 제목인데, 이 시는 작년 말에 소개된 아야츠지 유키토의 <키리고에 저택 살인사건>에서도 인용되는 시였던지라 반가웠다.  

'왕복서신'과 같이 편지글로만 사건을 해결하는 작품도 있고, 다카노 세키오의 아들과 딸이 나오는 '탁상공론'과 같이 싱거우면서도 잔잔한 웃음을 짓게 하는 작품도 있다.  

온다 리쿠에서 순정만화스러운 주인공들을 빼고, 장편 양을 단편으로 줄인다면, 이런 담백하고, 좋은 여운이 남는 작품집이 되는구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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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2-14 14: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2-14 19: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백년의 고독>의 경우, 민음사 세계문학으로 가지고 있다가, 두권인 것이 싫어서, 정리하고,
문학사상사의 안정효 번역으로 다시 사서 소장하고 있다.
마르케스의 책은 영어버전으로도 많이 가지고 있는데, 번역본의 경우, 어떨때는 우리말번역보다, 영어번역이 쉬이 읽힌다.

무튼, 한 권짜리 <백년 동안의 고독>을 눈여겨 보고 있는데, 뭔가 또 새로 나왔다.
들어가서 보니 번역에 남윤수.로 되어 있다. 프로필을 보니... 

서울대학교 문리과대학 중어중문학과 졸업.
고려대학교 교육대학원 한문교육 전공.
고려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박사 과정.
청주대학교.단국대학교.한림대학교 강사 역임.
현재 강원대학교 사범대학 한문교육과 교수.
저서로는 『한문강독』『한국의 화도사 연구』 편저로는『양백화문집』등이 있음.
 


... 이런 프로필의 번역가가 번역한 마르케스의 <백년의 고독>을 살 수 있을리가 없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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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09-02-13 18: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하하
정말 좋아하는 소설이예요..
이 포스트를 보니 다시 읽고 싶네요.
다시 읽어봐야 할 책 목록이 점점 길어지네요.

stella.K 2009-02-13 18: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럼 본국어 가지고 번역을 하지는 않았을 거 아닌가요? 중역을 했겠죠?
믿을만 한가...?쩝

조선인 2009-02-13 18: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009년 2월에 징비록과 이 책을 동시에 출간하셨네요. 음음음... -.-;;

비연 2009-02-14 2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째..흠...전 민음사 걸로 가지고 있는데...안정효님 번역도 괜챦을 것 같군요~

어서오세요씨 2009-02-26 1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하하. 번역가의 프로필이 없었으면 차라리 모르고 사는 독자도 있었을 듯. 낄낄
 
제물의 야회 미스터리 박스 3
가노 료이치 지음, 한희선 옮김 / 이미지박스 / 2008년 7월
평점 :
품절


범죄자 피해 모임에 다니던 두 여자가 어느 날 잔인하게 살해된채 발견된다. 하피스트이던 한 여자는 양 손을 절단당한채 교회 제단 앞에 죽어 있고, 또 다른 한 여자는 교회 문 앞 돌쩌귀에 잔인하게 머리를 망치질하듯이 박아 후두부가 완전히 손상된채 발견된다. 잔인한 살해수법으로 본청에서는 특별 수사본부가 만들어지고, 희생자의 유일한 공통점인 범죄자 피해 모임을 조사하던중 자원봉사로 나온 변호사 나카조 겐지가 과거 열네살에 네명을 살해하고, 그 중 한명의 목을 잘라 교문 앞에 전시해 두었던 엽기 살인범임을 알게 된다. 베테랑 형사인 오코우치는 알리바이가 확실한 나카조에게 직감적으로 무언가 있음을 느끼고, 그의 뒤를 쫓으며, 사건에 다가가게 되는데...  

650여페이지의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무겁기만 하다. 잔인한 살인으로 시작하여, 유력한 용의자인 나카조의 엽기적인 과거의 범죄. 그 범죄에도 불구하고, 소년원에서 몇년의 갱생과 정신감정 후, 사회에 나와 아무런 제재없이 변호사로 승승장구 하고 있는 모습, 아내를 잔인하게 살해당한 킬러. 범죄를 증오하고, 범인을 좇는 형사들.  각각에 대해 어느 한 곳 치중하지 않고, 무게 중심을 골고루 나누어 이야기는 묵직한 수레를 힘겹게 밀듯이 시작하여, 그 무게는 페이지가 거듭될수록 가속이 붙게 된다.  

형사들. 오코우치 형사를 중심으로 본청의 베테랑 형사들이 범죄를 상대하는 힘겨운 일상이 펼쳐진다. 작품 속에 여러번 언급 되는 니체의 '마물과 싸우는 자는 그 과정에서 자기도 마물이 되지 않도록 주의하지 않으면 안 된다. 심연을 들여다볼 때 심연도 이쪽을 보고 있는 것이다.' 는 범죄자에게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범죄자와 싸우는 것이 일상인 형사들에게도 해당되는 이야기일 것이다. 이 외에도 본청에서의 경찰과 공안간의 갈등. 경찰 중에서도 커리어(국가시험을 보고 들어온 경찰)와 논커리어의 갈등이 세밀하게 묘사되고 있다.  

하드보일드. 잔인한 살인자를 쫓는 사람이 또 있다. 그 역시 형사들과 같이 프로페셔널이다. 다만, 그는 어둠에 속한 어둠의 프로페셔널이다. 사람을 죽이는 것을 직업으로 하는 킬러. 그가 억지로 위장한 유일한 평범한 생활의 조각이 잔인한 살인자에 의해 부서졌을때, 그는 죽지 않기 위해서 죽이고, 일로써 죽이는 것 외에 자신과 자신이 사랑한 여자의 복수를 위해 총을 빼어든다. 여러가지 이름을 가지고 있지만, 여자는 그를 히로라고 불렀다. 히로의 존재는 처음부터 경찰, 그 중에서도 눈 밝은 오코우치 형사의 눈에 들어오지만, 공안과의 알력으로 수사에서 물러나라는 압력을 끊임없이 받게 된다. 그런 와중에 사건의 경찰, 범인, 히로의 트라이앵글을 이루며, 범인을 찾는 혼란의 소용돌이에 빠져든다.  

범인. 사이코패스 이야기는 이전의 많은 소설에서 보았고, 앞으로도 많은 소설에서도 볼 것이다. 그것은 평범한 독자가 읽기에, 너무나 멀리 떨어진, 말그대로 '소설같은' 이야기이고, 티피컬하게 묘사된다. 이 작품에서도 크게 벗어나지는 않지만, 저자인 가노 료이치는 범인과 범인의 투명한 친구에 대해서도 일단은 어느 정도 무게를 두고 있다. 앞으로 드러나지 않으면서, 독자의 눈을 놓치지 않는다.  

시작부터 결말까지 서늘한 감정과 뜨거운 감정이 번갈아 독자를 고문한다. 간만에 읽은 쉬이 읽히지 않는 근래 보기 드문 일본 미스터리였다. 이 작가의 책이라면, 이름만으로 얼마든지 구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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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 2009-02-13 16: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재밌죠?ㅠ ㅠ흐흑..가노 료이치 다른 소설도 빨리 보고싶어요...ㅠ ㅠ
 

일본미스터리 카페/클럽 중에선 아마 가장 유명할 네이버의 '일미문즐(일본 미스터리 문학 즐기기) ' 카페에서는 매년 회원들을 상대로 그 해에 출간된 일본 미스터리 소설중 회원들의 투표로 탑10을 뽑는다. 벌써 2월이니 조금 늦은감이 있긴 하지만, 1월 말일까지 투표를 받고 2월 초에 집계된 2008 일본 미스터리 탑10을 옮겨본다.  


1. 가노 료이치 <제물의 야회>

엽기적 살인마, 살인 청부업자, 고독한 형사의 삼파전을 그린 하드보일드 서스펜스 소설. 크게 두 파트로 교차하며 진행되는 이야기다. 형사 파트는 형사들의 동료애나 경찰 내부의 대립, 그리고 범인 체포에 대한 집념의 수사 등이 담긴 경찰소설이다. 저격자의 파트는 뒷골목에 사는 남자들의 피투성이 항쟁, 고난도 액션 등이 담긴 범죄소설이다.  (알라딘 책소개中)  

두툼한 양의 흠잡을 곳 없이 만족스러운 작품이다.
작년 여름에 출간된 후 별 소리소문 없는듯 했는데, 뚜껑 열어보니 1위!
650페이지가 넘는 두툼한 소설로, 주말에 날잡고 읽으면, 그 주말이 다 뿌듯한 독서가 될 것이다. 
 


2. 요네자와 호노부 <인사이트 밀>

2007년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Best 10에 오른 작품으로 밀실 미스터리를 소재로 하고 있다. 차 살 돈을 마련하기 위해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 잡지를 뒤적이고 있던 평범한 대학생 유키 리쿠히코. 그런 그에게 갑자기 등 뒤에서 한 미녀가 말을 걸어왔다. 그 여자와 함께 들여다본 잡지 귀퉁이에 실려 있던 광고에는 시급 112,000엔, 엄청난 고액의, 엄청나게 수상한 아르바이트가 실려 있었다. (알라딘 책소개中)  

미스터리 소설 매니아들이 좋아할만한 요소들이 많은 책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재미도 있고, 시리즈가 나온다면, 2부도 기대된다. 클로즈드 서클에 아르바이트 생들이 들어가는 방마다 있는 무기와 살인 방법은 유명한 고전 미스터리속에서 하나씩 따왔다. 영화 <큐브>와 같은 현대적인 분위기와 고전 미스터리들이 등장한다는 점에서 더욱 흥미로운 소설. 단숨에 읽는 재미만은 최고  

3. 오리하라 이치 <도착의 론도 >

오리하라 이치의 도착 시리즈 1권. 도둑맞은 추리소설 신인상 응모작을 둘러싼 원작자와 도작자의 추격전을 그린다. 도착 시리즈는 작품 전면에 '서술트릭'을 명시하고 있다. 서술트릭이란 작품 내에서 텍스트의 구성과 서술만으로 트릭을 만들고, 그와 함께 적절한 힌트를 제공하며, 독자를 속이는 추리소설의 한 장르이다. (알라딘 책소개中)

에셔의 작품을 모티브로 한 표지 그림. 돌고 도는 뫼비우스의 느낌이다.
올해에 도착시리즈 2권 <도착의 사각>이 출간 예정에 있다. 일견 유치한 범인과 희생자이지만, 그 유치함이 오히려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서술트릭은 결론의 한마디를 알아버리면, 그 재미가 활 떨어지지만, 이 책의 서술트릭은 스포일러도 힘들고, 결말을 알아도 다시 읽는 재미가 있는 복잡한 형식을 취한다.  

 4. 오츠이치 <GOTH> 

나온지 얼마 안되어 판금조치 당한 불운의 책.
판금은 풀렸다고 들었으나, 여전히 판매는 안되고 있는듯 하다.

언젠가부터 말그대로 '쏟아져나온' 사이코패스가 나오는 소설이다. 주인공 남녀가 학생인 것이 문제가 되었을까? 단편 연작인데, 사건들은 예상하듯이 잔인하다. 몇가지는 기억에 오래 남는다. 하지만, 몬스터는 몬스터일뿐. 픽션은 픽션일 뿐.  

오츠 이치는 호오를 떠나서 천재라고 불리우는 젊은 작가이다. '쏟아져나오는' 사이코패스 소설 중에 이 소설은 오츠 이치만의 독특한 향을 풍기고 있다. '리스트 컷', '개' 가 인상 깊었다.  

 


  
  5. 미야베 미유키 <낙원>

<모방범>으로 홈런을 치더니, 그 후의 이야기격인 <낙원>에서도 연속 홈런이다. <낙원>에서는 여기대로 진행되는 사건이 있긴 하지만, <모방범>의 이야기도 많이 나온다. 미미여사 특유의 사건관련자 모두에 대한 관찰력이 돋보이는 이야기이다. 그녀의 최고의 작품인 <화차>와 <모방범>을 떠올리게 하는 수작. 

 

 

 

6. 이사카 고타로 <골든 슬럼버>

<사신 치바>, <마왕>의 이사카 코타로의 소설. 어느 날, 난데없이 암살범으로 지목된 한 남자가 누명을 벗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3일 간을 기록한 내용이다. 2008년 제 5회 일본 서점대상과 제21회 야마모토 슈고로상을 수상했다. 오락소설이지만 퍼즐식 구성과 치밀한 복선, 쿨한 감성과 철학, 그리고 세상에 대한 진지한 문제의식 등으로 깊이를 더했다. (알라딘 책소개中)

이사카 고타로 안티에서 다시 보게 만들어준 작품. 개인적으로 여름에 이 책을 읽었을 때, 탑10에 들꺼라고 예상했다. 추격전과 영화같은 클라이막스, 적은 빅브라더인데, 그 안에 흐르는 비틀즈의 자장가 골든 슬럼버스.. 추억과 긴박한 추격전이 씨실과 날실처럼 엮여서 잔잔한 감동으로 남는 책이다.  

 

7. 하라 료 <그리고 밤은 되살아난다>

제2회 야마모토 슈고로 상 후보에 오른 하라 료의 추리소설. 신주쿠에 사무소를 둔 중년 사립탐정 사와자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탐정 사와자키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이다. 작품 맨 뒤에 '말로라는 사나이'라는 단편으로 에필로그를 대신했다. (알라딘 책소개中) 
 
독이 될 수도 있고, 약이 될 수도 있는 챈들러 오마주. 시리즈이므로, 두번째에는 좀 더 하라 료의 냄새를 풍기기 바란다. 이 작품은 너무도 완벽하게 챈들러의 하드보일드를 도쿄 밤거리에 재현하였다. 등장인물, 사건, 탐정, 골목, 하다못해 탐정사무소까지도 챈들러의 냄새를 숨길 수 없다.
2편이 더 기대되는 작품.  

 

8. 아야츠지 유키토 <키리고에 저택 살인사건>

<십각관의 살인> <시계관의 살인>의 작가 아야츠지 유키토의 추리소설. 벗어날 수 없는 최악의 날씨, 그로테스크하면서도 화려한 저택, 수상한 거주인들, 묘하게 얽힌 인간관계 등을 바탕으로 스스로의 의지라도 가진 듯 불길한 사건이 일어나는 키리고에 저택에서 벌어지는 연쇄 살인사건을 그린다. (알라딘 책소개中)

관시리즈로 유명한 아야츠지 유키토의 책. 관시리즈는 아니지만, 지금까지 읽었던 어떤 관시리즈보다 재미있게 읽었다.라고 말할 수 있는건 역시 관시리즈를 다 읽었기 때문. 시리즈 작가를 읽는 재미는 그 패턴을 알고 읽는 것에 있기에, 관시리즈를 순서대로 읽고, 읽으면 더 재미있을 것이다.  

 

  
9. 히가시노 게이고 <악의>

<용의자 X의 헌신>의 히가시노 게이고의 추리소설. 한 인기 작가의 죽음을 둘러싸고 쫓고 쫓기는 두뇌 게임이 펼쳐진다. 작가의 죽음에 얽힌 기나긴 악의의 여정을 탐구하며 '왜, 어떻게 범죄를 저질렀는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살인사건을 둘러싼 관계자, 수사관의 수기, 주변인의 증언과 회상, 그리고 해명으로 이루어진 특이한 구성으로 인간의 내면 심리에 적재된 악을 파헤쳐가는 인간적인 방법을 보여준다. (알라딘 책소개中)

후더닛(who dunnit)의 who가 아니라 why에 초점을 맞추어 사건을 해결해 나간다.
꽉 짜인 플롯에 뒤집히고, 뒤집히는 반전도 흥미만점이며, 수작, 범작, 졸작할것 없이 쏟아져나온 히가시노 게이고의 지친 독자들이라도, 이 작품만은 좋아할 수 있을 것이다.  

 

10. 요코미조 세이시 <이누가미 일족>

세 편의 영화, 다섯 편의 드라마로 만들어진 요코미조 세이시의 인기작. 의문스러운 가족에게 유언장이 공포된 날 이후 불길한 분위기 속에서 이들 손자들은 차례차례 살해되고, 탐정 긴다이치 코스케는 이누가미 가문의 부를 상징하는 요키(도끼), 고토(거문고), 기쿠(국화)의 모양으로 일어난 연쇄 살인 사건을 수사한다. 주범으로 인해 연쇄 살인의 규칙이 만들어지지만 공범들이 변칙을 더해가고, 주범은 공범의 존재를 모른다. (알라딘 책소개中)

나는 요코미조 세이시의 긴다이치 시리즈에 흐르는 이 기괴함을 무지무지 좋아한다.
'이누가미 일족'에 나오는 그 복잡한 유언장 이야기라던가, 상징들, 늘어가는 시체들, 긴다이치! 일본 미스터리의 고전 중의 고전이라고 생각한다.




* 2008년에 나온 일본미스터리는 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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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09-02-12 1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이중에서 읽은것은 GOTH와 키리고에 저택 살인사건뿐이네요.나머지 것도 어서 읽어봐야 겠군요.요즘은 추리 소설붐인지 워낙 많이나와 취사 선택이 정말 어렵습니다.

하이드 2009-02-12 1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일단은 다 읽었습니다만, 저의 탑10과 6개 정도 겹쳐요. ^^

Apple 2009-02-13 0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흐흐....제가 뽑은 것이 5위안에 다 올라와있네요.^^ 제물의 야회, Goth, 도착의 론도 뽑았는데...
개인적으로는 2008년에는 그다지 재밌었던 일본소설이 많지 않았던것같아요.
근데 의외네요. 별로 보는 사람 없는 것 같던데, 제물의 야회가 1등을 하다니...허허...

하이드 2009-02-13 0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누가미 일족, 골든 슬럼버스, 황금을 갖고 튀어라. 이 세권 골랐더랬어요. ^^
제물의 야회는 정말 의외죠. ㅎ

뷰리풀말미잘 2009-02-13 2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코미조 세이지 작품 중에서는 어떤 게 좋은가요?

하이드 2009-02-14 0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다 좋아요! 처음 나온 순서대로<혼징 살인사건>부터 읽는 것이 좋지만, 굳이 재미있는 순서라면,
<옥문도>-<이누가미 일족>-<혼징살인사건>-<팔묘촌>-<악마의 공놀이> 순이에요. <옥문도>와 <이누가미 일족>은 무슨무슨 순서할때 빠지지 않는 두 권이기도 하네요.
 
The Wolves in the Walls (Paperback)
닐 게이먼 지음, 데이브 맥킨 그림 / HarperTrophy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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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건 몰라도, 그림책만큼은 우리나라의 만듬새도 꽤 괜찮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그래도 원서 그림책을 보면,
그것에 더 욕심이 가는 것도 사실. 게다가 그림책에 자주 사용되는 말장난 같은 것도 아무래도 원서로 소리내어 읽었을때
더 와닿지 말이다. 닐 게이먼과 데이브 맥킨 콤비의 동화책 'The Wolves in the Walls' 벽 속에 늑대가 있어요 (속닥)

 

시작 페이지부터 몹시 귀엽다. 돼지 인형과 딸기잼!
일러스트레이터의 아이에게서 얻은 '아이표 기발한 아이디어' 되시겠다.
잼과 돼지 인형은 물론 이 동화책의 주요(?) 등장(동)물이다.





제목을 보아 벽 속에 늑대가 있는 것으로 사료되는 오래된 집의 풍경이다. 
그림 속 소품 하나하나가 예사롭지 않다. 



루시는 집 안을 돌아다닌다. 엄마는 딸기잼을 만들고 있고, 아빠는 튜바를 불러 나갔으며, 동생은 비디오 게임에 열중하고 있다

 

그 때, 벽 속에서 무슨 소리가 들린다. 
그 소리는 hustling noises 
           bustling noises
그 소리는 crinkiling noises
           crakling noises 
그 소리는 sneaking, 
           creeping, 
           crumpling
           noises

아이에게 읽어줄 때 (물론, 난 아이는 없고, 고양이랑 강아지밖에 없으니, 그들에게, 그리고 나에게 읽어줄 때)의 입 안에서 혀 가 입 천장에 탁 탁 닿고, 입술이 붙었다 떨어지며 나는 경쾌한 소리라니.

오... 벽속에 허슬링,버슬링, 크링클링, 크래클링, 스니킹, 크리핑, 크럼플링하는 뭔가가 있어.



잼을 만드는 엄마에게 가서 .. (저 잼봐라!)
엄마, 엄마, 벽 안에 늑대가 있어요.
늑대는 없어. 생쥐겠지. 
늑대가 벽에서 나오면, 끝장이야. 생쥐일거다.
뭐가 끝장인데요?
모두가 다 알아. 끝장이라구. 

생쥐소리 같지는 않았는데.. 라고 돼지인형과 말하는 루시



밤이 되니 또 소리가 들린다. 

clawing and gnawing
nibbling and squabbling
클러잉 너잉 니블링 스쿼블링 ...
루시는 늑대들이 벽속에서 늑대스러운 플롯과 늑대같은 음모를 짜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아빠한테 말하자 쥐라고 말한다. 늑대가 벽 속에서 나오면 끝장이라고.
동생한테 말하자 박쥐라고 말한다. 늑대가 벽 속에서 나오면 끝장이야.



 온 가족이 모이자 그들은 각각 말한다. 
엄마는 '생쥐야', 아빠는 '쥐야' 동생은 '박쥐야. 오늘밤 목 내놓고 자도록 해야지. 뱀파이어 박쥐가 물으면, 난 날 수도 있고, 관 속에서 잘 수도 있고, 학교에도 안 가도 되고 블라블라블라'

루시는 그것이 생쥐도, 쥐도, 박쥐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날 밤 낡은 집에선 아무 소리도 나지 않는다.
"좋지 않아." 돼지인형에게 말한다. 
" 너무! 조용해!" 

한 밤중에 큰 소리로 길게 울부짖으며, 부딪히며  howling and yowling, a bumping, and a thumping and....
 드디어...



벽 속에서 늑대가 나왔다! 



늑대가 나타나다니, 끝장이야! 허겁지겁 도망치는 가족들 



마구 도망쳐서 정원 아래로 내려오는 가족들
이제는 어디서 살아야할지 의논(?)한다. 북극에 가서 살자. 사막에 가서 살자. 우주에 가서 살자.
루시는 "나는 어디서도 살고 싶지 않아. 우리집으로 돌아갈꺼야! 그리고 내 돼지 인형이 아직 집에 있어!"
라고 말한다. 밤에 바닥에서 자는데, 돼지인형이 당하고 있을 갖가지 끔찍한 일들이 떠오른다.  



몰래 집으로 돌아가는 루시  



벽을 통해 그림을 열고 나가 돼지 인형을 데리고 오는데 성공하는 루시  





잠 잘 곳을 논의하던 가족들은 루시의 집으로 돌아가자는 의견에 반신반의하면서도 돌아가기로 한다.



몰래 벽 속으로 숨어 들은 가족들
그들은 그림 속의 구멍을 통해 늑대들의 작태를 보게 된다.



집을 마구 뛰어다니고, 아빠의 튜바를 불고, 엄마의 쨈을 먹고, 벽에다 뭉개고, 동생의 비디오 게임기를 하고 있다.



내 잼! 벽! 내 게임기! 내 튜바! '맞아요, 더이상 못 참아요' 루시가 말했다.
가족들은 부러진 의자 다리를 하나씩 들고, 벽 밖으로 뛰어 나간다.
'으와아아아아아아아'  



질겁팔색을 한 늑대들
"벽에서 인간이 나왔어"
" 끝장이야"
"도망가, 도망가, 도망가"



흐흐흐, 역시 닐 게이먼 다운 반전이다.
그러나 끝은 아니다.

어느날 밤 루시는 벽에서 또 소리를 듣는다.

돼지 인형에게 가서 말한다.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 말해야 할까?"
"우리 벽 속에 코끼리가 사는 것 같다고?"






"그들도 곧 알게 될텐데 뭘" 돼지 인형이 루시에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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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Journey 2009-02-12 06: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대부분의 경우, 그림책의 우리말 번역도 참 훌륭하지만, 원작을 그대로 보고 싶은 경우가 있지요. 그 나라 말로 표현했을 떄 나타나는 감칠 맛을 우리말로 살리기 어려운 경우는 특히요 ... 'milkyway에 milk를 가지러 간다'는데, 우리말로 '은하수에 우유를 가지러 간다'고 하면 영 느낌이 안 살잖아요. ^^;
이 책은 정말 독특하네요. 덕분에 재미있는 책 한 권 알았어요. (__)

하이드 2009-02-12 0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맙소사, 정말요. miliway 에 milk 가지러간다를 어떻게 번역하냐구요.
닐 게이먼은 정말 좋아하는 작가인데, 이렇게 그림책으로 봐도 독특합니다. 일러스트레이터와의 궁합이 아주 좋으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