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미스터리 카페/클럽 중에선 아마 가장 유명할 네이버의 '일미문즐(일본 미스터리 문학 즐기기) ' 카페에서는 매년 회원들을 상대로 그 해에 출간된 일본 미스터리 소설중 회원들의 투표로 탑10을 뽑는다. 벌써 2월이니 조금 늦은감이 있긴 하지만, 1월 말일까지 투표를 받고 2월 초에 집계된 2008 일본 미스터리 탑10을 옮겨본다.

1. 가노 료이치 <제물의 야회>
엽기적 살인마, 살인 청부업자, 고독한 형사의 삼파전을 그린 하드보일드 서스펜스 소설. 크게 두 파트로 교차하며 진행되는 이야기다. 형사 파트는 형사들의 동료애나 경찰 내부의 대립, 그리고 범인 체포에 대한 집념의 수사 등이 담긴 경찰소설이다. 저격자의 파트는 뒷골목에 사는 남자들의 피투성이 항쟁, 고난도 액션 등이 담긴 범죄소설이다. (알라딘 책소개中)
두툼한 양의 흠잡을 곳 없이 만족스러운 작품이다.
작년 여름에 출간된 후 별 소리소문 없는듯 했는데, 뚜껑 열어보니 1위!
650페이지가 넘는 두툼한 소설로, 주말에 날잡고 읽으면, 그 주말이 다 뿌듯한 독서가 될 것이다.
2. 요네자와 호노부 <인사이트 밀>
2007년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Best 10에 오른 작품으로 밀실 미스터리를 소재로 하고 있다. 차 살 돈을 마련하기 위해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 잡지를 뒤적이고 있던 평범한 대학생 유키 리쿠히코. 그런 그에게 갑자기 등 뒤에서 한 미녀가 말을 걸어왔다. 그 여자와 함께 들여다본 잡지 귀퉁이에 실려 있던 광고에는 시급 112,000엔, 엄청난 고액의, 엄청나게 수상한 아르바이트가 실려 있었다. (알라딘 책소개中)
미스터리 소설 매니아들이 좋아할만한 요소들이 많은 책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재미도 있고, 시리즈가 나온다면, 2부도 기대된다. 클로즈드 서클에 아르바이트 생들이 들어가는 방마다 있는 무기와 살인 방법은 유명한 고전 미스터리속에서 하나씩 따왔다. 영화 <큐브>와 같은 현대적인 분위기와 고전 미스터리들이 등장한다는 점에서 더욱 흥미로운 소설. 단숨에 읽는 재미만은 최고
3. 오리하라 이치 <도착의 론도 >
오리하라 이치의 도착 시리즈 1권. 도둑맞은 추리소설 신인상 응모작을 둘러싼 원작자와 도작자의 추격전을 그린다. 도착 시리즈는 작품 전면에 '서술트릭'을 명시하고 있다. 서술트릭이란 작품 내에서 텍스트의 구성과 서술만으로 트릭을 만들고, 그와 함께 적절한 힌트를 제공하며, 독자를 속이는 추리소설의 한 장르이다. (알라딘 책소개中)
에셔의 작품을 모티브로 한 표지 그림. 돌고 도는 뫼비우스의 느낌이다.
올해에 도착시리즈 2권 <도착의 사각>이 출간 예정에 있다. 일견 유치한 범인과 희생자이지만, 그 유치함이 오히려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서술트릭은 결론의 한마디를 알아버리면, 그 재미가 활 떨어지지만, 이 책의 서술트릭은 스포일러도 힘들고, 결말을 알아도 다시 읽는 재미가 있는 복잡한 형식을 취한다.
4. 오츠이치 <GOTH>
나온지 얼마 안되어 판금조치 당한 불운의 책.
판금은 풀렸다고 들었으나, 여전히 판매는 안되고 있는듯 하다.
언젠가부터 말그대로 '쏟아져나온' 사이코패스가 나오는 소설이다. 주인공 남녀가 학생인 것이 문제가 되었을까? 단편 연작인데, 사건들은 예상하듯이 잔인하다. 몇가지는 기억에 오래 남는다. 하지만, 몬스터는 몬스터일뿐. 픽션은 픽션일 뿐.
오츠 이치는 호오를 떠나서 천재라고 불리우는 젊은 작가이다. '쏟아져나오는' 사이코패스 소설 중에 이 소설은 오츠 이치만의 독특한 향을 풍기고 있다. '리스트 컷', '개' 가 인상 깊었다.

5. 미야베 미유키 <낙원>
<모방범>으로 홈런을 치더니, 그 후의 이야기격인 <낙원>에서도 연속 홈런이다. <낙원>에서는 여기대로 진행되는 사건이 있긴 하지만, <모방범>의 이야기도 많이 나온다. 미미여사 특유의 사건관련자 모두에 대한 관찰력이 돋보이는 이야기이다. 그녀의 최고의 작품인 <화차>와 <모방범>을 떠올리게 하는 수작.
6. 이사카 고타로 <골든 슬럼버>
<사신 치바>, <마왕>의 이사카 코타로의 소설. 어느 날, 난데없이 암살범으로 지목된 한 남자가 누명을 벗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3일 간을 기록한 내용이다. 2008년 제 5회 일본 서점대상과 제21회 야마모토 슈고로상을 수상했다. 오락소설이지만 퍼즐식 구성과 치밀한 복선, 쿨한 감성과 철학, 그리고 세상에 대한 진지한 문제의식 등으로 깊이를 더했다. (알라딘 책소개中)
이사카 고타로 안티에서 다시 보게 만들어준 작품. 개인적으로 여름에 이 책을 읽었을 때, 탑10에 들꺼라고 예상했다. 추격전과 영화같은 클라이막스, 적은 빅브라더인데, 그 안에 흐르는 비틀즈의 자장가 골든 슬럼버스.. 추억과 긴박한 추격전이 씨실과 날실처럼 엮여서 잔잔한 감동으로 남는 책이다.
7. 하라 료 <그리고 밤은 되살아난다>
제2회 야마모토 슈고로 상 후보에 오른 하라 료의 추리소설. 신주쿠에 사무소를 둔 중년 사립탐정 사와자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탐정 사와자키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이다. 작품 맨 뒤에 '말로라는 사나이'라는 단편으로 에필로그를 대신했다. (알라딘 책소개中)
독이 될 수도 있고, 약이 될 수도 있는 챈들러 오마주. 시리즈이므로, 두번째에는 좀 더 하라 료의 냄새를 풍기기 바란다. 이 작품은 너무도 완벽하게 챈들러의 하드보일드를 도쿄 밤거리에 재현하였다. 등장인물, 사건, 탐정, 골목, 하다못해 탐정사무소까지도 챈들러의 냄새를 숨길 수 없다.
2편이 더 기대되는 작품.
8. 아야츠지 유키토 <키리고에 저택 살인사건>
<십각관의 살인> <시계관의 살인>의 작가 아야츠지 유키토의 추리소설. 벗어날 수 없는 최악의 날씨, 그로테스크하면서도 화려한 저택, 수상한 거주인들, 묘하게 얽힌 인간관계 등을 바탕으로 스스로의 의지라도 가진 듯 불길한 사건이 일어나는 키리고에 저택에서 벌어지는 연쇄 살인사건을 그린다. (알라딘 책소개中)
관시리즈로 유명한 아야츠지 유키토의 책. 관시리즈는 아니지만, 지금까지 읽었던 어떤 관시리즈보다 재미있게 읽었다.라고 말할 수 있는건 역시 관시리즈를 다 읽었기 때문. 시리즈 작가를 읽는 재미는 그 패턴을 알고 읽는 것에 있기에, 관시리즈를 순서대로 읽고, 읽으면 더 재미있을 것이다.
9. 히가시노 게이고 <악의>
<용의자 X의 헌신>의 히가시노 게이고의 추리소설. 한 인기 작가의 죽음을 둘러싸고 쫓고 쫓기는 두뇌 게임이 펼쳐진다. 작가의 죽음에 얽힌 기나긴 악의의 여정을 탐구하며 '왜, 어떻게 범죄를 저질렀는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살인사건을 둘러싼 관계자, 수사관의 수기, 주변인의 증언과 회상, 그리고 해명으로 이루어진 특이한 구성으로 인간의 내면 심리에 적재된 악을 파헤쳐가는 인간적인 방법을 보여준다. (알라딘 책소개中)
후더닛(who dunnit)의 who가 아니라 why에 초점을 맞추어 사건을 해결해 나간다.
꽉 짜인 플롯에 뒤집히고, 뒤집히는 반전도 흥미만점이며, 수작, 범작, 졸작할것 없이 쏟아져나온 히가시노 게이고의 지친 독자들이라도, 이 작품만은 좋아할 수 있을 것이다.
10. 요코미조 세이시 <이누가미 일족>
세 편의 영화, 다섯 편의 드라마로 만들어진 요코미조 세이시의 인기작. 의문스러운 가족에게 유언장이 공포된 날 이후 불길한 분위기 속에서 이들 손자들은 차례차례 살해되고, 탐정 긴다이치 코스케는 이누가미 가문의 부를 상징하는 요키(도끼), 고토(거문고), 기쿠(국화)의 모양으로 일어난 연쇄 살인 사건을 수사한다. 주범으로 인해 연쇄 살인의 규칙이 만들어지지만 공범들이 변칙을 더해가고, 주범은 공범의 존재를 모른다. (알라딘 책소개中)
나는 요코미조 세이시의 긴다이치 시리즈에 흐르는 이 기괴함을 무지무지 좋아한다.
'이누가미 일족'에 나오는 그 복잡한 유언장 이야기라던가, 상징들, 늘어가는 시체들, 긴다이치! 일본 미스터리의 고전 중의 고전이라고 생각한다.
* 2008년에 나온 일본미스터리는 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