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부터 한번 물어보거나 서점에 가서 보려고 했는데, 이렇게 또 이슈가 될 때까지 게으름 피우다, 이제야 확인해봅니다.

 

우에노 치즈코의 <여성혐오를 혐오한다> 가지고 있으신 분 있으시면, 역자후기 한 번 봐주실래요?

 

위의 발췌된 부분 (저도 인터넷에서 위의 이미지만 본 터라) 이 반어법이고 뒤에 다른 이야기가 있는건지, 아니면 쭉 저런 여혐 어조의 역자후기인가요?

 

비꼬는 말이 아니다. 나는 진심으로 공감과 동정을 표하다. 그동안 쌓인 게 얼마나 많았을까.

남자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우리 사회에서 짊어져야 하는 짐이 너무 무겁기 때문이다. 학교, 군대, 취업, 결혼과 같이 평생을 좌우하는 일대 이벤트를 거칠 때마다 남자들은 극도의 긴장을 경험하며 시험대에 올라야만 한다. 승리와 패배, 절망과 희망이 반복되는 이런 굴레가 남자에게만 씌워진 것 같아 '적당히 남자 하나 골라서 얹혀살기만 하면 되는' 여자들이 부러워지기도 한다.

 

고생은 당사자가 아니면 그 크기를 가늠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남자가 짊어져야 하는 짐'을 짊어져 본 적이 없는 이들이 이러쿵 저러쿵 떠들어대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나마 고생한 걸 알아주기만 해도 조금 나을 텐데, 우리 사회에서 군대 고생은 '누구나 다 하는 것' 취업 전쟁은 스펙 쌓는 걸 게을리 한 '개인 책임'으로 정리되기 때문에 억울한 기분이 가시지 않는다.

 

연애라도 잘 풀리면 나름 위안이라도 될 텐데 그것도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다. 여친 비위 맞춰가며 각종 기념일 챙기고, '이벤트' 기획하느라 있는 돈 없는 돈, 있는 시간 없는 시간 바쳐서 뛰어다녔는데 그 대가로 돌아오는 건 보답도 인정도 대우도 아닌 '감사할 줄 모르는 여친의 태도' 이니 '보지 달린 게 무슨 벼슬' 이라는 말이 나올 만도 하다.

 

다시 봐도 황당한데, 이 페이지만 보면, 역자가 우에노 치즈코의 <여성 혐오를 혐오한다>를 읽고 깊게 빡쳐서 여혐하는 남자들의 논리를 안쓰러워하며, '보슬아치' 에 공감하고 있는 거 같은데??

 

저자인 우에노 치즈코는 역자후기 봤을까?

 

다른 책도 아니고 하필 이 책에 이런 역자후기가 달렸다는 걸 믿을 수가 없어서 이 앞페이지나 뒷페이지에 반전의 내용이 있기를 바라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 페이지의 어조는 기가 막히다.

 

 

 

 

 

 

 

 

 

 

** 덧붙임 **

 

서점에서 옮긴이 후기 봤는데, 해당 페이지는 공감이라기보다 측은함에 가깝게 읽혀집니다.

비꼼은 또 아님.

 

옮긴이는 우에노 치즈코의 책과 활동에 대한 지식이 풍부하며, 전체 옮긴이의 말이 짧지 않은데, 읽어볼만한 '옮긴이의 말' 입니다.

 

책도 앞부분 읽어보니 재미 있어서 오늘 아침 주문하려고 했으나, 잠깐 사이에 당일배송에 밀리는 바람에 내일 애인한테 사달라고 하기로.

 

책은 다 읽어봐야겠지만, 옮긴이의 말을 읽으니 우에노 치즈코의 다른 책들도 궁금해져서 하나하나 읽고 리뷰해보도록 하려합니다.

 

딱 저 페이지를 올려두고 분노하셨던 분이 나쁜뜻이 있었다고 생각되지는 않습니다. 때로는 단어 하나, 문장 하나가 맥락을 벗어나, 맥락과 관계없이, 맥락에도 불구하고 독자에게 해석될 수 있고, 독자는 그에 반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전체 옮긴이의 후기를 읽어볼 때 나의 감상은 위와 같고, 읽는 사람들에 따라 각기 다른 감상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다만, 전체를 읽어볼 때, 위의 페이지만으로 오해를 했던 점, 그리고, 오해를 퍼트렸던 점은 경솔했다고 생각합니다.

 

... 이렇게 쓰니깐 얘가 뭔가 고소 메일이라도 받았나 할 수도 있겠지만 ^^; 그건 아닙니다. 출판사쪽에서 만약 이 글을 봤다면, 생각하니 얼굴이 살짝 화끈거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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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16-05-20 08: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엥 서,설마요-_-; 오늘 확인하러 서점 가봐야겠네요-_-;;;;

하이드 2016-05-20 08:10   좋아요 0 | URL
제 눈을 의심, 제가 뭘 심각하게 오독하고 있는건 아닌가 싶을 정도에요.

건조기후 2016-05-20 08: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헐. 설마하니 진짜 저런 내용만 있을까요. 후기 전체를 읽기 전엔 못 믿겠어요. ;
그래도 참 구구절절이 놀랍네요. 남자들은 그동안 남성 경험의 언어화를 게을리해왔다.라니... 여혐 혐오를 혐오하는 책인가. 이 책은 직접 보고 사야겠어요 ㅡㅡ

단발머리 2016-05-20 08: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위의 사진을 보면서도 믿을 수 없네요.
자기들끼리 이런 이야기를 한다고 해도 놀랄 일인데, 역자 후기라니요.
진짜 ..... 저자가 알아야 되는 거 아닌가 싶어요.

CREBBP 2016-05-20 09: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설사 반전이 있다 해도 저런말을 ..헐

나는달걀 2016-05-20 0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게 무슨... 역자라면 번역하면서 책을 제대로 안본걸까요? 아님 미친 프로정신으로 기계적으로 번역한걸까요? 그럼 그렇게한 번역이 제대로된 번역일까요? 출판사는 교정 교열하면서 저런 역자 후기를 올리는걸 거르지 못한걸까요? 그럼 이책 출판권은 왜 사온걸까요? 어떻게하면 이런 총체적 난국이 되는건지... 혹시 이책 제목만 이렇게 실제로는 여혐으로 가득한건가???

무해한모리군 2016-05-20 1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편집자는 도대체 뭐하는 사람이길래 저런 역자후기를 못걸러내는겁니까? 눈을 의심케하는 글이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5-20 1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자 후기를 저렇게 작성한 것이나 그걸 검열하지도 못하는 편집자의 식견이나..... 도긴개긴 같습니다.

하이드 2016-05-20 14: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도저히 이해가 안 가요. 앞 뒤 페이지 다 보면 다른 내용일런지, 그렇더라도 이렇게 찌질남 감정이입에만 한 페이지를 소비했다면, 역자 후기가 아주 아주 길어야 할 것 같은데 말이죠.

nomadology 2016-05-21 14: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좀 이상하네요. 역자 이름도 가명같구요.

하이드 2016-07-22 13:25   좋아요 0 | URL
네, 교환도 해준다는 것 같았어요. 출판사 글만 봤는데, 역자분이 어떤 마음으로 저런 후기를 썼는지 궁금합니다.

우옹옹옹 2016-07-22 1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4쇄는 해당 후기부분 삭제되었네요.
어... 그리고 stealth님.. 제가 쓴 댓글이 아닌데도 님 댓글만 삭제버튼이 있어서 눌러봤는데 진짜 삭제되었어요... 죄송합니다ㅜㅜ 리뷰쓰신분이 삭제했다고 오해하실까봐 댓글 남깁니다.

진성준 2017-05-29 09: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잘 읽었습니다. 이거 엄마한테도 보여드려야겠네요
 

  

김동영과 김병수의 <당신이라는 안정제>를 읽고 있다.

어디선가 본 정신과 의사 김병수의 글이 좋아서 기억하고 있던 찰나에 책이 나와 있다고 해서,

제목과 표지가 단정하고 끌리는 <당신이라는 안정제>를 샀다가 이제야 읽는다.

 

김동영은 다양한 일을 했는데, 기억나는건 '아마도 이자람 밴드'에서 드러머. 그리고, 작사가이고, 라디오 프로그램 음악작가를 한 적도 있다. (-> 글 잘 씀) 여행산문집 <너도 떠나보면 나를 알게 될 거야>와 <나만 위로할 것>, 그리고 장편소설 <잘 지내라는 말도 없이> 도 나오 있다고 한다. 아, 작가구나. 하지만, 뭔가 드러머. 라는 것이 가장 기억에 남아.

 

김병수는 아산병원 정신과 전문의

 

 

 

 

정신과 전문의가 자신의 전문 분야를 이야기하는 그런 이야기인가 싶었는데, 의외의 자기고백적인 이야기들이 많아서 생각했던 것과는 조금 다르게, 하지만, 여전히 재미나게 읽히고 있다. 음.. 재미나게 읽어도 되는 이야기인지는 모르겠지만, 여튼, 잘 읽고 있다. 가만가만 서로를 존중하며 아픔을 이야기하는 톤도 마음에 잘 스며든다.

 

 

애인과 아침 데이트 하면서 읽은 책인데, 이런 이야기가 눈에 쏙 들어왔다.

 

 

사람은 행성처럼 각자의 고유한 주기를 갖고 특정한 궤도를 그리며 움직이기에  쉽게 변하지 않는다. 라는 이야기인데,

사람이 변하려면 "사랑처럼 불똥이 쏟아지는 충돌" 정도는 있어야 한다고.

 

이 이야기가 참 좋았다. 맞은편에 앉아 자몽에이드를 마시며 책을 읽고 있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내가,

두 행성이 충돌하여 우리는 조금씩 좋은 방향으로 변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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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한 가지 가능성이 더 있답니다."

아친이 한쪽 눈썹을 슬쩍 올리며 말했다. 묘한 미소를 띠고 있었다.

" 무슨 가능성? "

" 쉬 경장님은 시간 터널을 통해 2003년에서 2009년의 오늘로 이동한 거예요."

" 아니, 왜 갑자기 SF 소설이 되는 겁니까? "

나는 실소하며 말을 이었다.

" 아, 그런 드라마가 있었지요? 형사인 주인공이 교통사고로 혼수상태에 빠졌다가 정신을 차려보니 자기가 1973년으로 돌아가 있었던. 여전히 경찰서에서 일하면서...."

" 당신도 봤어요? <라이프 온 마스>! 정말 좋아하는 드라마예요! "

아천은 신이 났다.

" 어느 날 텔레비전을 켰다가 우연히 봤습니다. 띄엄띄엄 몇 회 봤지요. 이야기가 재미있더군요. "

" 그렇죠! 재미있죠! 드라마 제목을 어디서 따왔는지 알아요? "

아친이 흥분해서 물었다.

나는 고개를 젓고 나서 말했다.

" 주인공이 과거로 돌아가서 낯설지만 익숙한 도시에서 사는 걸 화성인이 지구에서 온 것처럼, 아니면 지구인이 화성에 간 것처럼 비유한 거 아닙니까? "

" 아니에요! 데이비드 보위의 노래 제목에서 따온 거라고요! 그 노래는 1971년 앨범에 수록돼 있는데, 1973년 싱글로 재발매했죠. 드라마의 배경도 1973년이잖아요! 재미있지 않아요? "

 

찬호 께이의 책은 기대 잔뜩 하고 읽어도 기대 이상이다. 흡족하다.

읽다가 라이프 온 마스 나오니 반갑고, 데이비드 보위 나오니 반갑고, 데이비드 보위 생각도 나고, 프린스 생각도 나고.

 

 

 

 

프린스가 죽은 날은 뭔가 보라색을 사고 싶어, 교보문고에 들러 보라색의 4색펜을 샀다.

 

오늘 하루종일 글이 두서없을듯. 찬호께이의 <기억나지 않음, 형사>에서 라이프 온 마스, 데이빗 보위, 프린스로..

 

찬호 께이를 좋아한건 13.67때부터였긴 했지만, 이번에는 표지도 엄청 멋있다.

요즘 나에게는 다음 작품이 가장 기다려지는 작가다. 

한스미디어에서 전자책도 같이 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그럼 다시 책읽으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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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antomlady 2016-04-30 01: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러게 표지도 참 좋던데 사이즈도 같았으면 더 좋았을걸 싶더라.
 

 

나이 들면서 점점 좋아지는것 중 하나는 주변을 둘러볼 여유가 생겼다는 점이다. 요즘은 사람이 사는 데 꼭 필요한 건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생각을  부쩍 자주한다.

어른이 되면 생각지도 못한 일이나 역할을 짊어지게 된다. 예기치 못한 인생 굴곡도 경험하게 된다. 자신의 힘으론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일을 맞닥뜨리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일까. 적어도 스스로 내려놓을 수 잇을때 그런 의지가 있을 때

조금씩 주변을 정리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해졌다.

 

나는 나이가 더 들어서도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좋아하는 것을추구하며 살고 싶다. 또 설레는 일이 눈앞에 펼쳐졌을때 망설임 없이 다가갈 수  있는 용기와 환경을 갖고 싶다.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은 채 삶과 생각이 단출하고 홀가분해야 가능한 일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넘치는 물건이나 생각을 덜어내고 최대한 가벼워져야 한다.

 

물론 지금 가진 집이나 물건, 오랫동안 지켜온 생활방식은 소중하다. 힘겹게 일궈낸 만큼 지금의 나를 표현해주는 또 다른 나의 모습이기도 하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과연 지금 나의 삶이 간절하게 원해서 얻은 것인지, 환경에 맞춰 살다 보니 어쩌다  갖게 된 것인지 의구심이 들 때가 있다. 만약 자신에게 맞지 않는 삶이라면 과감하게 정리하고 홀가분해질 필요가 있다. 가진 것에 지나치게 집착하면 진짜 내면의 소리를 듣지 못하게 되기 때문이다. 불필요한 짐을 덜어낼수록 삶은 가벼워지고 덜어낸 크기만큼 여유가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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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1분전의 이 사진에는 커피와 꽃과 라임피지오가 있지만, 

지금은 노트북이 펼쳐져 있고, 책이 놓여 있다. 


여성작가들의 글쓰기 공간.이란 콘셉트로 엮은 책이다. <글쓰는 여자의 공간> 

작가의 글쓰는 공간.에 대한 책들은 많았고, 그 연장 정도이지만, 작가(남자) 에 비해 '여자'작가가 글을 쓰는 것.에 대한 제약이 없었을리 없다. 지금도. 예전에도. 그런 부분들이 묘사되어 있다면 그간의 책들과는 차별화되는 책이다. 


대부분의 여자들이 글을 쓰는 곳은 부엌이었을 것이다. 물론 병마에 시달렸던 콜레트처럼 부유한 집안의 여자들은 거실이나 침실의 침대에서 쓰거나 책상에 앉아 쓸 수도 있었다. 

내가 아는한 남자는 집에 크고 멋진 서재가 있으면서도 글을 쓸 때는 시끌벅적한 술집으로 간다. 그는 그곳에 혼자 앉아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글을 쓴다. 주변에 있는 손님들이 맥주를 마시며 떠드는 와중에도 글쓰기에 몰두한다고 한다. 그에게는 떠들썩한 술집이 글쓰기에 필요한 일종의 환경 조건인 셈이다. 꽃다발을 올려놓은 책상 위에서만 글을 쓸 수 있는 여자도 어딘가에 있지 않을까? 책상에 특정한 그림을 올려두어야 하거나 정해진 조명 아래에서만 글을 쓰는 여자도 있지 않을까? 


추천의 글을 쓴 엘케 하이덴라이히가 추천의 글에 공개한 그녀의 글쓰는 공간은 무려 세 개의 책상이다!


가장 예쁜 유겐트양식의 소형 책상에서는 사적인 우편물을 처리한다고 한다. 컴퓨터 대신에 종이와 만년필, 잉크병, 예쁜 조명, 그 밖에도 그녀가 좋아하는 자질구레한 물건들을 놓아두었다고 한다. "장문의 편지를 쓰기도 하고, 음악을 듣기도 하는 이 책상에는 늘 꽃과 와인 한 잔이 놓여 있다"  진짜 너무너무 예쁘다!  나 어젯밤에 '금수' 읽었어서 막 장문의 편지 쓰고 싶은 기분인데, 꽃과 와인 한 잔이 놓여 있는 책상.이라니, 좋아하는 물건들을 올려 놓은 책상이라니. 사랑스럽다. 



이곳에는 책들,메모지, 계획표, 미완성 원고, 읽을거리 등이 있고, 그 위에는 유리구슬을 하나씩 얹어놓았다고 한다.(유리볼모양의 문진이겠지?)  유리구슬 덕분에 방에 불 난 적도 있다고;; 그 후로 이 책상은 북쪽 창가행. 




마지막 책상은 작가인 그녀가 글을쓰는 공간이다. 장비들로 가득. 컴퓨터, 프린터, 전화기 두 대, 서류함, 팩스 등. 작품이 탄생하는 곳이라고 한다. 


1930~40년대만 해도 책표지에 작가의 사진이 실리는 일은 거의 없었는데, 엘리자베스 보엔은 자신의 대리인이었던 커티스 브라운에게 "거의 모든 작가들, 특히 여성 작가들의 사진을보면 책 내용에 대해서는 흥미를 잃게 됩니다." 라고 했다고 한다 


정작 책속으로 들어가면 작가의 글쓰는 공간.이라기 보다는 작가에 대한 이야기. 작가 사진들이 그리 길지 않게 나와 있는 정도이긴 하지만 좋아하는 작가들의 사진들을 잔뜩 볼 수 있다는 즐거움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프랑수아즈 사강, 크리스타 볼프, 반가운 이름들이다. 


크리스타 볼프의 '카산드라' 이야기가 나온김에 번역되었는지 찾아봤다. 

크리스타 볼프의 작품 중 <카산드라> <메데이아, 또는 악녀를 위한 변명>은 요즘의 페미니즘 도서 열풍에 꼭 포함하고 싶은 책이다.  모르는사이에 <나누어진 하늘>과 <몸앓이>가 나왔네. 이렇게 또 읽을 책들은 늘어가고.. 그런 것이 이런 엮은 책들의 미덕이고. 












거트루드 스타인의 글쓰는 공간 이야기도 흥미롭다. 


 " 유대인들은 세 사람의 탁월한 천재를 배출했다. 예수와 스피노자 그리고 나다." 


 미국의 부유한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난 스타인은 생의 대부분의 시간을 프랑스에서 보내게 되는데, 당시의 그림들을 모으면서 화가나 작가 들을 초대했다고 한다. 앙리 마티스에게서 처음으로 그림을 샀고, 피카소에게서 자신을 모델로 한 초상화를 선물받기도 했다고 한다. 






그녀는 1907년, 평생을 함께할 반려자 앨리스 B. 토클라스를 만난다. 토클라스는 그녀의 여비서이자 요리사가 되어주었으며 원고를 검토해주기도 했다. 두 사람은 1929년 프랑스남동부 빌리냉에 있는 별장을 임대한 후로는 매년 그곳에서 여름을 보냈다.스캔들을 불러일으킨 책이자 작가로서스타인이 겪고 있던 슬럼프를 극복하게 해준책은<앨리스 B. 토클라스 자서전>도 이곳에서 집필되었다. 


이 부분을 읽으니 무민 작가 토베 얀손 떠오르는데, 반려인, 그러니깐 여자연인과 함께 사는데, 출판사에서 그걸 동성애다 마알을 못하고, 홀로 살다 죽었다고 삽질했던거. 당시에는 동성연인 관계를 밝힐 수 없는 시절이 었을테니 '반려인', '반려자' 라고 하는구나 싶었다.  


스타인의 글쓰는 습관은 글 쓰기 전에 그림을 보는 것이었다. 현대 화가들의 걸작으로 둘러싸인 공간. 멋지다. 뭔가 포스가 마구 느껴진다. 저서는 무척 난해하고, 작가보다 아방가르드 화가들의 후원자이자 발굴자로 더 유명. 엄청 악필이어서 그녀의 원고를 다시 써주는 친구들도 있었다고 한다. "육중한 외모에 짧은 헤어스타일, 그리고 승복 같은 길고 풍성한 옷차림이 흡사 로마의 야전사령관을 연상시'켰다고. 으하하. 그러고보니 우디앨런 영화인가 어디에서 본 것 같기도 한데, 가물가물 


저녁 식사를 마치고 나면 커다란 목재 테이블에 앉아 이른 아침까지 글을 썼다. 는 것도 멋지다. 



시몬느 드 보부아르의 사진이다. 이 사진 너무 사랑스럽다. 책장 선반의 사르트르 사진들. 사르트르의 그 유명한 사진들을 책장에 진열해두고 있는 것. 가장 인상적인 사르트르 사진이 될 것 같다. 시몬 드 보봐르의 사진 속 책장의 사르트르 사진. 


"내가 쓴 최고의 명작은 바로 내 인생이다." 


보부아르는 개인의 자유를 최고의 덕목으로 여기며 평범한 지식인의 삶을 살려고 했다. 그녀는 공공장소를 주된 생활공간으로 삼았으며, 카페에 앉아 책을 쓰거나 식사를 하고 친구들을 만났다. (...) 보부아르는 일생 동안 일체의 가정사를 거부한 여성으롯, 요리를 비롯한 어떤 살림살이도 하지 않았다. 가사야말로 여자들의 자유와 삶, 글쓰기를 덫이라고 여긴 것이다. 


일단 여기까지 읽고,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너무나 멋있는 여성작가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다 쓰진 않았지만, 한나 아렌트, 도로시 파커, 잉에보르크 바흐만, 실비아 플라스, 카렌 블릭센 등등 


그리고, 이 책을 엮은 저자가 디자인에 대한 관심과 열정이 있다는 것도 알겠다. 사진 속의 여성작가를 분석하며 '비더마이어풍'이니, '인타리스아 기법으로 상감한 책상'이니 하고 나오니 흐릿한 흑백사진을 한 번 더 찬찬히 보게 된다. 


현대 작가들 외에도 제인 오스틴, 샬럿 브론테 등의 작가들의 글쓰는 공간들도 그림을 통해 박물관에 놓인 유물(?)을 통해 재구성해 두었다.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카슨 매컬러스, 마르그리트 뒤라스... 좋아하는 여성작가들이 총출동했다. 


마르그리트 유르스나르 


어머니는 그녀를 낳고 열흘 후에 죽었고, 방랑자였던 아버지는 딸을 데리고 각지를 전전. 그가 카지노에서 도박을 할 때면 유르스나르는 카지노 앞 벤치에서 아버지를 기다렸다. 


"아버지는 늘 자신이 읽던 책을 딸에게 다 읽으라며 건네고 들어갔다. 유르스나르의 작가 생활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그녀가  스물 여섯살때 아버지가 암으로 세상을 떠나고, 그녀는 유럽 전역을 떠도는 보헤미안 생활을 이어나간다. 버지니아 울프의 <파도>를 프랑스어로 번역했던 1937년, 유르스나르는 앞으로 그녀의동반자가 될 그레이스 프릭이라는 미국인 여성을 만나게 되어 프릭과 함께 미국으로 건너가 전세계의 호텔방을 떠도는 37년간의 방랑 생활을 끝내고 정착한다. 방랑벽에 시달렸지만 프릭이 암에 걸렸을 때는 여행을 포기하고 9년간 곁에 머믈렀다. 프릭이 세상을 뜨자 다시 여행을 시작했고, 일흔여섯의 유르스나르는 마흔 살 연하의 남성 동성애자 제리 윌슨과 정열적인 사랑에 빠졌다. 하지만 윌슨 역시 유르스나르보다 1년 먼저 세상을 떠났다." 


이 책 읽다보면, 책 속에 나온 많은 사진들 속의 그녀들이 노이즈 많은 작은 사진 속에서도 뛰쳐나올 것 같은 그런 생동감을 느낄 수 있다. 글을 쓰며 살아 있었던 그녀들. 


작가들을 겉핥기로 넘어갈 것만 같은 이런 책들에 별다른 기대가 없었는데, 이 책이 기대 이상이었던 것은 

책 속에 등장하는 35인의 여성작가들이 죄다 흥미로운 인물이고, 다양한 사진들을 첨부했는데, 저자가 그 사진을 분석하는 글들이 재미있다. 인물과 배경, 장소.에 대한 관심이 잘 드러난다. 


 

앞에 책상 3개에 대한 글만 쓰고 페이퍼 마무리 하려고 했는데, 다 읽어버렸다.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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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6-04-01 2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냥 겉핥기일까봐 아직 안봤는데 봐야겠어요^^

하이드 2016-04-02 07:32   좋아요 0 | URL
아, 저 이 책 되게 좋아요. 등장하는 작가들도 제가 다 좋아하는작가들이고, 사진들도 너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