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실 한 가지 가능성이 더 있답니다."
아친이 한쪽 눈썹을 슬쩍 올리며 말했다. 묘한 미소를 띠고 있었다.
" 무슨 가능성? "
" 쉬 경장님은 시간 터널을 통해 2003년에서 2009년의 오늘로 이동한 거예요."
" 아니, 왜 갑자기 SF 소설이 되는 겁니까? "
나는 실소하며 말을 이었다.
" 아, 그런 드라마가 있었지요? 형사인 주인공이 교통사고로 혼수상태에 빠졌다가 정신을 차려보니 자기가 1973년으로 돌아가 있었던. 여전히 경찰서에서 일하면서...."
" 당신도 봤어요? <라이프 온 마스>! 정말 좋아하는 드라마예요! "
아천은 신이 났다.
" 어느 날 텔레비전을 켰다가 우연히 봤습니다. 띄엄띄엄 몇 회 봤지요. 이야기가 재미있더군요. "
" 그렇죠! 재미있죠! 드라마 제목을 어디서 따왔는지 알아요? "
아친이 흥분해서 물었다.
나는 고개를 젓고 나서 말했다.
" 주인공이 과거로 돌아가서 낯설지만 익숙한 도시에서 사는 걸 화성인이 지구에서 온 것처럼, 아니면 지구인이 화성에 간 것처럼 비유한 거 아닙니까? "
" 아니에요! 데이비드 보위의 노래 제목에서 따온 거라고요! 그 노래는 1971년 앨범에 수록돼 있는데, 1973년 싱글로 재발매했죠. 드라마의 배경도 1973년이잖아요! 재미있지 않아요? "
찬호 께이의 책은 기대 잔뜩 하고 읽어도 기대 이상이다. 흡족하다.
읽다가 라이프 온 마스 나오니 반갑고, 데이비드 보위 나오니 반갑고, 데이비드 보위 생각도 나고, 프린스 생각도 나고.
프린스가 죽은 날은 뭔가 보라색을 사고 싶어, 교보문고에 들러 보라색의 4색펜을 샀다.

오늘 하루종일 글이 두서없을듯. 찬호께이의 <기억나지 않음, 형사>에서 라이프 온 마스, 데이빗 보위, 프린스로..
찬호 께이를 좋아한건 13.67때부터였긴 했지만, 이번에는 표지도 엄청 멋있다.
요즘 나에게는 다음 작품이 가장 기다려지는 작가다.
한스미디어에서 전자책도 같이 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그럼 다시 책읽으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