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 1분전의 이 사진에는 커피와 꽃과 라임피지오가 있지만, 

지금은 노트북이 펼쳐져 있고, 책이 놓여 있다. 


여성작가들의 글쓰기 공간.이란 콘셉트로 엮은 책이다. <글쓰는 여자의 공간> 

작가의 글쓰는 공간.에 대한 책들은 많았고, 그 연장 정도이지만, 작가(남자) 에 비해 '여자'작가가 글을 쓰는 것.에 대한 제약이 없었을리 없다. 지금도. 예전에도. 그런 부분들이 묘사되어 있다면 그간의 책들과는 차별화되는 책이다. 


대부분의 여자들이 글을 쓰는 곳은 부엌이었을 것이다. 물론 병마에 시달렸던 콜레트처럼 부유한 집안의 여자들은 거실이나 침실의 침대에서 쓰거나 책상에 앉아 쓸 수도 있었다. 

내가 아는한 남자는 집에 크고 멋진 서재가 있으면서도 글을 쓸 때는 시끌벅적한 술집으로 간다. 그는 그곳에 혼자 앉아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글을 쓴다. 주변에 있는 손님들이 맥주를 마시며 떠드는 와중에도 글쓰기에 몰두한다고 한다. 그에게는 떠들썩한 술집이 글쓰기에 필요한 일종의 환경 조건인 셈이다. 꽃다발을 올려놓은 책상 위에서만 글을 쓸 수 있는 여자도 어딘가에 있지 않을까? 책상에 특정한 그림을 올려두어야 하거나 정해진 조명 아래에서만 글을 쓰는 여자도 있지 않을까? 


추천의 글을 쓴 엘케 하이덴라이히가 추천의 글에 공개한 그녀의 글쓰는 공간은 무려 세 개의 책상이다!


가장 예쁜 유겐트양식의 소형 책상에서는 사적인 우편물을 처리한다고 한다. 컴퓨터 대신에 종이와 만년필, 잉크병, 예쁜 조명, 그 밖에도 그녀가 좋아하는 자질구레한 물건들을 놓아두었다고 한다. "장문의 편지를 쓰기도 하고, 음악을 듣기도 하는 이 책상에는 늘 꽃과 와인 한 잔이 놓여 있다"  진짜 너무너무 예쁘다!  나 어젯밤에 '금수' 읽었어서 막 장문의 편지 쓰고 싶은 기분인데, 꽃과 와인 한 잔이 놓여 있는 책상.이라니, 좋아하는 물건들을 올려 놓은 책상이라니. 사랑스럽다. 



이곳에는 책들,메모지, 계획표, 미완성 원고, 읽을거리 등이 있고, 그 위에는 유리구슬을 하나씩 얹어놓았다고 한다.(유리볼모양의 문진이겠지?)  유리구슬 덕분에 방에 불 난 적도 있다고;; 그 후로 이 책상은 북쪽 창가행. 




마지막 책상은 작가인 그녀가 글을쓰는 공간이다. 장비들로 가득. 컴퓨터, 프린터, 전화기 두 대, 서류함, 팩스 등. 작품이 탄생하는 곳이라고 한다. 


1930~40년대만 해도 책표지에 작가의 사진이 실리는 일은 거의 없었는데, 엘리자베스 보엔은 자신의 대리인이었던 커티스 브라운에게 "거의 모든 작가들, 특히 여성 작가들의 사진을보면 책 내용에 대해서는 흥미를 잃게 됩니다." 라고 했다고 한다 


정작 책속으로 들어가면 작가의 글쓰는 공간.이라기 보다는 작가에 대한 이야기. 작가 사진들이 그리 길지 않게 나와 있는 정도이긴 하지만 좋아하는 작가들의 사진들을 잔뜩 볼 수 있다는 즐거움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프랑수아즈 사강, 크리스타 볼프, 반가운 이름들이다. 


크리스타 볼프의 '카산드라' 이야기가 나온김에 번역되었는지 찾아봤다. 

크리스타 볼프의 작품 중 <카산드라> <메데이아, 또는 악녀를 위한 변명>은 요즘의 페미니즘 도서 열풍에 꼭 포함하고 싶은 책이다.  모르는사이에 <나누어진 하늘>과 <몸앓이>가 나왔네. 이렇게 또 읽을 책들은 늘어가고.. 그런 것이 이런 엮은 책들의 미덕이고. 












거트루드 스타인의 글쓰는 공간 이야기도 흥미롭다. 


 " 유대인들은 세 사람의 탁월한 천재를 배출했다. 예수와 스피노자 그리고 나다." 


 미국의 부유한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난 스타인은 생의 대부분의 시간을 프랑스에서 보내게 되는데, 당시의 그림들을 모으면서 화가나 작가 들을 초대했다고 한다. 앙리 마티스에게서 처음으로 그림을 샀고, 피카소에게서 자신을 모델로 한 초상화를 선물받기도 했다고 한다. 






그녀는 1907년, 평생을 함께할 반려자 앨리스 B. 토클라스를 만난다. 토클라스는 그녀의 여비서이자 요리사가 되어주었으며 원고를 검토해주기도 했다. 두 사람은 1929년 프랑스남동부 빌리냉에 있는 별장을 임대한 후로는 매년 그곳에서 여름을 보냈다.스캔들을 불러일으킨 책이자 작가로서스타인이 겪고 있던 슬럼프를 극복하게 해준책은<앨리스 B. 토클라스 자서전>도 이곳에서 집필되었다. 


이 부분을 읽으니 무민 작가 토베 얀손 떠오르는데, 반려인, 그러니깐 여자연인과 함께 사는데, 출판사에서 그걸 동성애다 마알을 못하고, 홀로 살다 죽었다고 삽질했던거. 당시에는 동성연인 관계를 밝힐 수 없는 시절이 었을테니 '반려인', '반려자' 라고 하는구나 싶었다.  


스타인의 글쓰는 습관은 글 쓰기 전에 그림을 보는 것이었다. 현대 화가들의 걸작으로 둘러싸인 공간. 멋지다. 뭔가 포스가 마구 느껴진다. 저서는 무척 난해하고, 작가보다 아방가르드 화가들의 후원자이자 발굴자로 더 유명. 엄청 악필이어서 그녀의 원고를 다시 써주는 친구들도 있었다고 한다. "육중한 외모에 짧은 헤어스타일, 그리고 승복 같은 길고 풍성한 옷차림이 흡사 로마의 야전사령관을 연상시'켰다고. 으하하. 그러고보니 우디앨런 영화인가 어디에서 본 것 같기도 한데, 가물가물 


저녁 식사를 마치고 나면 커다란 목재 테이블에 앉아 이른 아침까지 글을 썼다. 는 것도 멋지다. 



시몬느 드 보부아르의 사진이다. 이 사진 너무 사랑스럽다. 책장 선반의 사르트르 사진들. 사르트르의 그 유명한 사진들을 책장에 진열해두고 있는 것. 가장 인상적인 사르트르 사진이 될 것 같다. 시몬 드 보봐르의 사진 속 책장의 사르트르 사진. 


"내가 쓴 최고의 명작은 바로 내 인생이다." 


보부아르는 개인의 자유를 최고의 덕목으로 여기며 평범한 지식인의 삶을 살려고 했다. 그녀는 공공장소를 주된 생활공간으로 삼았으며, 카페에 앉아 책을 쓰거나 식사를 하고 친구들을 만났다. (...) 보부아르는 일생 동안 일체의 가정사를 거부한 여성으롯, 요리를 비롯한 어떤 살림살이도 하지 않았다. 가사야말로 여자들의 자유와 삶, 글쓰기를 덫이라고 여긴 것이다. 


일단 여기까지 읽고,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너무나 멋있는 여성작가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다 쓰진 않았지만, 한나 아렌트, 도로시 파커, 잉에보르크 바흐만, 실비아 플라스, 카렌 블릭센 등등 


그리고, 이 책을 엮은 저자가 디자인에 대한 관심과 열정이 있다는 것도 알겠다. 사진 속의 여성작가를 분석하며 '비더마이어풍'이니, '인타리스아 기법으로 상감한 책상'이니 하고 나오니 흐릿한 흑백사진을 한 번 더 찬찬히 보게 된다. 


현대 작가들 외에도 제인 오스틴, 샬럿 브론테 등의 작가들의 글쓰는 공간들도 그림을 통해 박물관에 놓인 유물(?)을 통해 재구성해 두었다.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카슨 매컬러스, 마르그리트 뒤라스... 좋아하는 여성작가들이 총출동했다. 


마르그리트 유르스나르 


어머니는 그녀를 낳고 열흘 후에 죽었고, 방랑자였던 아버지는 딸을 데리고 각지를 전전. 그가 카지노에서 도박을 할 때면 유르스나르는 카지노 앞 벤치에서 아버지를 기다렸다. 


"아버지는 늘 자신이 읽던 책을 딸에게 다 읽으라며 건네고 들어갔다. 유르스나르의 작가 생활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그녀가  스물 여섯살때 아버지가 암으로 세상을 떠나고, 그녀는 유럽 전역을 떠도는 보헤미안 생활을 이어나간다. 버지니아 울프의 <파도>를 프랑스어로 번역했던 1937년, 유르스나르는 앞으로 그녀의동반자가 될 그레이스 프릭이라는 미국인 여성을 만나게 되어 프릭과 함께 미국으로 건너가 전세계의 호텔방을 떠도는 37년간의 방랑 생활을 끝내고 정착한다. 방랑벽에 시달렸지만 프릭이 암에 걸렸을 때는 여행을 포기하고 9년간 곁에 머믈렀다. 프릭이 세상을 뜨자 다시 여행을 시작했고, 일흔여섯의 유르스나르는 마흔 살 연하의 남성 동성애자 제리 윌슨과 정열적인 사랑에 빠졌다. 하지만 윌슨 역시 유르스나르보다 1년 먼저 세상을 떠났다." 


이 책 읽다보면, 책 속에 나온 많은 사진들 속의 그녀들이 노이즈 많은 작은 사진 속에서도 뛰쳐나올 것 같은 그런 생동감을 느낄 수 있다. 글을 쓰며 살아 있었던 그녀들. 


작가들을 겉핥기로 넘어갈 것만 같은 이런 책들에 별다른 기대가 없었는데, 이 책이 기대 이상이었던 것은 

책 속에 등장하는 35인의 여성작가들이 죄다 흥미로운 인물이고, 다양한 사진들을 첨부했는데, 저자가 그 사진을 분석하는 글들이 재미있다. 인물과 배경, 장소.에 대한 관심이 잘 드러난다. 


 

앞에 책상 3개에 대한 글만 쓰고 페이퍼 마무리 하려고 했는데, 다 읽어버렸다. 

추천.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로그인 2016-04-01 2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냥 겉핥기일까봐 아직 안봤는데 봐야겠어요^^

하이드 2016-04-02 07:32   좋아요 0 | URL
아, 저 이 책 되게 좋아요. 등장하는 작가들도 제가 다 좋아하는작가들이고, 사진들도 너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