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사람들과 섞여 살면서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게 될 때, 상대방과 그 이야기가 전혀 통하지 않게 되면, 나는 새삼스럽게 말이라는 것으로 상대방을 이해시키려 애쓰지 않게 되었다. 그것은 단지 머리가 번잡스러워지기 때문만은 아니다. 이를 위해 낭비되는 팽대한 말들이 내게는 너무도 쓸데없는 것으로 여겨졌던 때문이다. 내 가슴속에 감춰진 이 체념은, 이해시키고자 하는 정(情)을 쾌불쾌(快不快)의 정에 간단히 연결시키고 만다. 일상적인 단 한줌의 쾌(快)를 위해 많은 말을 사용하는 것을, 나는 치졸하게 여기는 것이다. 더불어 세상 사람들의 무지가, 그들을 이해시킬 수 있다는 나의 희망을 근원부터 끊고 만다. 내가 세상 사람들에게 교만하다는 소리를 듣게 되는 것은 바로 이러한 심정 탓이었다. -60 -61쪽
대저 말(言語)이라는 것이 이성의 채찍질에 의해 단련된 근육과 같은 것이어야만 한다면, 자크의 그것은 감정에 의해 어떤 한 부분에만 쓸모없이 지방분이 덕지덕지 붙어버린 듯한, 심히 균형을 잃은 것이었다. -88쪽
'보다 극심한 타락에서 진부한 타락으로' 쇠약해지고 만 것처럼 보였다. 보다 더 정확히 묘사하자면, '본질적인 타락에서 주변적인 타락으로' 쇠약해져버린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내게는, 극히 최근에 유스타스 개인에게 일어난 것이 아니라, 아주 이전부터 우리 모든 인간에게 일어나고 있는 것처럼만, 꼭 그렇게만 여겨졌던 것이다. -10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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