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뚜기의 하루
너새네이얼 웨스트 지음, 이종인 옮김 / 마음산책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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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희망을 갖고 있는 사람들만이 눈물의 혜택을 받는다. 울고 나면 기분이 좋아지는 것이다. 하지만 호머처럼 희망이 없는 사람, 견고하고 영원한 고뇌를 앓고 있는 사람에게 눈물은 아무런 소용이 없다. 그 어떤 것도 그들의 삶을 바꾸어 놓지 못하는 것이다.
-10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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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버 피치 - 나는 왜 축구와 사랑에 빠졌는가
닉 혼비 지음, 이나경 옮김 / 문학사상사 / 2005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이렇게 재미있을수가 털썩.

표지가 촌스럽다고 외면하지 마세요. 표지는 아무리 봐도 정말 촌스럽고 구매욕을 떨어뜨립니다. 작가는 닉 혼비입니다. 닉 혼비의 일생에 걸친 사랑에 대한 고백입니다.

전 축구에 대해 쥐뿔도 모릅니다. 한 팀의 선수가 열한명이라는것도 책 뒷부분에 나왔기 때문에 그나마 리뷰를 쓰고 있는 지금 기억하고 있는 정도입니다. 월드컵때야 신명나서 응원하러 돌아다니긴 했지만 그러니깐 어제 우즈베키스탄과의 축구가 '월드컵이야?' 물어볼 정도로 빨리 달아오른 관심이 빨리 식어버리기도 했지만. 이 책은 재미있습니다.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순전히 '축구' 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한팀이 몇명인지도 헷갈려 하는 골때리는 저에게 FA컵이라든지, 아스날 팀이라든지 하는건 먼나라보다 더 먼나라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이 책은 정말 재미있습니다.

그러고보면 영화 '풋볼 팩토리'에서 생각하다 만 '서포터즈' 에 대해 좀 더 길게 생각해 볼 기회가 되긴 했네요. 영화에서 이해 안갔던 부분들은 닉 혼비의 자기분석?을 읽으면서 와닿았습니다.

무언가를 먹고 자는 것보다 더 좋아할 수 있어본 적이 없는 사람은 이해하기 불가능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니깐 눈 뜨면 생각나고 하루종일 생각나고 자기 전에도 아른거리는 그런 존재가 있어본 사람만이 그 대상이 ' 축구'가 아니라도, 닉 혼비를 이해할 수 있을겁니다.

그러고보니 그건 '사랑'이라고 부르는 것과 비슷하군요. 그렇군요. 이 책은 아홉살때 처음 만난 아스날팀과의 삼십여년에 이른 열렬한 사랑 이야기군요.

닉 혼비는 책머리에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 [피버피치]는 팬이 된다는 것에 관한 책이다. 축구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쓴 책을 여러 권 읽어보았지만, 내가 이 책에서 하려는 이야기는 그것과는 다르다. 또 훌리건이란 단어 말고는 달리 적당히 지칭할 말이 없는 사람들이 쓴 책도 읽어보았지만, 매년 축구경기를 보는 수백만 명 가운데 최소한 95퍼센트에 해당하는 사람들은 평생 아무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고 살아가고 있다. 이 책은 바로 그런 우리들, 그리고 우리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이 책에 적힌 세세한 사항은 나에게만 해당하는 것이지만, 일하다가, 또 영화를 보거나 대화를 나누다가, 문득 10년 , 15년, 혹은 20년 전에 본 왼발 발리슛이나 오른쪽 코너킥이 떠오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 되기를 바란다."

닉혼비와 아스날과의 첫만남은 절망적입니다.

' 나는 축구와 사랑에 빠지고 말았다. 마치 훗날 여자들을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될 때처럼, 느닷없이 , 이유도 깨닫지 못한 채, 맹목적으로 축구에 빠져들고 만 것이다. 그 사랑 때문에 앞으로 겪게 될 고통이나 분열 상태에 대해서는 안중에도 없었다. ( ...) 나는 고작 스토크를 상대로, 1-0으로 , 그것도 상대 골키퍼가 막아낸 페널티킥을 도로 차 넣어 근근이 이긴 팀과 사랑에 빠져버린 것이다.'

닉혼비는 '고통으로서의 오락'이었고, 저항할 수 없었던 축구에 대한 경험을 특유의 말발로 때로는 웃음을 자아내며, 때로는 동정심을? 자아내며 조곤조곤 풀어나갑니다.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었던 훌리건들에 대한 이야기들. 밖에서 보는 모든 문제는 폭력적이고 인종차별주의자인 노동자계층으로부터 나왔지만, 그 외에 경기장 안에서 서포터즈로 인생의 모든 시간표를 경기표에 맞추어서 보냈던 진보주의자인 닉 혼비의 눈으로 보는 문제들은 무지한 나의 시야를 넓혀주기도 합니다.

아무튼 처음부터 끝까지 '한심한 건 알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는 닉혼비가 맘에 안 들 수도 있겠지만, 1,2년도 아니고, 30여년동안 꾸준히 하이버리의 아스날의 편에 있었던 그와 서포터즈들에 대해서는 좀 더 이해하거나 포기하려는 노력을 하게 되었으니, 그의 이 책은 성공적이었다고 할 수 있을까요

평소 축구에 관심이 많거나, 입담 좋은 작가의 글을 좋아하거나, 평소에 닉 혼비의 팬이었거나, 호흡이 짧은 글을 좋아하거나, 책의 양이 많을수록 좋다거나, 주변의 맹목적인 누군가를 이해할 필요가 있을 때  이 책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자학이 아닌 자신에 대해 진정으로 비평하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닉 혼비는 시도했고, 어느정도 성공했습니다.

박수. 짝짝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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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2005-03-31 2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관함에 넣었습니다..^^*

Phantomlady 2005-04-01 0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넣었습니다 ^^*

반딧불,, 2005-04-01 09: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마태우스 2005-04-01 09: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넣겠습니다......

2005-04-01 10: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연 2005-04-01 1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요...

Beetles 2005-04-09 1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보관함에 싸라락..^^

OLIVIA 2005-05-05 1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읽고 보관함에 넣으려면 리플로 신고해야 되는 분위기. -_-;
저두요 ^^

hnine 2005-10-12 08: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About a boy도 재미있었어요 별로 어렵지도 않고.
'혼비' 라는 이름으로부터 왜 저는 딱딱함 부터 느껴야 했었는지 ^ ^
예..맞아요 호흡이 짦은 글이라는 것도. 동감입니다.
 
흔적
패트리샤 콘웰 지음 / 시공사 / 1996년 1월
평점 :
품절


"나는 법학 학위를 가진 의사다. 무엇이 생명을 주고 무엇이 생명을 앗아가며, 또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살기 위한 방편이었던 경험은 어느덧 나의 스승이 되었다. 이상주의적이며 논리저깅었던 젊은 날의 내 모습은 이제 찾을 수 없다. 더러운 세파가 순진했던 내 마음을 철저히 오염시켜 버린 것이다. 생각이 있는 사람은 세상의 진부한 상투어들을 진실로 받아들일 것을 강요당할 때 절망에 빠진다. 이 세상에 정의란 없다.  로니 조 워델이 저지른 일은 그 누구도 해결해 줄 수 없을 것이다."

첫페이지부터 무시무시한 장면이 나오는건 이제 익숙해지겠는데, 몇 페이지 넘기기도 전에 갑자기 늙어버린 스카페타의 자조적인 모습을 보는 것은 배신감마저 느껴진다.  왜? 폭탄테러로 마크가 죽었으니깐, 그녀의 마크가 죽었으니깐.  갑자기 나오는 '마크가 죽었다'는 말은 그녀와의 거리감을 이해하게 해준다.

'흔적, 'Cruel & Unusual' 이 전의 스카페타와 그 이후의 스카페타가 있다고 해도 좋을 만큼 스카페타는 딱히 꼬집어 말할 수 없는 무언가가 변해있다.

스카페타 시리즈만은 순서대로 읽기를 권하고 싶다. 변하지 않는건 악마의 다른 모습인 것 같은 살인마들과 멈추지 않는 범죄의 고리만은 아니고,악마의 탈을 쓴 악마들과 혹은 천사의 탈을 쓴 악마들을 상대하는 '스카페타' 이고 그녀의 몇 안되는 주변 사람이다.

잔인한 살인마. 거구의 그는 사형을 앞두고 있고, 전기의자에 앉는다. 그런 그를 스카페타의 팀은 검시한다. 그 이후의 유사한 패턴의 살인들에서 '그'의 지문이 나타난다. 지문은 위조되었고, 죽은 그가 범인인지도 알 수 없다. 그리고 사형수의 지문을 가지고 있는 '그'는 거리를 활보하며 살인을 계속하고 '법'의 편에 서 있는 이들을 농락한다. 살인마. 일정한 패턴이 없는 정신병자. 진정한 악마. 담력과 두뇌를 갖춘 미모의 남자이자 가라데 유단자인 템플 브룩스 굴트. 이 다음편을 먼저 읽어버린 나는 이짐승이 앞으로 스카페타와 어떻게 악연을 만들어가는지를 알고 있는지라, 꽤나 흥미롭게 그의 등장을 읽어냈다.

'흔적'에서 스카페타는 처음으로 무수한 곤경에 처한다. 진정한 친구인 마리노 검사에게 취조를 받아야하는 일도 생기며, 기소를 당해 법정에 서기까지 한다. 그와 같은 함정은 스카페타의 가장 가까운 직원들에 의해 파졌고, '법'의 편에 서 있다고 자부하는 더러운 인간들도 한몫했다.

2편부터 세편을 내리 읽고 있는데, 이 작품이 가장 재미있었다. 가장 인상깊었던 작품인 '검시관'을 다시 읽는다면 어떨지 모르겠지만.

이 결벽한 일벌레 스카페타 검사는 상당히 중독성이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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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을 당신은 믿을 수 없겠지만
마르크 레비 지음, 김운비 옮김 / 북하우스 / 2001년 7월
평점 :
절판


세상살이 고달파 죽겠는데, 잠시잠깐의 환상에 빠지는 것을 허락하자구.

여기 성격은 지랄같지만, 능력있는 레지던트 로렌이라는 여자가 있어. 주변에 혹시 새끼의사가 있으면 알꺼야. 그들이 얼마나 인간이하의 생활을 하는지. 프랑스도 마찬가지인가봐. 어느날 그녀는 기적처럼 주말에 비번을 내게 되지. 완전 신난거지. 최소 24시간 이상 잠을 못잤을텐데, 이 여자 새벽부터 일어나서 주말 여행을 간다고 설쳐. 태평양 해안도로를 따라 아름다운 새벽길을 달리는 즐거움을 포기할수 없대나 뭐래나.

논다는 생각에 완전 기운찼어. 왜, 그런거지, 주말여행, 그것도 몇년만에 병원에서 벗어나서 맞는 여행인데, 나라도 아드레날린이 마구마구 솟겠지.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혼자서 막 떠들어. 애완견인 칼리에게 얘기하는건 이해하겠는데, 나도 종종 레오가 사람말로 대꾸를 안하다뿐이지 내 말 다 알아듣는다고 믿거던. 근데, 막 집한테도 말 걸고, 싱크대한테도 말하고, 널린 옷들과 수건을 향해 소리쳐. ' 일찍 돌아와서 다 정리해줄께!'하고. 풉. 웃기지 않아? 이여자? 낡은 계단을 날듯이 내려가면서 ' 와 떠난다, 나 떠난다구!' 신나게 외치기까지해. 누가 보면 미쳤다고 할꺼야. 그러더니 이젠 낡은 차에게 말을 걸어. " 믿을 수 없는 일이야, 진짜 기적이라구! 이젠 네가 잘 출발해 주는 일만 남았어. 한 번이라도 쿨럭이면 엔진을 메이플 시럽에 빠뜨리고 널 폐차장에 내던져버릴 거야. 그리고 널 갈아치울거야. 완전 전자식 젊은 놈으로, 추운 날 아침에도 스타터가 필요없고 영혼도 없는 놈으로 말이지, 알아들었지 응? 자, 부디 걸려라!"

이 소설 초반에 나오는 로렌이 여행을 떠나면서 혼자 떠들어대는 말들, 낡은 자기 차에게 이야기를 거는( 협박을 하는 ?) 장면은 마르크 레비의 책에 아직 익숙하지 않겠지만 상당히 의미심장해. '와 떠난다, 나 떠난다구!'  ' 누가 보면 미쳤다고 할꺼야' '영혼도 없는 놈으로 말이지'

늙다리 영국차가 여주인의 확고한 메시지에 깊은 감명을 받아서 키를 돌리는 첫 방에 모터가 돌아갔나봐. 로렌은 멋진 하루를 예감해.

이 책이 유령로맨스인걸 아는 나로서는 그녀의 죽음을 예감하지.

여자가 혼수상태에 빠졌다. 그녀의 영혼은 빠져나와 그녀가 예전에 살던 집에 이사온 남자와 사랑에 빠진다. 그녀를 안락사시키려고 하자 그 남자는... 으로 시작되는 줄거리를 읊어버리면 이건 상당히 통속적이고 간질거리고 그저그런 고스트로맨스 소설로 전락하고 말꺼야.

하지만, 소소한 부분에까지 찬찬히 눈길을 돌린다면, 사실 너무 귀에 쏙 들어오는 말들이 많거든. 그건 그거대로 좋은거구, 소소한 부분에까지 찬찬히 눈길을 돌려야해. 혹은 그냥 있어도 소소한 부분들이 가랑비에 옷젖듯이 메마른 심장을 촉촉하게 만들어주기를 기다리던가.

투닥투닥 농담따먹기하는 로렌과 건축가인 아더와 그의 죽마고우인 폴이 있어. 그리고 시간을 좀 더 거슬러 올라가면 아더의 엄마인 릴리와 앤서니도 있고, 그리고 막판에는 나탈리와 필게즈도 나와.

육개월여동안 영혼의 모습으로 홀로 지내야했던 로렌의 모습. 그건 유령소설이 아니라도 볼 수 있어. 로렌이 아더를 발견하고 말하지. " 난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아요. 내가 그들을 볼 수 있다고 해도 그건 행복보다 불행을 더 안겨주지요. 연옥이란 것이 아마 그럴 거예요. 영원한 고독."  내가 좋아하는, 아니 숭배하는 뮤지컬 '시카고'에도 비슷한 사람이 나와 음.. 이름이 뭐더라, 이름은 기억 안나는데, 그는 자기 자신을 ' 셀로판지' 라고 불러. '나는 셀로판지, 나는 셀로판지. 내가 옆에 있어도 사람들은 나를 보지 못하지.' 몸을 좌우로 까닥까닥 거리면서 우울한 표정으로 하얀 장갑을 끼고 마임하듯 노래를 부르지. 별로 안 나오는데, 인기최고야. 별로 웃기지도 않은 춤을 보면서 사람들은 ( 물론 나를 포함해서) 과하다 싶을정도로 웃지. 아마 ' 나는 셀로판지가 아니야.' 라고 믿고싶은건가봐.

아무튼. 그런 '로렌'을 '아더'는 봐. 보고, 느끼고, 만지기까지해. 그러니깐 이건 비록 유령, 아니 귀신, 아니 영혼하고의 사랑이지만, 플라토닉하기만 한건 아니라는거지. 

이 세상에서 '로렌'을 보고 느끼는 사람은 ' 아더' 뿐이야. '로렌'이 이야기할 수 있는 단 한사람도 '아더'뿐이지. 서로에게 그렇게 유일한 존재야. 그들은. 감동적이지 않아? 뭐, 그냥 그렇다구? 어쩔 수 없지. 난 마르크레비처럼 입담꾼은 아닌걸. 그럼 읽어보던지.

아무튼 유령이 아니 영혼의 모습으로도 현실적인 로렌은 자신때문에 아더가 망가지는게 싫어. 미래가 없는 모습에 서로 기대야하는게 싫어. 그래서 자꾸 물어, '나한테 왜그러냐고' '나한테 더 이상 얽매여선 안된다고' 보통 남자가 현실적이고 여자가 감정적인데, 이 친구들은 그런거 없어. 근데 아더가 그래.'그럴 수 밖에 없다'고.  " 왜냐하면 따지고 계산하는 동안, 찬성할 것과 반대할 것을 분석하고 있는 동안, 삶이 흘러가며 아무것도 생겨나지 않기 때문이야." 라고. 이 친구 계속 보면 알겠지만 꽤나 행동파야. 원래부터 그랬는지, 아님 로렌을 만나서 그렇게 되었는지는 모르겠는데, 여튼. 앞으로 가는 방법밖에 모르는 것 같애. 처음에는 그녀가 그에게 자신이 영혼임을 믿어달라고 사정했는데, 이제는 그가 그녀에게 고민하지 않고 그녀를 돌 볼 수 있게 해달라고 자신을 믿어달라고 간청하는 지경이 되었어.

근데, 평소같으면 한심해보여야 할 아더같은 남자에 가슴이 마구 뛰어. 수줍고, 가슴 한 구석에 과거를 안고 있고 지극히 평온하면서 행동파인 이 남자.

이 이야기는 몇번이고 반복되는걸 보니 이 글의 테마쯤 되나봐. 아더가 잡으러온 은퇴를 앞둔 노 형사에게 또 말해.

"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을 당신은 믿을 수 없겠지만, 당신이 진정 내 이야기를 들으려고 한다면, 당신이 진정 나를 신뢰하고자 한다면, 아마도 마침내는 내 이야기를 믿게 될 것이고, 그건 내게는 무척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당신은, 당신도 모르는 사이에, 내 비밀을 나누어 가질 수 있는 하늘 아래 유일한 사람이 되었기 때문이지요."

뭐,굳이 그렇게 성심성의껏 진심에서 우러나와 ' 믿어주세요' 라고 말하지 않아도 '너를 믿어' 라고 서로 말할 수 있는, 점점 희미해지는 나의 모습을 뚜렷하게 봐주는 ' 너' 가 있었으면 좋겠어. 그럼 나도 '나비나 파리를 유심히 탐색하는 고양이처럼' 너를 지켜보아 줄텐데.

 

"내가 당신을 사랑한다고 말했던가?" 수줍어하는 어조로 그가 말했다.

"당신은 내게 사랑의 증거들을 보여줬어. 그게 훨씬 좋아." 그녀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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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 2005-03-30 1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뜬금없긴 하지만 <귀신은 산다>랑 비슷한 면이 있네요....

하이드 2005-03-30 1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뜬금없지만, 저도 그 생각 했어요 ^^
 
남아 있는 모든것
패트리샤 D.콘웰 지음 / 시공사 / 1994년 2월
평점 :
절판


엊그제 읽었던 '잔혹한 사랑'의 여운이 남아 내친김에 '남아 있는 모든 것'까지 읽어버린다. 잔혹한 사랑에 비해서 더 재미있고, 미스테리한 면도 더 많이 나온다. 검시관, 잔혹한 사랑에 이어, 스카페타 주변의 인간관계들이 더 정립이 되는 책이기도 하다.

단. 콘웰의 다른 작품들이 그렇듯이 범인이 마지막 몇십페이지에서나 나타나는 쌩뚱맞은 면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어쩌면 탐정김전일 식의 ' 범인은 이 곳에 있어' 에 너무 익숙해져서 콘웰식의 범인등장이 낯설었던건지도 모르겠다. 사실, 현실에서는 이 책에서처럼 FBI건 CIA건 경찰이건 법의관이건 몇년이고 삽질하다가 ( 결코 범인이 잘나서만은 아니고) 범인이 계획했던 완전범죄가 무수한 변수속에서 어그러지는 그 순간. 그리고 그 순간이 또 우연이건, 필연이건 적절한 사람의 눈에 띄어서 마침내 잡히게 되는 것이리라.  그 와중에 미결사건들도 널리게 되는 것이고.

원제는 all that remains이다. postmortem , body of evidence 에 이어서, '법의관'이라는 직업을 강조하는 원제이다.

앞의 두 작품과 비교해본다면 '검시관'이 법의관으로서의 스카페타의 직업에 대한 세세한 부분이 적절히 묘사되고 그녀의 성품과 일적인 갈등, 고뇌가 부각되었다면 '잔혹한 사랑'에서는 직업적인 면보다는 옛연인이 나타나는등 주변의 인간관계와 사건이 더 많이 나온다.

이 작품 ' 남아 있는 모든 것'은 팔년에 걸친 연쇄살인 사건에 초점을 두어 추리소설적인 재미로는 셋중 최고였다. 주인공인 '스카페타 검사' 외에도 성공한 여러 여성상이 나오는 점도 볼거리다.

새로 나온 책의 제목이 '하트잭'인건 쌩뚱맞다!  백배쯤 나은 제목 지을 자신 없으면 원제에 충실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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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5-03-29 1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말에 공감합니다. 흔적이 더 재미있음을 알려드립니다^^

울보 2005-03-29 1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작가 작품 좋아라 해요,,
남아 있는 모든것도 너무 재미있게 읽었어요,,

panda78 2005-03-29 2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동감! 하트잭이 뭠니까! 버럭!
예전에 나온 것들은 다 읽었는데 뭐가 무슨 제목이었는지는 기억이 가물가물..;;
흐흐. 그래도 다 일정수준 이상의 재미는 보장하던데요.

비츠로 2005-03-29 2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작가의 책을 헌책방에서 몇권 사 놓고 있는데 시간 내서 한번 봐야겠군요.

하이드 2005-03-29 2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이번에 님들 덕분에 다 구했어요. ㅜ.ㅜ 감사합니다.
비츠로님, 재밌어요. 근데, 왠지 여자들이 더 좋아할 것 같은 책들인데. ^^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