뼛속까지 뉴요커의 중국을 여행하는 세 가지 방법 - 순도 99% 공산주의 중국으로의 시간 여행
수잔 제인 길먼 지음, 신선해 옮김 / 시공사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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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가깝지만 먼 나라. 친근하지만 아직은 많이 낯선 나라. 나에게 중국은 그렇게 다가온다. 차갑고 세련된 도시 뉴욕에서 자란 두 아가씨들의 중국 여행기라는 말과 제목에서 느껴지는 유쾌함이 책 속에 내내 묻어있을 것 같아 고른 책이었다. 처음의 기대와 달리 사진 하나 없이 활자로만 가득한 책이라 조금 의아하기도 했지만 작가의 유쾌한 입담에 책장은 수월하게 넘어가는 편이었다. 

 

1986년, 점성술을 좋아하고 페미니즘에 빠져 사는 수지와 부잣집 외동딸 클레어가 야심차게 준비한 세계일주를 위해 중국으로 떠나게 된다. 중국이 외국인들의 관광을 허가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다. 뉴욕에서 살다 중국으로 여행을 떠난 수지와 클레어에게 중국은 냄새나고 더럽고 온갖 벌레들이 득실거리는 곳이다. 즐겁자고 온 여행인데 가는 곳마다 불쾌하고 짜증나는 일뿐. 앞으로 이 역경을 어떻게 헤쳐나갈지 막막하다.

 

낯선 여행지에서 여자들이 꿈꾸는 로맨스는 다 똑같은가보다. 책 속의 수지도 여행지에서 우연히 만난 남자와 애틋한 로맨스를 즐겨보기로 하는데 클레어는 무슨 생각인지 혼자만의 생각에 빠져 속을 알 길이 없다. 낯선 환경에서 적응하지 못한 클레어는 처음의 긍정적인 태도는 어디로 사라져버리고 점점 패닉 상태로 빠져든다. 어쨌든 같이 여행을 왔고 남은 세계일주를 무사히 마치기 위해 수지는 클레어를 보살피게 된다.

 

수지와 클레어가 중국을 가기 위해 잠시 경유지로 들렸던 홍콩의 청킹맨션.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름이다 했더니 요 네스뵈의 <레오파드>에서 해리 홀레 형사가 스노우맨 사건을 해결하고 노르웨이를 떠나 잠수 타며 지냈던 곳이었다! 소설 속에 필요한 장치로 작가가 만든 가상의 공간인줄 알았는데 사실 존재하는 건물이었다니. 글로 전해져오는 청킹맨션의 독특한 아우라(?)로 인해 머릿속에 그림이 그려지듯 금방 떠올랐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 정말 신기한 경험이었다. ^.^

 

뼛속까지 뉴요커 두 아가씨들이 100% 공산주의 국가에서 새로운 문화를 접하고 그 속에서 여행의 참 맛을 느끼게 되는 일반적인 여행기인줄만 알았다. 뚜껑을 열어보니 철없는 두 아가씨의 패닉 상태가 불러온 상황들로 인해 여행기를 통해 얻어지는 평화롭고 여유로운 기분을 얻기에는 부족했지만 수다스런 저자의 입담과 여행중 만났던 사람들의 이야기에 웃기도 하다가 따뜻해지는 마음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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