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가 필요해
정현정.오승희 지음 / 21세기북스 / 2013년 2월
평점 :
품절


 

같은 사람과 여섯번째 연애를 시작하게 됐다. 똑같은 사람과의 연애인데 번호가 매겨진다. 만났다 헤어지고가 반복되다 보니 생기는 순서라고 해야할까. 연애를 시작할때마다 새로운 감정에 사로 잡히지만 마지막엔 결국 매번 똑같은 이유로 헤어졌다. 내가 사랑하는 것만큼, 내가 표현하는 것만큼 해주길 바랬지만 무뚝뚝한 그의 모습에 늘 실망만 하는 열매.

 

그녀를 정말 사랑한다. 그녀가 다른 사람을 만나고 있을때도 사랑한다. 마음 속 깊은 곳부터 우러나오는 사랑으로 그녀를 대한다고 생각했지만 그 마음이 온전히 닿기도 전에 그녀는 외면해 버린다. 그녀를 사랑하지만 어떻게 사랑해야 하는지 방법을 잘 몰라 늘 헤매기만 하는 석현.

 

연인과 남남 사이를 오가며 지냈지만 열매와 석현은 남매나 다름 없다. 담 하나로 나눠진 그들의 집때문에 서로의 집을 오가는건 자유롭다. 어릴적부터 그렇게 지내왔기 때문에 누군가 하나를 떼어놓고 설명하기엔 둘의 관계가 복잡하다. 그런 그들이 여섯번째 연애를 시작하게 됐다. 그런데 그들이 다시 연애를 시작하는 이유에 공감을 하지 못했다. 앞의 연애들이 사소한 오해로 끝났다 하지만 오랜 시간 남남으로 지내온 시간이 있는데 섹스를 하기 위해서 다시 연인이 된다고? 연인이 아니었던 시간까지 쭉 그랬으면 모를까 그게 아니었으니 공감을 불러 일으키기엔 조금 무리가 있지 않았나 싶다. 드라마로 먼저 방송된 소설이라 시청률을 잡기 위한 설정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아무튼 조금 어리둥절 하고 산만해서 집중 안되던 초반의 상황들은 열매가 지훈을 만나며 정리되고, 어느새 주인공들의 감정에 공감대를 형성하며 내 마음도 같이 설레어졌다. 이 드라마가 인기 있었던 이유가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불러 일으켰다는걸 알고 시작한 소설이었다. 작가들이 상상으로 만들어 낸 이야기인걸 알면서도 너무나 현실적인 그들의 사랑 앞에 냉정해지질 못했다. 서로에게 생채기만 남기는 사랑인데도 불구하고 그들의 마음에 공감될 수 있었던건 어쩌면 우리가 해왔던 사랑과 너무 비슷해서 일거다.

 

가슴 절절한 사랑은 아니지만 충분히 아프고 아렸던 소설. 봄바람이 살랑 살랑 불기 시작하니 로맨스라는 단어가 그리워져 선택한 소설이었지만 그들의 사랑에 절대 공감하며 대사 하나 하나를 곱씹었던 시간이었다. 누구나 하는 사랑이지만 내 사랑이 유독 다른 사랑보다 아프고 힘들다고 생각될때 읽으면 좋을 책. 힘든 시간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을 제시하지는 않지만 서로를 이해하고 기다려주는게 가장 큰 해결책임을 다시 깨닫게 해주기 때문이다.

 

 

p.107 

속수무책으로 끙끙 앓는다 하더라도, 30대는 지금 이 순간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아는 나이다. 여전히 모든 게 막막할지라도 숨을 한 번 깊게 쉬고 '모든 것이 괜찮다'라고 스스로를 다독일 수 있는 나이. 추억과 기억 사이에서, 이별마저도 내 삶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일이라고 받아들이기도 하는 나이.  

 

p.144 

행복하면서도 설레는, 연애의 일차원적인 감정이 끝나면 그때부터 진짜 연애가 시작된다. 갈등이 생기고 싸우고 화해하기를 반복하는 사이, 우리는 어디쯤에서 그 연애의 유효기간을 가늠하게 되는 걸까? 

마음을 더 이상 주고받을 수 없는 것. 서로의 바닥을 보면서 미련을 갖는 것. 지훈이 내린 연애 유효기간의 정의가 바로 그때부터라면 그의 말이 맞았다. 이 연애는 유효기간이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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