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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아줌마의 잉글리쉬 생활
김은영 지음 / 브레인스토어 / 2010년 11월
평점 :
내가 영국을 떠나온지가 이제 2년이 되어간다. 안가면 죽도록 후회할 것 같아서 갔고, 갔다오니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비록 지금은 그 때 배운 영어를 많이 잊어버리기도 했지만 그때의 추억만큼은 잊을 수 없었고, 나의 영국에 대한 지대한 관심과 사랑 덕분에 다른 사람에 비해서 영국이라는 나라에 대해서 더욱 많이 접하고 배울 수 있었다. 그럼에도 당시에 겪은 향수병과 무엇보다도 한국음식에 대한 그리움 때문에 지금도 종종 이렇게 맛있는 음식을 못 먹고 영국에서 어떻게 견뎠을까 싶기도 하다.
이 책은 영국에서 수학 선생을 하고 있고 영국인과 결혼한 아줌마 이야기이다. 영어에 관한 책이 아니라 그녀의 잉글리쉬 라이프에 관한 책이다. 워낙 다인종이 모여 사는 영국이다보니 국제 결혼한 커플도 많은데, 내가 처음 갔을 때 지냈던 홈스테이의 부부가 그랬었고, 내가 다니던 어학당의 선생님 또한 잉글리쉬가 아닌 인디안이었다. 유감스럽게도 그 인디안은 저자보다 훨씬 오랜 시간을 영국에서 지냈고, 영국인 남편과 딸을 두었지만 퍼펙트한 잉글리쉬 액센트도 아니고 스펠링도 가끔 헷갈려해서 선생으로서의 자질에 의심을 많이 했었다. 이 책을 읽다보면 저자와 남편과의 대화에 한글과 영어가 함께 나와 있는데, 읽으면서 내내 저자가 정말 이 정도의 영어를 구사할 수 있을지 궁금했다. 물론 책을 집필하는 과정에서 남편이 많은 도움을 주었겠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저자 스스로의 영어에 대한 자랑질에 읽기가 다소 부담스러웠다고나 할까.
나도 영국에 있을 때는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해서 그리움 반, 실망 반이었다. 영국이 이렇기 때문에 선진국의 반열에 올랐지만 한국은 아직 멀었다는 생각을 했기에 영국이 더 좋았었던 반면 영국인이 아니라는 괴리감에 슬퍼하곤 했었다. 책을 읽어보면서 내가 느꼈던 부분에 저자도 공감하는 점이 있었던 것 같다. 또 내가 영국에서 살아보긴 했지만 저자보다 훨씬 짧은 시간이었고 그저 많은 유학생들 중 하나에 불과했던지라 영국인 남편과 아들과 함께 살아가는 한국인으로 산다는 게 어떤건지 새롭게 알아갈 수도 있었다.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남편과의 대화에서 영어문장이 독자의 영어공부를 위한 것이라면 CD라도 준비해 줄 필요가 있었다고 보기에, 굳이 이렇게 집필할 필요가 있었나싶다. 어차피 영국에서의 라이프에 관한 책이라면 한국어로만 되어 있는게 더 깔끔하지 않았을까. (하긴 저자의 자랑질에 보탬이 된다는 취지라면 할 말이 없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