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는 폴라리스
미우라 시온 지음, 김주영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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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봄이라고 하기엔 날씨가 많이 더워진 요즘 카페에 앉아서 느긋하게 커피 한 잔과 함께 볼 수 있는 책으로 제격이라고 생각한다. 미우라 시온의 단편인데 일본소설 특유의 감성을 잘 살린 이야기들로 묶여 있는 책이다.

 

열 한 개의 단편이 누군가에게는 전혀 맥락이 잡혀 있지 않고 작가가 그저 끄적인 것 같다고 혹평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도 그럴것이 몇몇 단편은 매우 아쉬울 정도였다. 그저 커피 한잔과 함께 가볍게 볼 수 있는 책이라고나 할까. 살아가면서 느낄 수 있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라는 형식을 빌렸고, 문학의 매력인 관조에 충실한 듯 하다. 한 때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에 흠뻑 빠져서 살 때가 있었다. 세월이 많이 지난 지금 이 작가의 책에서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을 읽고 느꼈던 감성을 다시 한 번 느꼈다. 차이점이 있다면 이 소설에서는 지나치게 사랑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았다는 점이다. 담백하게 여러 소재를 파스텔처럼 은은하게 묘사했다고 해야 할까. 그런 점에서 보자면 전혀 부담스럽지 않고 너무 작위적이지 않아서 좋은 신선한 느낌이었다.

 

책의 뒤에 작가의 말이 없어서 아쉬웠다. 또한 책의 제목만 보면 단편인지 전혀 짐작하지 못할것이다. 단편소설보다는 장편소설을 좋아하는 내가 책을 고르고 잘못 골랐음을 읽으면서 알게 되었으니 제법 불친절한 책이었다고나 할까. 그러나 나오키상 수상 경력이 있는 작가이니만큼 이야기는 흡인력이 있었으니 짧은 호흡이면서도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독자를 사로잡는 매력이 있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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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터스 블랙 로맨스 클럽
리사 프라이스 지음, 박효정 옮김 / 황금가지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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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관조할 수 있다는 건 그만큼 성숙해짐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까. 지금의 나도 그럴 수는 있지만 나이듦에 대해서는 사실 그렇게 되기가 어렵다. 지금의 젊음이 사라진다는 것만 생각해도 낙오되는 기분인 것은 젊기 때문에 당연시 생각해왔던 일들에 무척이나 익숙해져왔기 때문이다. 젊기에 당연히 받아들일 수 있는 방황과 자유가 나이가 들면 책임으로 바뀔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벌써부터 그런 생각을 하면 두렵고, 아직까지 내게는 젊은 생각과 행동이 더 익숙하다. 이 모든 것은 젊은 외모를 갖추고 있고 체력을 갖고 있기에 가능한 것은 아닐까.

 

실제로 100세 이상 사는 것이 가능해진 사회에서 인간은 점점 노화되고 젊음을 되찾기 위해서 다른 10대들의 몸을 빌릴 수 있는 것으로 이 책은 시작된다. 전쟁 이후로 먹을 것이 없고 갈 곳은 잃게 된 소년과 소녀들은 돈 많은 늙은이들이 그들의 몸을 대여하는 일로 돈을 벌 수 있게 된다. 그 축에는 프라임 데스티네이션이라는 곳이 있고, 바로 이 곳에서 음모가 시작된다.

 

이 책을 단순히 상상에 의지한 판타지로 치부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단순하게 생각하기에는 시사하는바가 너무나도 크다. 100세 시대에서 인간은 끊임없이 젊음을 욕구하게 되고 부를 가진 자들은 충분히 그 젊음을 살 수 있는 시대가 되고 있다. 물론 이 책에서 다룬 것 처럼 비인간적인 형태의 매매가 아니라 각종 의료 시술로 젊은 외모를 갖추는 것에 불과하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상상할 수 있는 것 이상의 모든 것을 사고 팔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될 때 과학적으로 가능 할 때 이런 무시무시한 거래가 없을거라고도 장담할 수 없다.

 

가질 수 없는 것을 가질 수 있는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정의와 윤리가 퇴색될 수 밖에 없다. 이 책은 이를 충분히 보여 준 훌륭한 판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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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홍의 사람공부 - 사람이 기적이 되는 순간 정진홍의 사람공부 3
정진홍 지음 / 21세기북스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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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홍의 사람공부> 첫번째 책을 무척 인상적으로 읽었던 기억이 난다. 사실 내가 인문학을 전공했지만 아직도 인문학이 내 인생에 큰 영향을 끼쳤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 인간을 위한 학문이고 인간을 공부하는 학문이라는 뜻 자체도 모호할 뿐만 아니라 다른 학문과 달리 명확한 지식으로 다가오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학부 4년 동안 회의를 느꼈던 적이 매우 많았다. 솔직히 아직까지도 인문학이 무엇인지 제대로 가늠하기 어렵다.

 

그런 내게 인문학이 얼마나 중요하고 누군가의 인생에 얼마나 지대한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지 알려준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어른들이 읽는 위인전이라고 해도 무리가 없는데, 성공한 사람들의 생애와 철학을 망라해서 알려줘서 내 삶의 태도에 변화를 주는데 큰 영향을 준 듯 하다.

 

책에서 소개해준 사람들이 현재 살아있는 사람과 아닌 사람 그리고 동, 서양을 막론한 여러 명사들을 소개해주고 있는데 첫번째 책을 읽고 감탄했던 디테일함이 다시 한 번 놀라움으로 다가왔다. 누군가의 인생을 들여다본 것 뿐만이 아니라 여러 지식까지 덤으로 끼워졌기 때문에 더욱 유익했다. 그래서 책을 읽고 저자가 진행하고 있는 프로그램까지 챙겨 보게 되었다.

 

어린이들이 읽는 위인전이 있는가하면 어른들이 읽는 위인전도 있다. 위인전만큼 누군가에게 큰 자극이 되고 인문학의 표본이 되는 장르도 없는 듯 하다. 오랜만에 읽은 위인전이 내게 또 다시 자극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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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의 향기
제운 지음 / 지혜의나무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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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은 독실한 불교신자이시다. 그래서 나 또한 어렸을 적부터 부모님 손을 잡고 자주 절에 가곤 했었다. 내가 다닌 유치원도 불교 유치원이었기에 절을 하고 불경을 외우고 명상을 배웠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고등학생이 된 이후로는 거의 절에 가 본 적이 없다. 누군가 내게 종교를 물으면 무교라고 답을 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그러던 내가 해가 바뀐지 얼마 되지 않아서 부모님과 함께 오랜만에 절을 찾았다. 그 때의 느낌은 마치 세상 풍파에 찌들어 있다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안락함을 찾은 느낌이랄까.

 

그러나 어른이 된 이후 만난 주지스님과의 여러 대화에서 느낀 점은 스님도 한 명의 사람이라는 점이었다. 요즘 출가한 중들은 속세를 버리지 못하고 심지어는 가족과도 지속적으로 연락을 하고 만나는 사람들이 많다며 개탄하셨다. 또 절을 운영하기 위한 자금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말도 들었는데 이렇게 보았을 때 절도 어찌보면 그 성격만 종교적일 뿐이고 돈을 완전히 떠나서는 생각할 수 없음을 알게 되었다. 자본주의 사회 내에서의 종교활동이 돈을 떠나서 완전하게 신성해질 수는 없을테지만 그 정도를 넘어서 개신교의 타락만큼이나 불교가 그렇게 변질되는 건 아닌지 염려스러웠다.

 

살벌한 세상 속에서 심신의 안정을 찾을 수 없을 때면 스님이 쓴 에세이가 내게는 도움이 된다.  이 책 또한 그런 기대를 하고 읽어보게 되었다. 요즘은 예전같이 차를 고집하지 않고 핸드드립 커피를 마시는 절의 문화가 흥미로웠고 어린 나이에 출가해서 여러 지역의 사찰을 옮겨다니며 겪은 저자인 스님의 에피소드도 재미있었다. 그러나 소프트웨어적인 부분보다 하드웨어적인 부분을 꼬집어서 말하자면 문체가 자연스럽지 못해서 읽기 힘들었고, 간혹 내용 파악이 안 될 때도 있었다.

 

여러가지로 아쉬움이 느껴지는 책이었다. 오랜 시간 스님으로서 살면서 보통 사람들이 궁금해 할만한 에피소드와 도움이 될 만한 불교적인 가르침을 기대했는데 아픈 사람들을 치료해줬다는 등의 무용담이 책의 퀄리티를 더 떨어트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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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 세상을 읽는 생각의 프레임 상상에 빠진 인문학 시리즈
송규봉 지음 / 21세기북스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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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위 말하는 길치인 나는 지도와 전혀 친하지 않는 삶을 살아왔다. 여행지에서도 지도보다는 누군가에게 길을 물어보면서 낯선 곳을 찾는 방식이 더 익숙했는데 이젠 거의 모든 사람에게 종이 지도가 예전만큼의 위력을 발휘할지는 의문이다. 이동하면서 충분히 길을 찾을 수 있는 도구인 스마트폰과 네비게이션이 보편화 된 만큼 앞으로 '지도'라는 단어가 후대의 사람들에게는 종이지도가 아닌 모바일 기기 속에 포함된 기능으로 인식될 확률이 크기 때문이다.

 

GIS분석가로 활동하고 있는 저자는 지도가 비단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지도 하나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우리 몸 속의 이상징후를 첨단 기계를 통해서 명징하게 밝혀내주는 MRI와 CT또한 사람의 신체를 대상으로 한 지도일 수 있고, DNA 염기서열 또한 지도에 포함될 수 있다고 한다. 이렇게 보았을 때 지도라는 것은 앞으로도 다양한 형태로서 무한한 가능성을 지니는 도구가 될 수 있고, 학제간 연구의 흥미로운 소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나처럼 지도와 친하지 않은 독자가 이 책을 읽는다면 아마 누구나 놀랄 것이다. 지도라는 아이템 하나로 이토록 많은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는 게 경이로울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책을 읽다보면 책의 주제와 부합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는 것은 사실이고, '기로'를 '귀로'라고 하는 등의 어이없는 오타가 책의 이미지를 충분히 깎아내릴 수 있을 것이다. (인문학의 중요성에 대해 거듭 강조하면서 무식하게 틀리는 맞춤법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것인지 황당할 따름이다.)

 

책을 읽고 난 후에는 지도가 그저 내가 생각한 지도 하나의 의미에 국한되지 않게 되었다. 넓게는 GPS와 GIS 등에 대한 정보도 알 수 있었고, 세상을 읽는 세상의 프레임으로 지도만한 것이 없음을 절실히 깨닫게 되었다. 같은 공간이 시간이 변함에 따라 어떤 지도로 바뀌는지를 알 수 있는 것이 바로 세상의 변화를 절감할 수 있는 하나의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음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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