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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문의 향기
 제운 지음 / 지혜의나무 / 2011년 9월
 평점 :  
     
 
        
            
            
            
            
            
            
            
부모님은 독실한 불교신자이시다. 그래서 나 또한 어렸을 적부터 부모님 손을 잡고 자주 절에 가곤 했었다. 내가 다닌 유치원도 불교 유치원이었기에 절을 하고 불경을 외우고 명상을 배웠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고등학생이 된 이후로는 거의 절에 가 본 적이 없다. 누군가 내게 종교를 물으면 무교라고 답을 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그러던 내가 해가 바뀐지 얼마 되지 않아서 부모님과 함께 오랜만에 절을 찾았다. 그 때의 느낌은 마치 세상 풍파에 찌들어 있다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안락함을 찾은 느낌이랄까. 
 
그러나 어른이 된 이후 만난 주지스님과의 여러 대화에서 느낀 점은 스님도 한 명의 사람이라는 점이었다. 요즘 출가한 중들은 속세를 버리지 못하고 심지어는 가족과도 지속적으로 연락을 하고 만나는 사람들이 많다며 개탄하셨다. 또 절을 운영하기 위한 자금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말도 들었는데 이렇게 보았을 때 절도 어찌보면 그 성격만 종교적일 뿐이고 돈을 완전히 떠나서는 생각할 수 없음을 알게 되었다. 자본주의 사회 내에서의 종교활동이 돈을 떠나서 완전하게 신성해질 수는 없을테지만 그 정도를 넘어서 개신교의 타락만큼이나 불교가 그렇게 변질되는 건 아닌지 염려스러웠다.
 
살벌한 세상 속에서 심신의 안정을 찾을 수 없을 때면 스님이 쓴 에세이가 내게는 도움이 된다.  이 책 또한 그런 기대를 하고 읽어보게 되었다. 요즘은 예전같이 차를 고집하지 않고 핸드드립 커피를 마시는 절의 문화가 흥미로웠고 어린 나이에 출가해서 여러 지역의 사찰을 옮겨다니며 겪은 저자인 스님의 에피소드도 재미있었다. 그러나 소프트웨어적인 부분보다 하드웨어적인 부분을 꼬집어서 말하자면 문체가 자연스럽지 못해서 읽기 힘들었고, 간혹 내용 파악이 안 될 때도 있었다. 
 
여러가지로 아쉬움이 느껴지는 책이었다. 오랜 시간 스님으로서 살면서 보통 사람들이 궁금해 할만한 에피소드와 도움이 될 만한 불교적인 가르침을 기대했는데 아픈 사람들을 치료해줬다는 등의 무용담이 책의 퀄리티를 더 떨어트린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