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의 품격
신노 다케시 지음, 양억관 옮김 / 윌북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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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제목만으로는 매우 말랑말랑한 연애소설일 것이라고 기대했다. 표지는 한 몫 더 한다. 요컨대 무척 기대되는 연애소설이라고 믿었다. 책을 읽어보기 전에는 말이다.

 

제목이 무색하다. 오히려 프로페셔널한 색깔이 더 강하다. 공항 내에서 여객들의 수속을 밟는 일명 센딩을 하는 직업의 인물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사명감을 가지면서 일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또 그 과정에서 다양한 여객들과의 에피소드를 담아낸 책이다.

 

공항에서 일하는 많은 직업군들 중에서는 승무원이나 조종사 정도만 알고 있었을 뿐, 이런 직업이 있었는지는 책을 읽기 전에 알 수 없었다. 흔히 말하는 '감정 노동자'로서의 서비스직인데, 30세의 남자 주인공을 통해 알게 된 것은 그들이 베푸는 친절이 진정한 마음에서 우러나올 수도 있지만 직업 의식의 일환인 경우가 더 많다는 것이다. 오전 반, 오후 반으로 나뉘어져서 탑승 과정에서 최대의 친절을 베풀고 고객의 만족감을 느끼게 하는 것이 그들의 임무이다. 비록 소설로 그려졌지만 이들의 프로페셔널한 모습이 더 없이 멋있게 느껴졌다.

 

이런 소설을 '샐러리맨 소설'로 분류하는데, 내가 읽어 본 일본 소설에서는 처음 접하는 장르이다. 전편인 <공항의 품격>이 나오키상 후보작에 올랐다고 하는데, 이 책을 먼저 읽고 내용 이해를 제대로 못 한 부분이 아쉽다. 솔직히 내용 자체가 조금은 산만한데다가 억지스러운 면도 있었는데 이 부분이 일본소설만의 정서 차이인지 이 소설의 특색인지는 잘 모르겠다.

 

직장생활을 아직 1년도 채우지 않은 내가 때로는 지칠 때가 있는데, 사명감을 잊거나 체력적으로 지치거나 그 외의 수많은 요인들 때문이다.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이런 감정을 느끼면서도 늘 아침에 자동적으로 일어나 회사로 향하는 그들을 우리는 '직장인'이라고 부른다. 이런 우리에게 또 다른 직장인들의 애환을 담은 샐러리맨 소설이 더욱 와닿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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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니티 - 신의 불을 훔친 인류 최초의 핵실험
조너선 페터봄 지음, 이상국 옮김 / 서해문집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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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시마 원자폭탄에 대해서 알고 있었던 것은 그저 역사책의 한 줄로서 간략하게 설명된 정도에 그쳤었다. 그 내막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고 있었지만 알 수 있는 방법은 별로 없었다. 이 책이 아니었다면 평생 그 한 줄의 지식으로만 만족해야 했을 것이다.

 

그래픽 노블이 익숙하지 않았던 나는 만화와 소설은 분리될 수 밖에 없는 장르라는 생각이 강했었다. 이 또한 이 책을 읽기 전까지이다. 그래픽 노블이기에 더욱 흡인력 있을 수 있었고 오히려 더욱 이해하기 쉬웠기에 여러모로 <트리니티>가 내게 가져다 준 선물은 적지 않은 것이다.

 

요컨대 원자폭탄이 만들어진 과정을 그래픽으로 밀도 있게 그려냈기에 오히려 글로써 전해지는 메시지보다 훨씬 이해하기 쉬웠다. 또한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상황에 대해서도 냉정하게 다루었기에 이 책은 그 당시의 과학의 발전과 역사 및 정치에 대한 집약체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한다고 생각한다.

 

내용의 중심에는 천재 과학자로서 원자폭탄 발명에 한 획을 그은 ‘로버트 오펜하이머’가 등장한다. 로스 앨러모스에서 다른 여러 과학자들과 함께 국가의 존망을 결정지을 수 있는 무기 생산에 사명을 다하지만 결국 원자폭탄의 투하로 수많은 사람들의 죽음을 목도한 후 그는 회의에 빠지게 된다. 그러나 이미 역사는 돌이킬 수 없고, 현재까지도 많은 국가에서 지구를 멸망시킬 수 있을만한 위력의 무기를 가지고 있다. 천재들의 노력이 낳은 산물이 결국은 지금까지도 무기를 보유해야만 하는 평화라는 아이러니함을 남긴 것이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점은 인간의 탐욕에 의한 원자폭탄의 과도한 실험이 결국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조금씩 방사능에 노출되게끔 만들었다는 점이다. 몇몇 인간에 의한 잘못된 선택이 결국은 역사를 더욱 재앙으로 몰아넣은 것은 아닌지에 대해서 냉정히 고찰해보아야 할 점이다.

 

단연 최고의 책이었다. 짧지만 더 없이 밀도 있었고, 짧지만 더 없이 강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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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팬 인디고 아름다운 고전 시리즈 17
제임스 매튜 배리 지음, 정지현 옮김, 김민지 그림 / 인디고(글담)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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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피터 팬의 내용이 정확히 어떤 것인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그렇지만 피터 팬의 이미지가 동심에 가까운 것이니만큼 어린이에게 꿈과 희망을 상징하는 캐릭터라는 것은 막연히 알고 있었다.

 

요즘 동화를 소설처럼 풀어쓴 책을 많이 볼 수 있는데, 이런 책들의 공통점은 삽화가 동화의 삽화보다 더욱 멋있다는 점이다. 이 책 또한 그러하다. 그러나 내용은 어딘가 모르게 잔인하다. 내가 알고 있는 <피터 팬>이 맞나 싶을 정도다.

 

웬디와 동생 둘이 한밤 중에 찾아온 피터 팬과 팅커 벨의 유혹에 못이겨 함께 네버랜드로 날아가서 해적 후크를 물리치고 다시 부모님이 계시는 집으로 돌아온다. 웬디는 네버랜드로의 여행을 평생 간직하며 어느 순간 엄마가 되고 피터 팬은 웬디의 딸과 함께 또 네버랜드로의 여행을 떠난다. 이처럼 피터 팬은 영원히 어린 아이로 남게 되지만 네버랜드로 여행을 함께 떠났던 친구들은 어른이 되어간다는 내용이다. 단순한 내용이지만 묘사 과정이 동화의 느낌과는 거리가 멀다.

 

물론 솔직히 내용 자체가 흡인력이 없는 이유도 있지만, 번역도 너무 읽기 힘들게 되어 있다. 자연스럽지 못한 번역투의 문장이 책장을 쉽게 넘길 수 없게 만들었기에 멋진 삽화가 무색해진 느낌이다. 겨울 밤, 잠들기 전에 읽기 좋은 책이라고 쉽게 생각했었는데 이 책 한 권 모두 읽기가 너무 힘들었다. 겉으로만 그럴듯하게 만들었을 뿐 번역은 실망스럽기 그지 없다.

 

어른들을 위한 동화이기에 싸우는 장면이 잔인하게 묘사된 것도 동화 <피터 팬>의 이미지와 환상을 갖고 읽는 독자에게는 거부감을 줄 수도 있을 것 같다. 여러가지 점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한 <피터 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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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크 드라이버의 자동차 아는 여자
정은란 지음 / 지식너머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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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을 많이 하는 편은 아니지만 한번 씩 하다보면 기분이 나빠지는 경우가 더러 있다. 특히 강남처럼 차가 많은 곳에서는 사고도 빈번하고 이 과정에서 운전자들끼리 험한 말로 싸우는 경우도 많이 보았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이 성격이 급하다고 하는데 운전할 때 보면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양보라는 것은 아예 있어서는 안 된다는 듯 이기주의가 만연해 있다.

 

여성 운전자들의 수가 늘어난 요즘은 ‘김여사’라는 어설픈 운전실력으로 남들에게 피해 주는 여성 운전자에 대한 비하하는 단어까지 생겨났다. 나 역시 같은 여성이지만 가끔 이런 김여사들을 보면 짜증이 날 수 밖에 없다. 그렇지만 진상 중의 진상들은 여성보다는 남성들이 더 많았다. 남성들 중 성격이 걸레보다 더 더러운 경우는 아예 대놓고 욕질 먼저 한다. 사실 여성 운전자들이 답답하게 운전을 해서 남들에게 피해를 주거나 교통 법규를 어겨서 사고가 날 뻔한 경우들이 많지만 이렇게 추태를 부리는 경우는 별로 본 적이 없다. 이 책은 김여사라는 명칭을 들어가면서까지 편견에 사로잡힌 많은 여성 운전자들을 위한 책이다.

 

대체적으로 남성들이 차를 비교적 더 좋아하고 운전을 잘 하는 것은 맞다. 그들의 차에 대한 관심은 자연스럽게 차에 대한 욕심과 차를 소유하고 나서도 튜닝을 비롯한 관리까지 심혈을 기울이는데, 가끔은 이해가 잘 안 되는 경우도 있다. 나는 차에 대해 큰 관심이 없는 편이지만 지나치게 아끼거나 관리를 하는 편도 아니다. 그렇지만 이 책을 읽다보면 내가 차에 대해서 너무 무지한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게 된다. 이 책은 그야말로 차에 대한 전체적인 매뉴얼이라고 하면 되겠다. 차 종류부터 관리법 및 튜닝 종류까지 유용한 정보가 모두 담겨 있다.

 

여성이 대체로 운전을 할 때 남성들보다 감이 별로 없는 것은 맞다. 나도 운전을 잘 하는 편이 아닌데다가 겁까지 많아서 웬만하면 운전대를 잘 안 잡으려고 한다. 그렇지만 계속 이렇게 차와 멀어지다가는 아예 운전대를 잡는 것 자체가 두려워지는 것은 아닌지 염려가 된다. 이 책이 내게 준 의미는 유용한 정보보다도 차와 좀 더 친해질 수 있는 계기를 준 것이다.

 

운전을 잘 하려는 노력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차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에 능통하고 메커니즘을 잘 아는 것이다. 그 시작을 이 책과 함께 하는 것은 좋은 선택인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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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결의 역습 - 청결 강박에 사로잡힌 현대인에게 전하는 충격적인 보고서
유진규 지음, 미디어초이스 방송제작 / 김영사on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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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로 말할 것 같으면 그야말로 위생의 신이라고 할 수 있겠다. 결벽증 정도는 아니지만, 늘 청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살고 있기 때문이다. 식당에 가면 수저는 뜨거운 물에 한 번 담군 후에 써야 안심이 되고 왠만하면 화장실 문 손잡이는 아예 안 잡으려고 한다. 처음부터 이렇지는 않았다. 어렸을 적에는 세균에 대해서 무지한 채로 더러운짓(?)도 자주 했는데, 크면서 어머니의 위생에 대한 관념이 커지면서 내게도 그대로 전해져 내려온 것이다.

 

굳이 집에서 이런 가치관을 전해 받지 않더라도 우리는 항상 세균은 나쁘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메스컴에서 항상 다루고 있는 부분인데다가 향균제품의 광고에서는 그야말로 세균이 악마라는 것을 의인화해버리기 때문이다. 얼마전에는 지하철의 의자가 얼마나 더러운지에 대한 뉴스를 보고 기겁을 하기도 했었다. 이런 뉴스와 광고들은 사람들을 점점 항균에 대한 강박관념을 갖게 한다. 나 또한 그런 강박관념을 가진 사람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내가 얼마나 잘못된 생활방식으로 살고 있는지를 알게 되었다. 요컨대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에는 세균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은데 그 중에는 유해균도 있지만 유익균도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요구르트로 섭취하는 비피더스균과 같이 잘 알려진 유익균 뿐만이 아니라 위암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유해균인 헬리코박터균도 유익균의 역할을 한다고 한다. 세균에 대해서 무조건 퇴치를 해야 한다는 사회적 인식이 이와 같은 유익균까지 퇴치하게 만들며, 이는 알레르기 및 아토피 피부염을 발생시키는 원인이 되어버렸다. 실제로 아프리카인들의 경우에는 이런 질환이 거의 없다. 그들은 늘 전통식단으로 토양에서 발생하는 유익균을 섭취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알레르기와 아토피는 사회적인 발전이 이루어진 나라일수록 더욱 늘어났다. 바로 위생적인 환경을 고집하며 세균에 대한 무조건적인 퇴치가 가져온 실상이다.

 

최근에는 여러 질병을 유익균 섭취인 프로바이오틱스로 퇴치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이제 인간 유전자에 대한 연구에서 세균에 대한 연구로서 여러 질병을 퇴치할 수 있는 시대로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그 전에 우리 모두 세균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먼저 타파해야 할 것이다. 세균은 적이기도 하지만 친구이기도 한 사실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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