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아이스 RHK 형사 해리 보슈 시리즈 2
마이클 코넬리 지음, 한정아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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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아이스>는 해리보슈 시리즈의 두 번째 책이다. 가장 최근의 번역본인 <나인 드래곤>까지 갔다가 갑자기 시리즈의 초기 작품까지 넘나드니 다소 정신이 없다. 일단 해리 보슈의 가장 큰 변화는 담배를 끊은 것이며, 담배를 끊기 전이 시리즈의 초반부이고 끊은 후가 후반부라고 내 나름대로 구별을 해 놓았다. 그러니까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인 이번 편에서 보슈는 엄청난 골초로 등장한다.

 

이번 편은 조금 더 각별하다. 왜냐하면 얼마전에 갔던 대만 여행에 책을 가져갔는데, 이번 여행은 몸과 마음의 휴식을 컨셉으로 한 힐링여행이기에 당연히 내 사랑 해리 보슈와 동행하지 않을 수 없었다. 스타벅스에서 오전 시간 내내 읽고, 오는 길에 비행기에서도 짬짬히 읽었다. 그래서 이 작품은 작품성을 떠나서 내게는 더욱 각별하다.

 

오래전부터 궁금했던 게 있는데 정말 '멕시코'라는 나라는 위험할까라는 점이다. 헐리우드 영화에서 멕시코는 굉장한 마약 제국으로 각인을 시켜놓은 바람에 멕시코 사람이라고 하면 좋은 이미지를 가질 수가 없다. 해리 보슈의 작품이 그야말로 미국인의 스테레오타입을 자명하게 보여준다는 점에서 이번에도 멕시코를 '블랙 아이스'라는 신종 마약 루트로 그려놓았다. <나인 드래곤>에서 홍콩을 미개한 문화를 지닌 동양의 국가로 묘사했듯이 말이다. 이런 점에서 마이클 코넬리는 그야말로 그냥 그렇고 그런 생각 없는 미국인 작가로 여겨질 수 밖에 없을 듯 하다.

 

어쨌든 리뷰를 쓸 때마다 마이클 코넬리에 대해서 혹평을 서슴치 않지만 해리 보슈 시리즈를 놓을 수 없는 이유는 단순히 '재미있기' 때문이다. 내가 보슈의 시크함에서 빠져 나올 수 없는 독자라는 이유도 있다.

 

이번 편에는 해리 보슈의 사랑스러운 여자 동료가 아직 등장하지 않는다. 그 대신 죽은 동료 형사의 부인인 실비아와 사랑에 빠진다. 다음 편에도 실비아가 등장할 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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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트 라이트 RHK 형사 해리 보슈 시리즈 9
마이클 코넬리 지음, 이창식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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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가을은 해리 보슈 시리즈 완독으로 컨셉을 정했다. 비록 시리즈를 뒤죽박죽으로 읽고 있긴 하지만, 해리 보슈의 매력에 빠져드니 시간 가는 줄 모르겠다. 솔직히 말하자면 마지막 시리즈인 <나인 드래곤>을 읽고 다소 실망하긴 했다. 해리보슈에게 실망했냐고? 그렇게 말하자면 다소 웃기겠다. 제대로 말하자면 마이클 코넬리에게 실망했다고 하는 편이 옳을 수도. 미국인으로서 작품의 배경인 홍콩에 대한 묘사가 매우 거북했기 때문이다. 놀랍게도 이 지적은 비단 나만 했던 것은 아니었다. 다른 리뷰에서도 많이 봤다. 그 정도로 민감한 부분을 생각없이 집필했다는 뜻이다. 번역을 제대로 했다는 전제하에서 말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번 작품에서도 해리 보슈에 대해 실망하지 않을 수 없다. 어찌된 일인지(전편을 읽어보지 않아서) 그가 경찰을 그만두고 혼자서 뛰어든 사건을 해결하는 에피소드인데, 단순한 살인사건 하나가 그 시일 전 후에 일어난 여러 사건들과 묘하게 겹쳐지는 걸 발견한 보슈 혼자 비밀을 파헤치게 된다. 경찰이 아니기 때문에 배지도 없고, 영장도 신청 할 수 없다.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식이다. 그 과정에서 그의 옛 동료 둘이 총기사건에 연루되어 한 명이 사망하고 한 명은 식물인간으로 몸이 완전히 마비된 채 평생을 휠체어 생활을 하게 된다. 그런데 해리 보슈의 냉혈한 캐릭터를 여기서 발견하게 된다. 인간으로서 기본적인 의식주 충족조차 남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그에 대한 해리 보슈의 태도와 생각이 전혀 인간적이지 않았다. 점점 읽을 수록 해리 보슈라는 인물이 마이클 코넬리와 겹쳐지게 되며 사진 속의 저자는 저런 사람일까라는 궁금증이 생긴다. 암튼 보슈의 매력이 책을 읽을수록 실망으로 변하는 건 유감이다.

 

그건 그렇지만, <로스트 라이트> 역시 영화로 만들어도 손색 없을 줄거리임은 틀림없다. 마이클 코넬리의 작품들이 대체로 그렇다. 그러나 나는 영화나 드라마보다도 책을 훨씬 좋아하기 때문에 사건의 해결을 활자로 인내심 있게 탐독하는 재미는 그 어떤 매체도 대체할 수 없다.

 

사실 위에 언급한 여러가지 이유로 해리 보슈가 질릴만도 한데 전혀 그렇지 않다. 지금까지 나온 시리즈의 다른 작품들을 읽어보면 해리 보슈가 내 머릿속에서 완전체로 굳어질 수 있을까? 그런데 아주 옛날에 읽었던 <트렁크 뮤직>과 <콘크리트 블론드>에서 내가 어설픈 작품이라고 혹평을 했던 리뷰를 발견했다. 아마 초창기의 작품에서 해리 보슈의 성격에 저자의 확고함으 가미되지 않았었던 것 같다. 그러면 답은 하나다. 빨리 <나인 드래곤>의 다음 편이 출간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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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긴 어게인 여행 - 인생 리셋을 위한 12가지 여행법
이화자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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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부터 나 스스로 느낀 것은 산다는 것은 어쩌면 지옥이 아닐까 싶은 것이다. 중학교 1학년 때 집 앞에 있는 입시학원이라는 걸 처음으로 다녀봤었는데 밤 10시까지 자율학습이라는 걸 해야 했다. 게다가 주말도 없이 마치 닭장 같은 공간에 애들 몇 명 앉혀놓고 앞에서 선생이 열심히 떠드는 환경에 적응하기란 꽤나 힘들었다. 몇 달 다니다가 지하주차장 벽에 매직펜으로 '훨훨 날고싶다'뭐 이런 메세지를 써놓고 땡땡이를 쳤던 기억이 난다. 언제 이런 삶을 그만두고 자유롭게 살 수 있을까 싶었다. 그런데 중학교 2학년이 되고 3학년이 되어도 자유는 커녕 강도는 더 심해진다. 그리고 고등학교 삼 년은 더 지옥이었다. 학원에서 했던 시스템이 학교에서 행해졌다. 10시까지 야자를 하지 않으려면 미술을 한다던가 다른 계통의 학원을 다닌다던가 마땅한 사유가 있었어야 했다. 그 당시 내 삶은 우울함 그 자체였다. 이상할 정도로 내 주변의 다른 또래들은 그런 환경에 잘 적응을 했다. 나는 답답해서 미쳐버리는 줄 알았는데... 지금에서야 학문이라는 건 인간이 되기 위해서 꼭 배워야 하는 것이며 공부라는게 재미있는 것이라걸 깨닫게 되었으나 그 당시에는 공부는 그냥 구토가 나오는 것이었으며 시험은 지옥이었다.

 

무사히 자퇴하지 않고 꾸역꾸역 다닌 끝에 졸업장이라는 걸 받게 되었고, 원하지 않은 대학에서 반수라는 걸 해서 다른 대학에 가게 되었다. 진정한 자유가 주어졌다. 이런 자유를 어떻게 써야 하는지 몰라서 머뭇거리다보니 벌써 졸업을 하게 되었다. 진로 따위에 대해서 막연하게 생각해둔 것을 이루기에 너무 힘겨운 걸 깨닫게 되고 포기했다가 다시 결심하기를 반복. 도대체 삶은 무엇인가? 나이 서른이 넘어서 곰곰이 생각을 해보면 왜 이렇게 나는 행복을 향해 힘겹게 나아갈 수 밖에 없는 것인지... 슬퍼진다. 오래전에 영국에서 일 년 가량을 살았던 적이 있는데, 그 때 느꼈던 것은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잘못 태어났다는 것이다. 그때가 되어서야 내가 비정상이 아니라는걸 느꼈다. 한국사람보다도 훨씬 자유와 인간의 존엄함을 누리는 영국사람들을 보고 알았다. 내가 한국에서 살아야 할 팔자는 아니라는 것을.

 

여전히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뭐랄까.... 지금 여기서는 인공호흡기로 간신히 생명을 이어간다고나 할까. 그런 내게 조금이나마 낙이 되는 것은 바로 '독서'와 '여행'이다. 두 개의 공통점은 바로 '현실도피'. 루저냐고? 뭐 그렇다고 해도 할 말 없다. 한국인이라면 으레 가져야 할 경쟁심보다 자유와 평화를 사랑하니까. 독서는 내게 '밥'이라면 여행은 내게 '비타민'이다. 비타민은 늘 땡기는데 먹기가 힘들다. 그래서 비타민을 밥으로 섭취한다. 여행책이다.

 

<비긴 어게인 여행>. 제목이 와닿는다. 내게 비타민으로서의 여행과 어쩌면 일맥상통하는 의미인지도 모르겠다. 책의 내용이야 뻔하다. 저자가 여러 국가 다녀보고 끄적이고 사진 올린 것들. 그런데 이 책이 내게 색다른 의미를 주는 이유는 바로 '아! 이런 나라가 있구나! 정말 꼭 가보고 싶다'라고 느끼게 해준 국가가 몇 개 있기 때문이다. 바로 조지아와 아제르바이잔이다. 어디에 있는 곳인지도 몰랐던 나라인데 이토록 착한 사람들이 많은 곳들이 있다니... 놀라웠다. 내게 여행하는 나라가 아름답게 느껴지는 계기는 바로 '좋은 사람들'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 두 나라의 사람들은 한국의 '정'처럼 여행객이라도 경계하지 않고 집에 초대해서 아침을 대접하고, 찻집에서 차를 마시다가도 망설임 없이 차를 배가 부를 때 까지 건네주는 곳이었다. '빨리빨리'가 아니라도 괜찮고, 부유하지 않아도 행복한 곳. 책을 덮고도 이 두 나라만은 꼭 가봐야 겠다고 다짐하게 되었다.

 

시간이 갈수록, 나이가 들수록 비타민을 섭취하면 내 몸 속에서 너무 빨리 고갈됨을 느낀다. 여행을 갔다온지 한 달이 지나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몸이 근질거린다. 이를 어쩔꼬...시간과 돈이 전제가 되어야 하는데, 턱없이 부족하다. 이번 주는 꼭 로또가 되어야 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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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인 드래곤 RHK 형사 해리 보슈 시리즈 14
마이클 코넬리 지음, 한정아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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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인 드래곤>이 해리 보슈 시리즈의 꽃이라고나 할까. 전 편의 <혼돈의 도시>는 마치 워밍업 혹은 쉬어가는 코너, 더불어 전혀 소장가치 없는 존재에 불과했는데 비해 이번 편은 마이클 코넬리가 영화 제작을 염두에 두고 집필한 건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헐리우드 영화의 큰 스케일은 보통 액션영화일 경우 장소를 한정적으로 두지 않음을 의미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편은 LA와 홍콩이라는 두 장소를 보여준다. 

 

무엇보다도 <나인 드래곤>에서는 해리의 딸 매들린이 많이 등장하는데 비해 레이첼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마이클 코넬리의 전략을 이번 편으로 보게 됨으로써 아마 앞으로는 레이첼과 해리의 관계가 더욱 가까워질 수 밖에 없는 장치였다고 생각하는데, 아마 내 생각이 맞다면 다음편부터는 레이첼의 존재가 더욱 부각될 것 같다.

 

이번 사건은 우범지역에 위치한 중국인이 운영하는 한 슈퍼마켓에서 주인이 총살됨으로써 시작한다. 시작은 여느 평범한 사건과 같지만 시리즈의 특징이 그렇듯 걷잡을 수 없이 사건이 커지게 된다. 범인을 쫓는 과정에서 해리에게 소중했던 존재들이 많이 희생이 되는 것은 이번 편에서 해리의 인생이 큰 전환점에 들어섰음을 보여주려는 듯 하다.

 

책을 읽으며 다소 아쉬웠던 부분이 있는데, 미국인들이 쓰는 소설과 영화에서의 아시아인이다. 왜 그들에게 아시아인들은 늘 악역으로 등장되어야 하는 것일까? 그에 비해 한국영화에서의 미국인들은 그닥 악역이 없다. 늘 포장된 이미지이다. 이딴 스테레오타입들은 이제 그만 버릴때도 되지 않나 싶다. 얼마전에 갔던 방콕에서 태국인들의 서양인에 대한 친절도는 뭐랄까... 스스로 식민화를 초래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그에 비해 다른 아시아인에 대한 불친절함은 도를 넘는 듯 하다. 아시아인도 스스로를 인종적으로 차별하는데 서양인들의 차별은 언급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그래서 이번 편의 로케이션이 홍콩이라는 이국적인 장소를 배경으로 다룬 것 까지는 좋았으나 다른 문화에 대한 존중보다는 동양 문화의 미개함을 보는 듯한 시선과 악역은 늘 아시아인이라는 뻔하고도 뻔한 장치들은 책의 수준을 깎아내리는 듯 하다. 한국 사람이 미국의 역사같지도 않은 역사를 거들먹거리고 패스트푸드가 공헌한 큰 엉덩이들을 초점으로 소설 쓰면 좋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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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의 도시 RHK 형사 해리 보슈 시리즈 13
마이클 코넬리 지음, 한정아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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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의 도시> 전 편이 <에코 파크>였는데, 그 리뷰를 쓸 때만 해도 내가 해리 보슈 시리즈를 처음 읽은 줄 알았다. 그러나 지난 리뷰들을 뒤적여 본 결과 차례대로는 아니지만 이미 그 이전에 두 편을 읽었던 것이다. 그런데도 그걸 모르고 있었다니.... 만약에 이 책의 표지에 해리 보슈 시리즈의 순서를 아주 크게 프린트 해 주었다면 그런 일은 없었을 텐데... 앞의 거의 모든 내용들을 건너 뛰어서 지금까지 번역 된 시리즈의 거의 마지막 이야기를 읽고 있으니 내가 좋아하는 해리 보슈의 인생사를 차근차근 볼 수 없어서 아쉽다. 왜 책을 이따위로 디자인한건지. 심지어 절판되고 새로 출간된 개정판 또한 표지에 전혀 그런 친절함을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해리보슈 vol.13인 <혼돈의 도시>는 정말 그야말로 마이클 코넬리가 별 생각 없이 만든 작품같다. 지나친 악평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에코 파크>에서 얼핏 드러낸 소재를 끌어와서 독자들을 김빠지게 한 기분이랄까. 실제로 책의 두께도 시리즈의 다른 책들에 비해서 매우 얇은 편이다. 소재가 '테러'라는 어마어마함을 끌어와서 매우 흥미진진하게 읽기 시작했는데 갑자기 황당함으로 끝맺은 듯 하다.

 

이번 편에서도 드러나듯 해리 보슈의 미적지근하면서도 쉽게 끊어낼 수 없는 레이첼과의 관계는 시리즈의 뒤로 갈수록 더욱 독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듯 하다. 실제로 책의 뒷편에 마이클 코넬리와의 인터뷰에서 그가 레이첼을 좋아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레이첼이 계속 등장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번 편에는 새로운 파트너의 등장이 흥미롭다. 전형적인 FM을 좋아하는 부하직원이라서 해리의 업무 처리 방식과 트러블이 발생하지만, 앞으로 둘이 어떤 조합으로 사건을 해결할지 기대된다.

 

이번 편은 사건의 스케일에도 실망하고 해리 보슈의 사랑과 사생활 또한 극적인 부분이 별로 없었다. 그런 의미에서 존재감도 없고 재미도 없는 마치 쉬어가는 코너와 비슷했던 13편인 듯 하다. 다소 아쉽긴 했지만 다음 편이 기대됨은 어쩔 수 없는 이 중독성 때문에 빨리 14편을 펼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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