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로스트 라이트 ㅣ RHK 형사 해리 보슈 시리즈 9
마이클 코넬리 지음, 이창식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1월
평점 :
올해 가을은 해리 보슈 시리즈 완독으로 컨셉을 정했다. 비록 시리즈를 뒤죽박죽으로 읽고 있긴 하지만, 해리 보슈의 매력에 빠져드니 시간
가는 줄 모르겠다. 솔직히 말하자면 마지막 시리즈인 <나인 드래곤>을 읽고 다소 실망하긴 했다. 해리보슈에게 실망했냐고? 그렇게
말하자면 다소 웃기겠다. 제대로 말하자면 마이클 코넬리에게 실망했다고 하는 편이 옳을 수도. 미국인으로서 작품의 배경인 홍콩에 대한 묘사가 매우
거북했기 때문이다. 놀랍게도 이 지적은 비단 나만 했던 것은 아니었다. 다른 리뷰에서도 많이 봤다. 그 정도로 민감한 부분을 생각없이 집필했다는
뜻이다. 번역을 제대로 했다는 전제하에서 말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번 작품에서도 해리 보슈에 대해 실망하지 않을 수 없다. 어찌된 일인지(전편을 읽어보지 않아서) 그가 경찰을 그만두고
혼자서 뛰어든 사건을 해결하는 에피소드인데, 단순한 살인사건 하나가 그 시일 전 후에 일어난 여러 사건들과 묘하게 겹쳐지는 걸 발견한 보슈 혼자
비밀을 파헤치게 된다. 경찰이 아니기 때문에 배지도 없고, 영장도 신청 할 수 없다.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식이다. 그 과정에서 그의 옛 동료
둘이 총기사건에 연루되어 한 명이 사망하고 한 명은 식물인간으로 몸이 완전히 마비된 채 평생을 휠체어 생활을 하게 된다. 그런데 해리 보슈의
냉혈한 캐릭터를 여기서 발견하게 된다. 인간으로서 기본적인 의식주 충족조차 남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그에 대한 해리 보슈의 태도와 생각이
전혀 인간적이지 않았다. 점점 읽을 수록 해리 보슈라는 인물이 마이클 코넬리와 겹쳐지게 되며 사진 속의 저자는 저런 사람일까라는 궁금증이
생긴다. 암튼 보슈의 매력이 책을 읽을수록 실망으로 변하는 건 유감이다.
그건 그렇지만, <로스트 라이트> 역시 영화로 만들어도 손색 없을 줄거리임은 틀림없다. 마이클 코넬리의 작품들이 대체로 그렇다.
그러나 나는 영화나 드라마보다도 책을 훨씬 좋아하기 때문에 사건의 해결을 활자로 인내심 있게 탐독하는 재미는 그 어떤 매체도 대체할 수 없다.
사실 위에 언급한 여러가지 이유로 해리 보슈가 질릴만도 한데 전혀 그렇지 않다. 지금까지 나온 시리즈의 다른 작품들을 읽어보면 해리 보슈가
내 머릿속에서 완전체로 굳어질 수 있을까? 그런데 아주 옛날에 읽었던 <트렁크 뮤직>과 <콘크리트 블론드>에서 내가
어설픈 작품이라고 혹평을 했던 리뷰를 발견했다. 아마 초창기의 작품에서 해리 보슈의 성격에 저자의 확고함으 가미되지 않았었던 것 같다. 그러면
답은 하나다. 빨리 <나인 드래곤>의 다음 편이 출간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