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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빠빠 - 어린 딸을 가슴에 묻은 한 아버지의 기록
저우궈핑 지음, 문현선 옮김 / 아고라 / 2006년 5월
평점 :
품절
가끔 여러가지 이유로 자식을 먼저 하늘나라로 떠나 보낸 부모들을 TV에서 보게 될 때면, 저 심정이야 오죽할까 싶은 마음이지만 자식을 직접 낳아보지 못했고, 더군다나 잃어본 적도 없는 내가 그들을 동정할 자격이나 있는것인지... 이 책을 읽고는 이런 생각이 더 깊어졌다.
이 책 <아빠 빠빠>는 철학자이자 에세이스트인 저자 '저우궈핑'의 딸인 '뉴뉴'가 태아였을 적 엑스레이에 노출된 어이없는 사고로 눈에 종양이 생겨 약 1년의 세월을 암과의 싸움으로 살아가는 동안을 기록한 책이다.
'부모에게 아이의 작은 몸은 값을 따질 수 없는 보물이기 때문에 아주 작은 변화만 생겨도 신경을 곤두세우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다른 부모는 아이를 기르면서 아이가 점점 자랄 모습을 상상할 수 있다. 우리는 이 극히 평범한 희망을 빼앗겼다. 부모로서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육아의 사소한 부분에 관심을 가졌으나, 그 뒤에는 무엇도 바랄 수 없음을 알고 있었다.' p.62
어떤 느낌인지, 부모로서의 그들의 심정이 어떠했을지 굳이 말로 하지 않아도 그가 기술한 이 글만 보아도 가슴 속 깊이 느껴지게 될 것이다. 더군다나 시간이 흐르며 종양이 겉으로 직접 보여질만큼 상태가 악화되어 가는 딸아이의 모습을 지켜보며 안락사를 생각할 정도로 고통스럽고 혼란스러울 부모의 마음을 어찌 말로 다 표현할까. 하지만 이런 부모를 안심시키듯 고통스런 시간 속에서도 뉴뉴는 평소처럼 조금이라도 상태가 호전되면 방긋 웃음을 짓고, 음악을 틀어달라고 조르고 또 따라부르는 모습을 보여준다. 어찌 사랑스럽지 아니할까.... 이런 사랑스러운 존재가 세상에 태어나 얼마 빛을 보지도 못하고 그것도 보통 사람도 견뎌내기 힘든 고통을 겪으며 죽어나간다. 아무런 죄도 없는 이 어린 천사가...
책을 읽으며 중간 중간 철학자이면서도 에세이스트인 저자의 철학적인 단상들과 뉴뉴와 함께 하면서, 또 뉴뉴를 떠나보내면서 일기 형식으로 적은 기록들이 중간 중간 있었다. 이 부분들이 비록 스토리의 맥을 끊어놓긴 했지만, 독자로서 어렵지 않게 철학적인 사유를 할 수 있어서 좋았고, 저자가 자식을 하늘로 떠나보내면서 삶과 죽음에 대한 깊어진 생각을 독자로서 함께 느껴볼 수 있었다.
그런데 미국에서는 이 책을 '중국 의학윤리학의 대표작'이라고 하여 강의 교재로 채택해서 쓰고 있다고 하는데, 솔직히 다소 이해 되지 않는 부분이다. 중국 의학의 후진성에 대한 부분은 아주 조금밖에 나와있지 않은데,몇 부분을 발췌했다는 말인가? 어쨌든, 이 책으로 인해 중국이라는 나라의 의학적 수준이 얼마나 미비한지 알 수 있었고, 이 한 생명의 희생을 계기로 중국 의학이 조금이라도 더욱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