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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나무 핑궈리
한수영 지음 / 민음사 / 2006년 2월
평점 :
'드디어'라는 표현을 쓰기엔 조금 과장된 면이 없잖아 있지만, 한수영 작가의 신간을 기다렸던 나에겐 반가운 책이 아닐 수가 없다. 2004년 민음사가 선정한 올해의 작가의 상에 뽑힌 작품 <공허의 4/1> 이후로 오랜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이름을 내건 새로운 책을 볼 수가 없었기에.
오랫동안 기다린 보람이 없다고 하기엔 그렇지만, 그렇다고 기대에 꼭 만족한 것은 아닌 <그녀의 나무 핑궈리>는 개인적으로 다른 소설과의 차이점에 해설을 말할 수 있겠다. 다른 소설에서의 난해한 해설과는 달리 이 책에서의 해설은 아주 쉽게 쓰여져 있어서 주로 재미라는 오락적인 면에 중점을 두고 책을 읽는 내가 처음으로 문학의 해설을 이해하며 끝까지 읽을 수 있었다. 비록 해설이 약간 억지스럽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여덟편의 단편들 중 마지막 단편인 <스프링벅>이 아주 탄탄한 서사와 주제가 명확하고 재미있어서 마음에 든다. 주인공은 끈질긴 고집으로 휴대폰을 소지하는걸 거부하는 한 남자. 이런 사소함 아닌 사소함으로 인해 아내와 별거를 하게된다.
"남아프리카 평원에 스프링벅이라는 동물이 있어. 무리를 지어 사는데 무리 중 한 마리가 뛰기 시작하면 다른 스프링벅들도 이유를 모른 채 무작정 따라 뛰기 시작하는 거야. 앞에서 옆에서 뒤에서 뛰니까 그냥 덩달아서. 등을 동그랗게 구부리고 3미터나 되는 점프를 하면서 이유도 모른 채 그냥 미친 듯이 어디론가 달려가는거지..."
"휴대폰이 딱 그런 것 같아. 나에게 그게 필요하든 안 하든 일단 구입해야 해. 이윤 없어. 그냥 누구나 하나씩은 가지고 있으니까. 그걸 배턴처럼 손에 꼭 쥐고 무작정 따라 달려야 하는 거야. 아니면 무리에서 떨어지니까. 외톨이가 되긴 싫거든."
p.216 - 217
이 밖에도 이 소설집에 나오는 인물들은 거의가 우리 주위에서 주목을 받지 못하는 아주 평범하면서도 어떻게 보면 뭔가가 결핍되어 있는 인물, 그리고 또 독특한 인물도 있다. (<스프링벅>,<피뢰침>의 경우.) 이런 인물들이 책속에서 살아 숨쉬면 나의 소설에 대한 사랑도 영원히 죽지 않고 살아 숨쉬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