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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이 - 죽음을 질투한 사람들
제인 하퍼 지음, 남명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7월
평점 :
절판
몇몇 서구에서 온 범죄소설을 읽어보면 딱히 꼬집을 수 없는 괴리감이 느껴지곤 한다. 주로 내가 발딛고 살아온 환경이 아닌 낯선 환경에 대한
묘사가 그러하며, 그들의 생활방식 또한 그러하다. 사랑하는 시리즈인 마이클 코넬리의 '해리보슈' 시리즈가 그 묘한 괴리감에도 그만큼의 재미가
상쇄시키는 매력이 있고, 해미시 맥베스 시리즈 또한 그렇다. 해리보슈 시리즈는 미국을 배경으로 하고, 해미시 맥베스 시리즈는 스코틀랜드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배경은 다르지만 우리가 보고 듣기는 모든 인간 군상은 비슷하기에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오스트레일리아를 배경으로 한 소설은 어딘가 모르게 항상 우울한 낯빛이다. 작열하는 태양과 그 더위에 모든 것을 놓아버린 듯한 사람들을 그린
더글라스 케네디의 <데드 하트>를 읽은 후 이 인상이 뇌리에 강하게 남아있다. <드라이> 역시 호주의 키와라를 배경으로 한
범죄소설로, 이 작은 마을에 대한 묘사 또한 숨이 막힐 것만 같고 더 없이 건조하다. 키와라에서 일어난 일가족 살인사건으로 소설은 시작한다.
흥미로운 점은 비단 한 사건만을 다룬 것이 아니라 과거의 사건과 맞물려서 묘사되는 구성이다.. 단조롭고 상투적일 수 있는 이야기가 독특한 구성
덕분에 그나마 흥미를 높인다.
원서를 읽어보지는 않았으나, 문체 또한 여느 작품과는 다름을 느낄 수 있다. 더없이 군더더기 없고 간결한 문체가 건조하고 삭막한 배경과
밀접하게 어울린다. 그러나 이 모든 완성도가 가장 촘촘하고 완벽에 가까워야 할 내용에는 미치지 못했다. 다소 뻔한 스토리 때문에
범죄소설 마니아들은 김빠진 맥주를 먹는 기분이 든다고나 할까.
이런 부분에 대한 만족도는 사실 일본 범죄소설이 우세하다. 본격장르소설이 많기 때문이고, 우리와 정서가 비슷하고 사건의 해결방식과 그
내용의 디테일을 서구의 범죄소설은 아직 따라올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내가 선호하는 것은 서구 작가의 시리즈 범죄소설이며, 늘 미드를
보는 듯이 화끈하고 거침없는 등장인물들의 로맨스만큼은 일본의 문화가 그려낼 수 없는 부분인 것 같다.
책의 부제인 '죽음을 질투한 사람들'의 의미가 사실 책을 덮고 난 후에도 뭘 의미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책의 제목과 책을 덮은 후의 느낌은
세 음절 그대로 '드라이'라고 해도 좋을만큼 컨셉을 잘 담아내고 배경 또한 아주 적절했던 것 같다.
영화로도 만들어낸다고 하는데, 어떻게 그려낼지 다소 뻔할 것 같으면서도 한편으로는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