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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집행인의 딸 ㅣ 사형집행인의 딸 시리즈 1
올리퍼 푀치 지음, 김승욱 옮김 / 문예출판사 / 2013년 12월
평점 :
절판
종교전쟁이 끝난 17세기 독일 한 마을에서 일어나는 어린이 살해사건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이 사건을 파헤치기 위해 마을의 사형집행인인
퀴슬과 의사인 지몬이 합심하여 살해의 위험에 처해진 또 다른 아이들을 찾아다닌다. 놀라운 점은 이 사형집행인이 저자인 올리퍼 푀치의
실제 조상으로서 실존인물이라는 점이다. 말하자면 완벽한 픽션이라기에는 팩트를 기반으로 한 팩션이라고 할 수 있겠다.
중세를 배경으로 한 살인사건을 다룬 내용은 지금까지 접해보지 못했었다. 현대를 배경으로 한 추리를 기반한 픽션을 주로 접했던 터라 시대적인
배경 뿐만이 아니라 공간적인 배경 또한 매우 생경했다. 그렇지만 이 모든 걸 무색하게 할 만큼 소설은 빠른 전개를 보여주고,
탄탄한 스토리를 풀어내면서 흡인력을 자랑하였다. 무엇보다도 한 번도 책으로 접해보지 못했던 직업인 '사형집행인'이 실존했다는 점이 가장 흥미로운
점이다. 조선의 백정처럼 사형집행인 또한 마을에서는 사람들이 피해다니는 존재이며, 그의 자식 또한 같은 사형집행인의 자식과 결혼해야 하는 관습이
정해져 있다. 책의 이야기 속에서는 보통의 계급인 의사 지몬이 사형집행인인 퀴슬의 딸인 막달레나와 사랑에 빠지는 부분도 보여주는데, 시리즈인만큼
이 로맨스 또한 다음 편으로 이어질 수록 재미있어지는 것 같다.
사형집행인의 고문 방식과 사형 방식에 대해서는 저자가 직접 연구성과를 참고한 것이라고 한다. 혹 자손에게는 퀴슬이 부끄러운 조상일 수
있지만 저자의 말에서는 전혀 그런 점이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흥미로운 계보를 알게 되어서 소설가로서 더욱 영감을 받은 것 같다. 귀천은 따질
수 있을지라도 잘잘못은 따질 수 없는 직업이기 때문일까.
냉큼 읽어 내려간 1편만큼이나 2편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