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역자가 '요시다 슈이치의 성장'이라는 말을 썼을 때, 이 책이 그의 성장 보고라면 성장 전과 그 과정의 작품들은 어떠할지 자못 궁금해졌다. 그러나 엉뚱하게도 찾아보니 내가 전에 그의 소설 <동경만경>과 <일요일들>을 읽은 적이 있었고, 지금 그 내용을 떠올려보니 거의 기억 나지 않을 정도로 큰 감명은 받은 기억이 없다. 그러나 그때 쓴 리뷰를 다시 읽어보니 역시 이 책과 다름없이 현대인의 왜곡된 인간관계를 다룬 듯 보인다. 그의 모든 작품들의 공통점이라고 하기엔 다 읽어보지 않은 탓에 결론 내리기 힘들지만 그는 정말이지 인간의 심리와 인간 사이의 관계에 대해 섬세하게 묘사하는데에 있어 굉장한 재주를 가진 작가인 듯 하다. <동경만경>이 사랑이라는 기본 소재를 이용했다면 이 책은 범죄를 소재로 하여 흥미진진하게 풀어쓰고 있다. 범죄를 기본으로 현대사회를 그려낸 것이라면 일본문학의 특징이라고 할 정도로 진부한 구도라고 할 수 있겠지만, 그럼에도 이 작품이 더욱 인상적인 것은 책을 덮고 나서도 미야베 미유키나 히가시노 게이고와 같은 작가들의 작품에서와 같은 다소 상투적이지만 깔끔한 마무리를 보여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끝이지만 끝이 아닌 듯한, 아직도 자욱히 낀 안개가 모두 걷히지 않은 듯한 느낌은 이 사회의 암울함을 좀 더 리얼리티로 남기고자 했던 의도로 보여진다. 확실히 그는 성장했다. 그의 모든 작품을 접해보지는 않았지만 내가 유일하게 읽은 <동경만경>과 <일요일들> 이 둘과 비교했어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앞으로 더욱 성장해서 이와 같은 좋은 작품을 많이 접하길 그에게 기대해본다.
인간은 다른 동물들과 달리 놀라울 정도로 발달된 두뇌로 합리적으로 사고 할 수 있으며 이를 이용하여 학습을 하며 지식을 쌓아 그들 스스로 삶의 질을 개선시킬 수 있는 경이로운 존재이다. 인간으로서 이런 인간의 특성을 우린 얼마나 자각하며 살아가고 있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어쩌면 너무나도 당연하게 여기기 때문에 인간의 능력으로 발전시켜 온 과학기술의 발전을 심지어 불만족스럽게 여기고 있지는 않는지 이 책의 마지막 챕터에서 과학자인 지은이는 우리에게 생각 해 볼 과제를 던져주고 있다. 책을 덮으며 정말 아주 오랫동안 곰곰이 생각해 볼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인간이라는 존재의 거의 모든 것에 대해 다룬 이 책을 읽으며 새삼 인간 그 자체와 나에 대해 새로운 인식을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경이로운 존재인 인간이 그들의 능력을 발휘하며 환경을 발전시키며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그 결과물들이 입증하고 있으며 그 역사 또한 입증하고 있다. 그리고 지금도 우리는 역사의 한가운데에 서 있는 것이다. 과연 이 역사의 끝은 어디이고 어떤 모습이 될 지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다. 저자는 대학에서 과학을 강의하는 교수이지만 인간이 배우는 모든 학문의 지향점이 결국은 '인간'이듯 이 책 속에서는 과학 뿐만이 아니라 철학 또한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생명공학이 지금까지 인간의 삶에 큰 역할을 했으며 앞으로도 무궁무진한 발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지만 여기서 인문학이 등한시된다면 인간의 발전은 결코 인간적이 될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책을 읽으며 저자가 다소 과학 만능주의의 태도를 보인다는 점이 인문학도로서 조금은 안타깝게 느껴지긴 했지만, 이 책이 제목 그대로 인간에 관한 거의 모든 것을 아주 충실히 다루었다는 점에서 매우 유익했다. 거시적인 안목으로 본다면 우리가 인간으로서 배우고 익히는 이 모든 것들이 종국에는 우리 인류의 삶의 발전을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 인간은 어쩌면 한없이 똑똑하지만 또 한없이 이기적인 존재는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
판타지는 영화던 소설이던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시간 때우기로 읽어도 집중이 안되는 이유는 역시 내 취향이 아니기 때문이다. 몇년 째 집 안 책꽂이에 쳐박혀 두었다는 죄의식으로 드디어 펼쳐든 이 책 테메레르가 판타지인 줄 모르고 읽고 난 후 다음 편도 읽어야 할까 라는 고민 아닌 고민이 생겼다. 첫 부분에는 흥미진진하게 이야기가 전개되어서 판타지도 나름 괜찮은 장르구나 싶었는데 점점 지루해지더니 거북이 걸음의 전개에 결국엔 꾸역꾸역 읽었다고 하는 편이 맞겠다. '용'에 관한 판타지는 처음으로 읽는데, 특이하게도 용은 동양과 달리 서양에서는 악귀와 비슷한 사악한 존재로 인식된다. 그럼에도 이 책의 저자는 폴란드 태생 미국사람이다. 영국에 머물고 있었던 때에 함께 살았던 할머니와 성경 공부를 하며 용에 대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는데, 서구에서도 그렇지만 특히 기독교에서는 용에 대해서는 더욱 나쁜 인상을 갖고 있다고 했다. 그렇기에 편견을 깨트린 이 책이 미국에서는 각종 상도 받고 베스트셀러 였을지 모르지만 동양의 독자에게는 매력적인 소재로 보여지지 않은 것 같다. 아니면 내가 판타지를 즐기기에는 너무 리얼리티를 사랑한다거나 나이가 많거나. 다음 편의 장소는 '중국'. 1편보다 재미있을까라는 의문만 간직하고 있다.
이제 4학년이라니.
영국에 머물렀을 때의 향수를 자극하는 방법은 추억 속의 뭔가를 다시 끄집어내는 것이다. 수많은 것 들 중의 하나가 바로 음악. 그 중에서도 Take That의 음악은 그 여름 날 내가 머물렀던 영국 해변 마을의 여름날 파랗고 끝이 없던 바다를 떠올리게 한다. 당시 내가 있던 Sussex의 지방 라디오 음악 순위 프로그램에서 이 앨범의 수록곡인 Said It All을 정말 많이 틀어주었는데, 한 번 듣고 뻑 가서 MP3에 넣은 후 질리도록 들었던 기억이 난다. 이상하게도 한국에 돌아와서 이 앨범을 보니 Said It All은 한국에서 별로 유명하지 않은 듯 하다. 더군다나 타이틀 곡도 아니니. 누구라도 내게 가장 좋아하는 가수가 누구냐고 물어보면 망설이지 않고 Snow Patrol이라고 했었는데, 그건 지금도 변함이 없지만 Take That도 무지 무지 사랑한다. 그들의 환상적인 화음과 귀에서 맴맴 울리도록 중독시키는 멜로디는 Take That을 장수 그룹으로 이끌어간 원동력이라고 할 수 있겠다. 영국에 있으면서 같이 살았던 영국인 할머니의 아들이 젊었을 때 꽤 노래를 잘 불렀었다며 Take That을 아냐고 물어보았던 기억이 난다. 중년의 영국인들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그들은 영국 최고의 뮤지션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실감했다. 옛날에도 Take That의 음악을 즐겨 들었지만, 영국에 갔다 온 이후에 그들의 음악은 내게 추억을 떠올리게 해서 더욱 애틋하다. Take That, 영원히 사랑할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