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역자가 '요시다 슈이치의 성장'이라는 말을 썼을 때, 이 책이 그의 성장 보고라면 성장 전과 그 과정의 작품들은 어떠할지 자못 궁금해졌다. 그러나 엉뚱하게도 찾아보니 내가 전에 그의 소설 <동경만경>과 <일요일들>을 읽은 적이 있었고, 지금 그 내용을 떠올려보니 거의 기억 나지 않을 정도로 큰 감명은 받은 기억이 없다. 그러나 그때 쓴 리뷰를 다시 읽어보니 역시 이 책과 다름없이 현대인의 왜곡된 인간관계를 다룬 듯 보인다. 그의 모든 작품들의 공통점이라고 하기엔 다 읽어보지 않은 탓에 결론 내리기 힘들지만 그는 정말이지 인간의 심리와 인간 사이의 관계에 대해 섬세하게 묘사하는데에 있어 굉장한 재주를 가진 작가인 듯 하다. <동경만경>이 사랑이라는 기본 소재를 이용했다면 이 책은 범죄를 소재로 하여 흥미진진하게 풀어쓰고 있다. 범죄를 기본으로 현대사회를 그려낸 것이라면 일본문학의 특징이라고 할 정도로 진부한 구도라고 할 수 있겠지만, 그럼에도 이 작품이 더욱 인상적인 것은 책을 덮고 나서도 미야베 미유키나 히가시노 게이고와 같은 작가들의 작품에서와 같은 다소 상투적이지만 깔끔한 마무리를 보여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끝이지만 끝이 아닌 듯한, 아직도 자욱히 낀 안개가 모두 걷히지 않은 듯한 느낌은 이 사회의 암울함을 좀 더 리얼리티로 남기고자 했던 의도로 보여진다. 확실히 그는 성장했다. 그의 모든 작품을 접해보지는 않았지만 내가 유일하게 읽은 <동경만경>과 <일요일들> 이 둘과 비교했어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앞으로 더욱 성장해서 이와 같은 좋은 작품을 많이 접하길 그에게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