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READ 다윈 How To Read 시리즈
마크 리들리 지음, 김관선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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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진 지식하우스의 'HOW TO READ'시리즈를 오래전부터 눈여겨 보고 있었다. 보통 다른 출판사에서 출간하는 교양 시리즈보다 더욱 세련됨이 느껴진데다가 이 책을 읽기 전엔 시리즈의 제목 자체가 어딘가 이상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이 시리즈의 구성을 알고 난 후에야 제목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시리즈의 각각에서 다루는 인물들의 역사적인 저작들의 중요 부분을 발췌하여 해석하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번 시리즈의 '다윈'은 그의 유명한 <종의 기원>부터 <인간의 유래>그리고 <인간과 동물의 감정 표현>으로 총 세 저작을 다루고 있다. 가장 먼저 다윈의 가장 대표적인 이론인 적자생존으로 대표되는 자연선택과 이와는 상반되는 논리이지만 또 하나의 중요한 논의가 될 수 있는 성 선택을 대표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그의 주된 이론인 진화론은 지구상의 각 개체들이 신에 의해 개별적으로 창조된 것이 아닌 하나의 공통된 조상으로부터 서서히 진화되었음을 의미한다. 다윈의 생애의 모든 저작과 논의들은 바로 이 이론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의 진화생물학을 비롯한 분자생물학 등의 토대는 바로 다윈의 진화론이 있기에 가능했다. 책을 읽으며 한 가지 더 알게 된 것은 그의 이론이 그 독특함만큼이나 여러 학자들을 비롯한 당시의 종교적 상황 아래 많은 사람들의 반론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그의 이론에 대한 주장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기보다는 반론의 여지를 남겨두고 충분히 반론에 대해 고민해 본 겸허함을 보여주었다. <종의 기원>이 이런 반론들에 대한 반박으로 6판을 출판한 것이 그것을 입증하는 하나의 사례라고 할 수 있겠다. 또 다윈의 고정관념에 얽매이지 않은 독창성과 평생을 성실히 연구한 자세가 그의 명성이 영원할 수 있게 된 이유가 된 것이다.

'다위니즘'이라고 일컬어지는 다윈의 적자생존 이론은 우생학의 기반이 되는 실수를 범하게 된다. 그러나 우리는 알아야 한다. 다윈이 그의 저작에서 우생학의 토대에 대해 다룬 것이 아닌 오히려 문명화 된 사회에서의 인간에게 적자생존이란 이타주의를 기반으로 했을 때 의미가 있다고 한 것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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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지의 저주받은 사람들 그린비 크리티컬 컬렉션 15
프란츠 파농 지음, 남경태 옮김 / 그린비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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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이름이 익숙해지기까지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법이다. 내게는 프란츠 파농이 그렇다. 한 번도 그의 책을 접해본 적도 없고, 그가 누구인지, 심지어 살아 있는 사람인지 죽은 사람인지조차 몰랐던 내게 이상하게도 그의 유작인 이 책 <대지의 저주받은 사람들>과 그의 또 다른 책인 <검은 피부, 하얀 가면>은 무척이나 귀에 익숙하다. 딱히 이 책들이 베스트셀러라고 할 수도 없고, 그가 현재 왕성한 집필 활동은 불가능한 고인이지만 이토록 유명한 이유는 지금까지도 아주 오랫동안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기 때문이지 않을까. 

그의 유작인 이 책은 파농이 유일하게 직접 제목을 결정한 책이기도 하다. 프랑스령 국가였던 당시의 알제리를 보고 정신과 의사인 파농은 그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전쟁과 식민주의가 얼마나 인간을 참혹하게 만드는지를 풀어쓰고 있다. 그의 짧은 인생 동안의 전 경험이 그런 관계 속에서 이루어진 것이니만큼 책을 읽으며 당시 그의 뜨거운 마음이 가슴 깊이 느껴졌다. 그래서 책 속에 지배와 피지배, 억압과 피억압의 일방적 관계에 대한 그의 오랫동안의 고찰과 투쟁적인 분노가 고스란히 담겨있음은 물론이었다. 

   
  식민지 민족은 혼자가 아니다. 식민주의는 막강한 힘을 자랑하지만 그 변방에서는 외부 세계로부터 새로운 이념과 영향이 유입될 수 있다. 그 결과 폭력의 분위기가 강해지고, 여기저기서 사태가 터져나오며, 여기저기서 식민지 체제가 무너진다. 그 폭력은 원주민에게 유리한 상황을 조성하는 데 그치지 않고 더 나아가 구체적인 실효를 가진다.  
   

억압과 지배를 폭력이 아닌 비폭력의 정신으로 타개함이 익숙해진 오늘날 마치 폭력이 반기를 든 비인간적이고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여겨지는 상황에서 파농의 폭력을 옹호하는 주장이 어느정도로 설득력을 가지며 실효성을 가지는지는 의문이다. 그러나 이는 차치하고라도 흑인으로서, 그리고 전쟁을 가까이서 지켜보고 그 상흔을 안고 있는 사람들을 지켜본 그의 글 속에서 진정성이 느껴짐은 틀림없는 사실이었다. 비록 아프리카로서 서구 열강의 지배를 받은 민족은 아니지만 한국 역시 피지배 민족으로서의 아픈 시간이 있었다. 그런 경험을 투영해서 읽어본다면 이 책이 그저 한 사람의 주장으로만 그치는게 아닌 진정한 민족주의와 민족의식이 무엇이며 역사속의 아프리카 대륙의 그 살벌함과 참혹함을 진정으로 느껴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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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페리어]스트라이프 3단 우산
(주)슈페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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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끔하고 무난해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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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보물
이재열 지음 / 경북대학교출판부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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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물 관련 교양서적이 시중에 매우 적다는 현실이 매우 안타깝다. 이 뿐만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도 우리나라에는 과학의 대중화에 기여할만한 도서들이 적다. 대학 도서관의 인문과학자료실과 기술과학자료실을 비교해보았을 때도 기술과학자료실엔 쉽게 읽을만한 책들보다도 전문적인 지식의 습득을 위한 전공 책이 더욱 빼곡하다. 다행스럽게도 몇 없는 교양 도서들 중 이번 학기에 수강하는 미생물학의 이해를 돕고자 이 책을 찾은 내 선택은 탁월했다. 역시 내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내가 의미하는 기대란 무엇보다도 저자에 대한 신뢰라고 할 수 있겠다. 바이러스와 세균 그리고 미생물에 관련한 많은 책을 집필한 이재열 교수의 책은 내가 언제나 재미있고 쉽게 이해하면서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최재천 교수만큼이나 좋아하는 저자이다. 

이 책은 미생물에 관련한 책이다. 세균과 바이러스 등을 하나로 묶어 미생물이라고 하는데 말그대로 육안으로는 볼 수 없는 아주 작은 생물을 의미한다. 세균에 대한 지식이 없으면 그저 인간의 몸에 해로운 병원성 세균만을 금방 떠올리기 마련인데, 사실상 인간에게 유해한 세균은 1% 남짓이라고 한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이 보이지 않는 '보물'인가보다. 우리가 흔히 마시는 술과 한국의 대표적 음식인 김치 등은 모두 미생물의 힘이 작용하여 만들어지는 등 미생물의 긍정적인 역할 또한 매우 많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더욱 놀라운 것은 이 작은 생물에게도 소기관이 있고 다른 육안으로 보이는 생물들처럼 생물로서의 기본적인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책의 구성과 디자인 그리고 편집 또한 훌륭하였다. 다른 국가에 비해 우리나라의 대학출판부가 사실 출판계에서 큰 역할을 하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그러나 경북대학교출판부에서 나온 이 책은 오탈자 하나 없고, 저자의 딸이 직접 그린 삽화 또한 곳곳에서 책을 더욱 빛내주었다. 무엇보다도 마지막 장에서의 바이러스와 세균과 관련된 동화가 조금은 엉뚱하지만 정말 교양 서적 다운 면모를 보여주어 재미있었다. 또한 제일 뒷장엔 추천 도서 목록이 있어서 과학의 대중화를 위해 힘쓰는 저자의 면모가 느껴졌다. 

아는만큼 보인다라는 건 비단 그림을 볼 때에만 적용하는 말이 아니다. 과학에 있어서 지식이란 좀 더 삶의 질을 윤택하게 할 수 있는 '힘'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미생물에 관한 기본적인 지식은 힘이기에 앞서 '필수상식'이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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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레논을 믿지 마라
카타야마 쿄이치 지음, 송미정 옮김 / 북폴리오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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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존 레논의 사망이라는 충격적인 소식은 남자가 무척이나 사랑했던 여자와의 실연과 함께 큰 상실의 아픔을 겪게 한다. 시간이 흐르고 흘러도 그 늪에서 빠져나올 수가 없는 남자에게 어느날 부터인가 존 레논이 매일 꿈에 나타나게 되고, 그는 남자에게 "존 레논을 믿지마라."라고 소리친다. 최고의 록스타, 동양 신비주의자, 반전사상가, 급진적 좌파, 아방가르드 예술가 등 이렇게나 다양한 수식어가 붙은 존 레논의 모습 중엔 진짜 존 레논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위선적인 존 레논도 있을 수 있을 것이다. 그의 사망 전까지의 오랫동안의 공백과 그저 좋은 남편과 아버지로서 변한 모습이 많은 이들에게 비범한 록스타의 평범해지려는 일상에 대한 궁금증 불러일으켰을테고 또 다른 이들에겐 혐오와 배신으로 느껴질 수도 있었을 것이다.  

어쩌면 꿈에서의 존 레논이 자신을 믿지마라고 한 고백의 연장이 남자의 모든 행동 속 위화감의 껍질을 뚫고 들여다 볼 수 있게 해 준 것이라고 본다. 정말 사랑했던 사람으로부터의 실연, 왜 하고 있는지 알지도 못하면서 하고 있는 공부, 사랑하지 않지만 사랑하는 척 하고 만나는 또 다른 여자와의 관계 따위에 말이다. 이 위화감과 가식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을 '순수'라고 한다면 결국 나는 그것을 과감히 벗어나기보다는 오히려 위선 속에서 순수를 찾으려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이는 결국 소통 따위는 쓸모없는 낭비일 뿐이라고 여기던 나도 말을 할 수 없게 된 후, 자신의 사진 찍는 모습을 보고 울음을 터뜨린 소아병동의 휠체어 탄 남자아이를 본 후 진심을 전해주고 싶은 욕구와 맥을 같이 하는 것은 아닐까. 

과거와 현재와 존 레논이 나오는 꿈이 병행하면서 상실과 혼란의 어지러움을 남자는 그와의 만남으로 하나씩 제자리를 찾을 수 있게 된다. 그 끝에 이르러 "나는 여기에 있다."라고 또 다시 소리친 존을 만날 수 있었다는 것에서 큰 위로가 됨은 볼 수도 없고 만질 수도 없을 정도로 멀리 있다고 느꼈던 인물의 진솔함이 마음 깊이 전해졌기 때문은 아닐까.  

궁금해진다. 만약 존 레논이 살아 있다면 정말 자신을 믿지 말라고 소리칠 수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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