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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레논을 믿지 마라
카타야마 쿄이치 지음, 송미정 옮김 / 북폴리오 / 2007년 5월
평점 :
품절
1980년 존 레논의 사망이라는 충격적인 소식은 남자가 무척이나 사랑했던 여자와의 실연과 함께 큰 상실의 아픔을 겪게 한다. 시간이 흐르고 흘러도 그 늪에서 빠져나올 수가 없는 남자에게 어느날 부터인가 존 레논이 매일 꿈에 나타나게 되고, 그는 남자에게 "존 레논을 믿지마라."라고 소리친다. 최고의 록스타, 동양 신비주의자, 반전사상가, 급진적 좌파, 아방가르드 예술가 등 이렇게나 다양한 수식어가 붙은 존 레논의 모습 중엔 진짜 존 레논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위선적인 존 레논도 있을 수 있을 것이다. 그의 사망 전까지의 오랫동안의 공백과 그저 좋은 남편과 아버지로서 변한 모습이 많은 이들에게 비범한 록스타의 평범해지려는 일상에 대한 궁금증 불러일으켰을테고 또 다른 이들에겐 혐오와 배신으로 느껴질 수도 있었을 것이다.
어쩌면 꿈에서의 존 레논이 자신을 믿지마라고 한 고백의 연장이 남자의 모든 행동 속 위화감의 껍질을 뚫고 들여다 볼 수 있게 해 준 것이라고 본다. 정말 사랑했던 사람으로부터의 실연, 왜 하고 있는지 알지도 못하면서 하고 있는 공부, 사랑하지 않지만 사랑하는 척 하고 만나는 또 다른 여자와의 관계 따위에 말이다. 이 위화감과 가식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을 '순수'라고 한다면 결국 나는 그것을 과감히 벗어나기보다는 오히려 위선 속에서 순수를 찾으려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이는 결국 소통 따위는 쓸모없는 낭비일 뿐이라고 여기던 나도 말을 할 수 없게 된 후, 자신의 사진 찍는 모습을 보고 울음을 터뜨린 소아병동의 휠체어 탄 남자아이를 본 후 진심을 전해주고 싶은 욕구와 맥을 같이 하는 것은 아닐까.
과거와 현재와 존 레논이 나오는 꿈이 병행하면서 상실과 혼란의 어지러움을 남자는 그와의 만남으로 하나씩 제자리를 찾을 수 있게 된다. 그 끝에 이르러 "나는 여기에 있다."라고 또 다시 소리친 존을 만날 수 있었다는 것에서 큰 위로가 됨은 볼 수도 없고 만질 수도 없을 정도로 멀리 있다고 느꼈던 인물의 진솔함이 마음 깊이 전해졌기 때문은 아닐까.
궁금해진다. 만약 존 레논이 살아 있다면 정말 자신을 믿지 말라고 소리칠 수 있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