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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보물
이재열 지음 / 경북대학교출판부 / 2008년 9월
평점 :
품절
미생물 관련 교양서적이 시중에 매우 적다는 현실이 매우 안타깝다. 이 뿐만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도 우리나라에는 과학의 대중화에 기여할만한 도서들이 적다. 대학 도서관의 인문과학자료실과 기술과학자료실을 비교해보았을 때도 기술과학자료실엔 쉽게 읽을만한 책들보다도 전문적인 지식의 습득을 위한 전공 책이 더욱 빼곡하다. 다행스럽게도 몇 없는 교양 도서들 중 이번 학기에 수강하는 미생물학의 이해를 돕고자 이 책을 찾은 내 선택은 탁월했다. 역시 내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내가 의미하는 기대란 무엇보다도 저자에 대한 신뢰라고 할 수 있겠다. 바이러스와 세균 그리고 미생물에 관련한 많은 책을 집필한 이재열 교수의 책은 내가 언제나 재미있고 쉽게 이해하면서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최재천 교수만큼이나 좋아하는 저자이다.
이 책은 미생물에 관련한 책이다. 세균과 바이러스 등을 하나로 묶어 미생물이라고 하는데 말그대로 육안으로는 볼 수 없는 아주 작은 생물을 의미한다. 세균에 대한 지식이 없으면 그저 인간의 몸에 해로운 병원성 세균만을 금방 떠올리기 마련인데, 사실상 인간에게 유해한 세균은 1% 남짓이라고 한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이 보이지 않는 '보물'인가보다. 우리가 흔히 마시는 술과 한국의 대표적 음식인 김치 등은 모두 미생물의 힘이 작용하여 만들어지는 등 미생물의 긍정적인 역할 또한 매우 많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더욱 놀라운 것은 이 작은 생물에게도 소기관이 있고 다른 육안으로 보이는 생물들처럼 생물로서의 기본적인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책의 구성과 디자인 그리고 편집 또한 훌륭하였다. 다른 국가에 비해 우리나라의 대학출판부가 사실 출판계에서 큰 역할을 하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그러나 경북대학교출판부에서 나온 이 책은 오탈자 하나 없고, 저자의 딸이 직접 그린 삽화 또한 곳곳에서 책을 더욱 빛내주었다. 무엇보다도 마지막 장에서의 바이러스와 세균과 관련된 동화가 조금은 엉뚱하지만 정말 교양 서적 다운 면모를 보여주어 재미있었다. 또한 제일 뒷장엔 추천 도서 목록이 있어서 과학의 대중화를 위해 힘쓰는 저자의 면모가 느껴졌다.
아는만큼 보인다라는 건 비단 그림을 볼 때에만 적용하는 말이 아니다. 과학에 있어서 지식이란 좀 더 삶의 질을 윤택하게 할 수 있는 '힘'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미생물에 관한 기본적인 지식은 힘이기에 앞서 '필수상식'이라고 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