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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처방전 - 삶에 지친 당신을 위한 트래블 테라피
이화자 지음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13년 10월
평점 :
매년 휴가를 갈 때면 늘 그렇듯이 책을 한 두 권 챙긴다. 다소 아이러니한건 여행으로 다른 나라에 가서도 또 다른 나라에 대한 여행서는
빠짐없이 포함시킨다는 점이다. 이번 여행 역시 예외는 아니다. 처음으로 '사이판'을 가게 되었는데, 내가 챙겨간 책은 이 책인
<여행처방전>과 <버스트>. 좀 더 말랑말랑한 책에 더 손이 가는 이유로 해변가의 선베드에 누워서도 읽고, 심지어 바다 위
해먹튜브에 앉아서도 열독했다. (덕분에 햇볕에 너무 타서 다리가 바늘로 찌를듯 아프다.)
여행서는 가급적 최근에 출간된 책을 선호하는데, 이 책은 도서관에서 아무 생각 없이 고르다보니 무려 5년 전에 출간된 걸 후에 알았다.
그럼에도 재미있다. 뻔한 나라들만 여행한 기록이 아니라 생소하고 가기 힘든 나라들까지도 우울하고 무료한 독자들에게 일종의 처방전으로 소개해주고
있다.
가장 부담없이 가기 좋은 곳은 역시 아시아의 곳곳 나라들. 아직 모두 가보지는 못했다. 나는 한 번 꽂힌 곳은 재방문하는 경향이 있어서
타이페이 두 번, 방콕 두 번 등 다른 나라에 대해서 별로 모험을 해 보는 성격은 아니다. 늘 말로만 싱가포르나 라오스를 가봐야겠다고만 할 뿐
정작 예약은 또 방콕으로 향하게 된다. (손은 자꾸 방콕 예약버튼으로 향한다.)
중동의 다른 나라 여행은 물론이고 사막투어도 강행하는 저자는 진정 여행마니아라고 칭해주고 싶다. 본업이 여행자가 아님에도 이토록 다양한
나라들을 여행할 수 있는 것은 일종의 행운이다. 또한 진짜 여행을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하다.
이번 여행은 비록 강력한 태풍이 찾아와서 제대로 하루를 망쳐버렸으나 점점 여행을 하면 할수록 하지 못한 것에 대한 조바심과 아쉬움을 많이
느끼지 않게 되었다. 그저 여행을 할 수 있는 여유가 있다는 것에 감사함을 느끼는 것이 옳다는걸 깨달았기 때문에. 정말 뭐 하나 한 것 없는
여행이었으나 이상하게도 마치 순례를 한 것 마냥 '감사함'을 느끼게 된 계기가 되었다.
각각의 여행지에 대해서 적절한 처방을 해주지만 사실 굳이 여행이라는건 그럴 필요가 없다. 경험한 바, 어떤 감정과 어떤 상태이든 여행의
기준은 관광과 휴양으로 나뉘는게 가장 적절한 처방이라는 걸 깨달았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