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이죠, 여기는 네덜란드입니다
김선영 지음 / 에이엠스토리(amStory)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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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산다는게 이렇게 지긋지긋하고 고통스러운걸까.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꾸역꾸역 가기 싫은 직장에 가서 저녁에 퇴근해서 돌아오면 오히려 회사보다 더 피곤한 곳이 바로 집이다. 지독한 결혼 잔소리로 요즘은 숨통이 막힐 지경이다. 몇 번 선자리도 나가봤지만 상대방들을 보면 별로 결혼 생각이 없거나 지나치게 이상적인 사람을 찾거나 등등 그들도 참 보면 안타깝다. 왜 이 나라에서는 결혼하지 않은 사람은 어딘가 하자가 있거나 남들과 다르다고 보는 건지. 생각해보면 나는 집안이 유복한 대신에 지나치게 부모의 간섭을 받으며 자랐던 것 같다. 자유로운 기질을 가진 성격 때문에 중학교 때부터 학교를 마치고 입시학원을 다니는 게 내게는 너무나도 지옥이었다. 항상 어떤 이유로 자율학습을 빠질까 궁리를 했었고, 어떤 날은 지하주차장 벽에 매직펜으로 '자유로운 새가 되고 싶다'라는 한 구절을 쓰고 난 후 뛰쳐나갔던 적도 있었다. 고등학생 때는 더욱 지옥이었으며 나는 부모의 기대를 충족하지 못한 채 만족스럽지 않은 대학을 다니게 되었으나 그나마 자유라는 걸 그 때 조금씩 맛보게 되었다. 요즘 대학생들은 대학1학년 때부터 취업 준비를 한다고 하는데 나는 그들을 보면 신기할 따름이다. 어쩜 그렇게도 한국의 문화와 시스템에 잘 순응하는지.... 내가 이상하고 유별난건 아닐까 싶었던 때가 한 두번이 아니다. 대학 3학년 때 영국으로 어학연수를 가게 되었는데 그때부터 나는 내가 한국형 인간이 아님을 여실히 느끼게 되었다. 영국 땅을 밟은 후 영국의 문화를 체험하고 다른 나라 사람들을 만나 여러 이야기를 나누며 깨달은게 너무 많았다. 또 그때가 내 인생의 황금기였다고 감히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당시에 찍었던 사진들을 보면 참 행복해 보이는 나를 볼 수 있었다.

 

한국으로 돌아온 후 시간이 흘러 20대의 대부분을 방황하면서 취업을 했다가 퇴사를 하고 시험 공부를 했다가 낙방을 하다보니 어느덧 30대가 되었다. 이것저것 하다보니 사실 백수때가 가장 좋았지만, 부모님께 언제까지나 기댈 수도 없는 노릇이며 죄송한 마음도 들고하여 또 다시 직장인이 되었다. 나이는 남들 흔히 말하는 시집갈 나이가 다 되었고 나보다 부모님이 더 조급해 하는 이 상황에서 나도 나를 속이고 남들 살아가는대로 살아야 하는걸까 온갖 생각이 든다.

 

머리 복잡할 때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여행'. 이 책은 삼십 평생을 갖가지 압박에 시달리며 전형적인 코리안의 문화를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있는 내가 대만 여행 중 읽은 책이다. 읽다보니 살면서 반드시 네덜란드는 꼭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건 물론이고, 혹시 나는 네덜란드에서 태어났어야 했던게 아닐까 싶을정도로 너무 살고 싶은 나라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국과 미국에서 느꼈던 다양성에 대한 포용력과 여유로움이 내 DNA에는 각인되어 있기에 한국은 이런 내게 살아가기에는 너무 힘든 나라임은 분명하다. 이 책에서는 네덜란드에서 오랫동안 살아가고 있는 저자가 네덜란드의 여러 부분에 대해 극찬하는 책이다. 뭐 하나 부족한 점이 없을 정도로 칭찬 투성이인데 사실 영국에서 살아보면서 느꼈지만 유럽의 선진국이라고 무조건 좋은 점만 있지는 않다. 네덜란드 또한 그럴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누군가에게는 장점이 되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단점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여행을 다녀보면 그런 상대성은 늘 느끼는 부분이다.

 

머리가 더욱 복잡해진다. 숨통이 막혀온다. 살아가는 건 뭘까... 내가 한국보다 더 못살고 보수적인 나라에서 태어난 것보다 어쩌면 지금이 그나마 나을 수 있겠지만, 인간은 행복할 권리가 있는 것이다. 한국을 떠나서 다른 나라에서 살아가게 되면 그 과정에서 여러 장벽들이 있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좀 더 그 나라가 내게 더 행복을 준다면 그 나라가 바로 내 나라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 한 권으로 나는 이미 네덜란드의 매력을 느끼게 되었다. 이렇게 네덜란드와 조금씩 사랑에 빠질 것 같은 예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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