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브라이슨 발칙한 미국학 - 미국인도 모르는 미국 이야기 빌 브라이슨 시리즈
빌 브라이슨 지음, 박상은 옮김 / 21세기북스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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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브라이슨의 수많은 책 중 내가 처음 읽어보는게 바로 이 책이라니. 조금 실망이다. 재치있고 발칙한 빌브라이슨이 어떤 작가인지 조금 알게 되니 내가 크게 기대했던 것 보단 별로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아니면 이 책이 하필이면 그의 내세울만한 책이 아니던가.  

이 책은 20년가량을 영국에서 살다가 미국으로 돌아온 미국인 빌 브라이슨의 미국 적응기라고 하겠다. 한 번도 고국을 20년 넘게 떠나본 적이 없는 나이기에 자기가 태어나고 국적을 가진 나라에서 낯설음을 느끼는 게 어떤건지 잘 실감나지는 않지만 굳이 따지지 않더라도 저자는 꽤 혼란스러웠을거다. 고작 일 년을 한국을 떠나 다른 나라에서 살다가 돌아온 나도 처음에는 한국에서의 생활이 그랬기 때문이다.  

나 또한 영국에서 일 년 가량을 살아봤기에 빌 브라이슨의 영국에 대한 장,단점에는 고개가 끄덕여지는 부분이 많았다. 평소에도 항상 미국에 대해서 궁금해했는데 일단 영국보다는 날씨가 좋다는 점과 신사의 나라라는 이미지가 다소간 잘못된게 아닐까 싶을만큼 불친절한 몇몇 영국인들을 보면 그 친절하다는 미국인들이 정말 그런지 궁금했다.   

어쨌든 처음으로 접해 본 빌 브라이슨의 책은 기대에 충족하지 못해서 아쉽다. 무엇보다도 10년이나 전에 출간된 책을 뭐하러 지금 번역했는지 모를일이다. 요즘이 어떤 세상인데 10년 전의 미국이랑 영국에 대한 책을 번역한건지, 읽으면서도 지금은 많이 달라졌을텐데라고 느꼈던 부분이 한 두 군데가 아니다. 그저 작가의 명성 하나만으로 번역한 것 같아서 실망이다. 재미도 없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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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투 런 Born to Run - 신비의 원시부족이 가르쳐준 행복의 비밀
크리스토퍼 맥두걸 지음, 민영진 옮김 / 페이퍼로드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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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2학년 때의 담임은 체육 담당 여교사였다. 1학년 때에도 이 교사에게서 체육을 배웠었는데, 체육시간 시작하자마자 항상 운동장 네 바퀴 달리기를 시켰었고, 난 끝까지 달려본 적이 손에 꼽을 정도였다. 세 바퀴쯤 달리면 피를 토할 것 같이 힘들었지만 전혀 내 사정을 봐주지 않았던 그 교사가 당시 내가 제일 싫어하는 사람 중의 하나였다. 비록 그 훈련을 2년 동안 하게되니 어느 순간 조금씩 지구력이 향상된 나를 볼 수 있긴 했지만, 지금까지도 내가 제일 이해가 안 되는 사람들이 바로 마라토너이다.   

본 투 런 Born To Run, 인간은 달리기 위해 태어났다고 한다. 바로 이 책의 저자 크리스토퍼 맥두걸이 실제로 지구상에서 가장 달리기를 잘 하면서도 재미있어하는 부족인 타라우마라인들을 만나고 그들과 함께 달린 경험을 하고 우리에게 해 주는 이야기이다. 선사시대 인간들이 영양분을 섭취할 수 있었던 것이 바로 맨발로 달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반면 달리기 위해 태어난 다리에 비해 효율성을 추구하는 뇌와의 싸움에서 뇌의 승리로 하여금 현대인들은 온갖 질병에 시달린다고 보고있다. 흥미로운 것은 한 때 달리기가 무릎과 발목에 충격을 주어서 매우 좋지 않은 운동으로 알려져 있었고, 빨리걷기 즉 파워워킹이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의 운동 요법이 되고 있는 것과는 색다른 견해라는 점이다.

책을 끝까지 읽으며 온갖 상상의 나래를 펼쳤음에도 울트라러닝 즉 평탄한 곳이 아닌 언덕과 계곡 그리고 강이 있는 곳에서의 달리기가 어떤 것인지 상상하기 힘들었다. 평지에서의 마라톤이 너무나도 익숙하기 때문일까. 또 마라토너를 나와는 가장 무관한 사람들로 치부했었기 떄문에 달리기에서의 엔도르핀이 어떤 희열인지 또한 지금까지 느껴본 적이 없어서 그 기쁨을 독자로서 고스란히 느끼기는 어려웠다. 그럼에도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갑자기 달리고 싶어졌다. 내 마음을 억누르는 모든 고통과 근심의 무게는 언제나 운동을 했을 때 한결 가벼워졌었는데, 달리기도 그런 맥락에서 생각한다면 정말 현대인에게 가장 필요한 운동법이 아닐까. 책을 읽으며 알게 된 충격적인 사실은 비싼 운동화일수록 다리에 좋지 않다는 사실이었다. 오히려 인간은 맨발로 달릴 때 가장 안정적이고 부상이 적다. 얼마 전 등산할 때 우연히 본 맨발의 등산객 또한 이 책 속의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일까.  

모든 게 부자연스럽게 느껴진다. 이렇게 하루종일 앉거나 누워있는 내 삶의 방식이 사실은 매우 인간적인 게 아니었다는 것, 이것은 더 나아가 인류의 숭고한 역사를 거부하는 행위로까지 해석된다는 생각에 기분이 이상했다. 그래서 이제 달리기는 내게 더 이상 목표만을 위한 고통스런 행위가 아닌 인간 본연의 행위에 충실한 즐거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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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만원 세대 - 절망의 시대에 쓰는 희망의 경제학 우석훈 한국경제대안 1
우석훈.박권일 지음 / 레디앙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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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고나서야 난 내가 대한민국에서 가장 불쌍한 세대라는 것을 알았다. 굶주림을 겪지도, 민주화 투쟁을 해 보지도 못한 지금의 젊은 세대가 언뜻 보면 참 좋은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고 여겨질지 모르지만, 결코 그렇지 않음을 새삼 느꼈다고나 할까. 취업난이라는 말을 대학에 처음 들어갔을 때 부터 들었으니 상당히 오랜 기간 동안 대한민국에 청년실업이 사회 문제로 자리매김한 것으로 보여진다. 그리고 그냥 그러려니 했던 그 문제가 막상 내 문제가 되기 시작하자 심히 우울해지기 시작했다. 비단 나만 이런 우울함을 느끼지는 않겠지만, 아주 소수의 바늘구멍을 통과한 주변인들로 하여금 인생의 루저라고 느껴질만큼의 열등감을 맛보지 못한 사람은 아마 이 기분을 모를 것이다. 

대학문을 나서면 정글같은 사회가 도사리고 있다고 생각은 했지만, 대한민국의 88만원 세대가 지금의 20대라고 정의내린 이 책을 보니 더더욱 움츠러들 뿐이다. 전 세계적인 문제이지만, 유럽의 각 국과 미국이 현명하게 대처한 사례들은 이 책이 출판된지 삼 년이 지나고 있는 지금도 대한민국이 썩 달라진게 없는 걸 보면 큰 도움이 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이 말은 즉, 우석훈 박사는 크리스마스 캐롤을 빗대어서 10대들에게 지금의 암울한 현실을 좀 더 밝은 미래로 바꾸기 위한 실천 방안을 친절히 설명해 주었지만, 막연히 바리케이드를 치고 짱돌을 들라고 한 20대는 그저 이 무서운 현실 앞에서 그러기엔 차마 엄두를 낼 수가 없어진다. 사회의식을 갖지 않고, 개인주의적이 되어 버린 20대라고 비하해도 어쩔 수 없다는 건 바로 88만원 세대라는 무서운 단어가 의미해주지 않을까.  

2학년 때 교양수업의 하나로 취업 준비 가이드에 관한 과목을 수강한 적이 있다. 매주, 각 기업체의 인사 관련 직원들이 나와서 강연을 했었는데 이들이 공통적으로 했던 말은 '현실을 직시하고, 저학년 때부터 취업을 준비하라'는 말이었다. 다들 그 말을 새겨 들으며 고무되었던 분위기였고, 나 또한 그저 학점에만 신경 썼던 나 자신의 어리석음을 스스로 질타하곤 했었다. 그러나 가만히 생각해보면 지금의 세대를 착취하는 기성세대로서의 그들은 정말 우리를 그렇게 내몰아야 했을까. 그들의 20대 였을 때와 지금의 20대는 너무나도 다름을 알았을텐데 말이다. 

정말 훌륭한 책이었다. 해박한 경제학 지식을 곳곳에 적용해서 사회를 분석했음에도 우리나라에서는 도저히 이론 접목이 안 되는 부분이 있다는 것은 그 자체로 불균형을 의미할 것이다. 아주 번쩍이는 대안들 또한 매우 좋은 생각들이지만, 정말 당장 코 앞에 처해진 현실을 외면하고 대안을 받아들이고 나아가기엔 사실 용기가 없다. 나 혼자만 짱돌을 든다고 사회가 바뀌는 일은 없을테니 말이다. 그러나 점점 지쳐갈 때 쯤인 지금, 이 한 권의 책이 내게 얼마나 큰 위안이 되었는지 모른다. 적어도 지금의 우리가 잘못하거나 능력이 없어서 그 문을 통과하지 못하는 게 아니라는 위로 하나로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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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디 워홀 이야기 - 일상과 예술과 상업 사이의 경계를 허문 앤디 워홀의 창조적 인생 청소년 롤모델 시리즈 (명진출판사) 10
아서 단토 지음, 이혜경 엮음, 박선령 옮김 / 명진출판사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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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디 워홀을 책으로 만나다니. 그저 이름만 들어봤을 뿐 그는 내게 너무나도 생소한 존재였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이 책을 다 읽고 나서도 그는 내게 여.전.히. 생소한 존재이다. 청소년 롤모델 시리즈라는 매우 거창한 타이틀을 내건 청소년을 위한 소위 자서전이기에 어른이 읽기에 사실 너무 재미없다. 그의 일생을 축약해서 이 얇은 책 한 권으로 만든 것도 그렇지만, 책에서는 오로지 앤디 워홀의 작품에 관한 이야기만 주를 이룰 뿐, 막상 더 관심이 가는 인간 앤디 워홀과 사생활에 대해서는 너무나도 미흡했다. 방탕한 생활을 다루기엔 시리즈의 주제와 걸맞지 않다고 판단해서일까.  

그가 청소년 롤모델로서 적합한가라는 생각 또한 든 것은, 앤디 워홀은 그저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했을 뿐이라는 점을 알았기 때문이다. 사회의 기여도로 판단하자면 예술적 창조를 이끌어 낸 대단한 인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가 이처럼 대단한 팝아트의 대가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이 책에 따르면 특별한 것도 없었다. 어렸을 적 어머니의 아낌없는 지원과 그저 대단한 창의력이 빛을 발해서 이루어낸 것일 뿐.

날이 갈수록 세상은 변한다. 많은 것들이 기계화 되었고 정보 통신 기술이 눈부시게 향상되고 있다. 그렇지만 그만큼 예술 분야는 유일하게 여전히 인간의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고, 그 유연함에 한계를 그을 수 없는 매력을 지니고 있다. 팝아트가 그 맥락에 가장 충실한 본보기라고 할 수 있다. 부자와 빈자를 막론하고 누구나 즐기는 통조림과 코카콜라를 예술로 표현함으로써 평등을 추구했다는 앤디 워홀이 바로 그런 점을 가장 잘 보여주지 않았을까. 그럼에도 비즈니스 예술가로 영리 추구에 지대한 집착을 보였다는 부분과 접목해본다면 대중적인 작품들 또한 많은 이들의 공감을 사고 이익을 얻기 위해서가 아닐까라는 의심이 든다.  

앤디 워홀이 20세기의 창조적 인재는 맞지만, 21세기 청소년들의 롤모델이 되기에 타당한지는 이 책 한권으로 판단하자면 의심스럽다. 하고 싶은 일에 열정을 쏟으라는 메세지 하나만큼은 확실히 알 수 있었지만, 그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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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 1
마크 레비 지음, 강미란 옮김 / 열림원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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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레비의 작품은 한 번도 접해본 적이 없지만, 이상하게도 작가의 이름이 매우 귀에 익숙하다. 아마 다른 작품들을 통해서 명성을 얻었기에 은연중에 많이 들어왔었나보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그의 다른 작품들에 비해 평이 썩 훌륭하지 못한 이 작품을 처음 접하게 되었다. 두 권짜리 소설은 마치 영화에서 보듯 다른 나라에서 서로 다른 인물에게 일어난 일을 전환하며 보여주고 있다. 소재가 예술품만 아니라면 구성이 흔히 보는 여느 미술을 다룬 소설과 그닥 다를 바가 없다. 

하나의 목걸이의 비밀을 파헤치기 위해 서로 다른 인물들이 추격을 하고 음모를 꾸미는 스토리가 참신하지는 않다. 하지만 흔치 않는 소설 속에서의 고고학자와 천체학자의 만남과 목걸이와 관련된 여러 과학적인 비밀이 매우 흥미로웠다. 땅 속을 파헤치고 우주를 연구하는 작업들이 깊숙이 들여다보면 인간 기원을 찾기 위한 하나의 공통된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임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그럼에도 어딘가 어설프다. 석연치 않다. 그리고 마무리가 훌륭하지 못하다. 오타가 생각보다 난무하는 것은 차치하고, 무엇보다도 독자에게 궁금증을 유발시킨 인물들의 비밀을 친절히 밝혀주지 못한 채로 찜찜하게 끝이 났다. 그리고 왠만한 독자들은 모두 다 허무해하고 짜증을 느낄만큼의 아주 짜증스러운 마무리가 두 권을 숨가쁘게 읽은 독자들을 약올렸다. 비록 번역본이긴하지만 마치 일기장이나 끄적거린 메모 혹은 드라마 대본 따위에서나 볼 법한 구어체의 남발은 또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것일까. 

책 표지만큼은 독창적이고 훌륭한데 그 속은 그만큼 알차지 못해서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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