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다
파울로 코엘료 지음, 권미선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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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 이후로 두 번째 읽는 책이 바로 <브리다>이다. 말하자면 나는 그의 팬은 아니라는 점이다. 이 책 또한 어쩌다가 내 손에 들어오게 되어서 읽게 되었다. 그런데 책을 한 장씩 넘기며 느낀 감정은 놀라움과 희열 그 자체였다. 이 책에서 다루는 주제가 딱히 무엇이라고 하기 힘들만큼 광범위하지만 이 책 한 권으로 나는 인간에게 사랑이란 무엇인지에 대해서 명쾌한 해답을 얻게 된 기분이었다.
 
"우리는 연금술사들이 '아니마 문디', 즉 '세상의 영혼'이라 부르는 것의 일부를 이루고 있지." 위카는 브리다의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고 이야기를 계속했다. "사실, 아니마 문디가 분화만 계속한다면 그 수는 늘어나겠지만, 또 그만큼 점점 약화되기도 해.그래서 우리는 그렇게 나뉘는 것처럼, 다시 또 서로 만나게 되는 것야. 그리고 그 재회를 '사랑'이라 부르지. 영혼이 분화할 때 언제나 남자와 여자로 나뉘기 때문이야. 창세기에서도 말하고 있잖아. '아담의 영혼이 둘로 나뉘어 그에게서 하와가 태어났다."  -p.59-
 
'아니마 문디'로 분리된 우리 전생의 한 몸이었던 일부를 찾는 것이 사랑이라면, 지금 내가 사랑하고 있고 내가 사랑했던 이들이 모두 우리의 일부였을까. 책속에서 브리다의 소울메이트였던 마법사가 그녀의 왼쪽 가슴에 번쩍이는 표지를 보고 소울메이트임을 알았지만 평범한 인간들에게는 보이지 않으니 어쩌면 소울메이트를 찾는 것이 인간의 삶에서 하나의 중요한 과업이자 목적일 수도 있을 것이다.
 
<연금술사>에서는 온 우주가 인간이 행하려하는 바를 이루어지도록 이끌어주는 더 이상 희망적일 수 없는 메세지를 주었다면(<브리다>에서 그런 구절이 또 나온다.), 이 책에서는 인간에게 사랑이란 어떤 의미인지에 대해서 소설로 풀어 쓴 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비록 소설은 소설일 뿐이라고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파울로 코엘료에게 열광하는 이유는 완벽하지 못한 인간이 종교에 의지하여 삶의 의미를 정의내리듯 그의 소설이 일종의 종교와 같은 의미로서 많은 독자들에게 감동을 주기 때문이다. 이것이 그에게 열광하는 독자와 그를 싫어하는 독자로 양분되는 이유이다. 마치 달콤한 독약을 품은 사이비 교주와 같다고 생각하는 독자와 그 반대인 독자들로 말이다. 하지만 브리다에서의 '사랑'에 대한 정의가 달콤한 독약이 아닌 사실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사랑으로 인해 아픔을 겪고 사랑으로 혼란스러워했던 내가 이제는 브리다처럼 모든 것이 소울메이트를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해 줄 수 있는 이유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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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인문학 서재
크리스토퍼 베하 지음, 이현 옮김 / 21세기북스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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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하버드 클래식의 50권에 담겨져 있는 주옥 같은 고전 작품들의 평론집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하버드 대학 강단에 섰던 찰스 윌리엄 엘리엇이 소위 말하는 5피트 책꽂이에 몇 년 과정의 일반 교육과정을 담아서 교육의 민주화에 앞장 선다는 취지로 전집이 탄생하게 되었다. 그러므로 50권이나 되는 책을 이 책 한 권으로 만나본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저자가 1년 동안 50권을 읽은 후 짧게 간추려놓은 감상을 독자가 전해받는다는 게 맞을 것 같다. 전집 속의 셰익스피어 4대 비극 외에는 접해본 적이 없는 고전들로 이루어졌다는 것이 평소의 나의 독서 습관을 대변하는 듯 했다. 제인 오스틴이나 찰스 디킨스와 같은 제법 대중적인 클래식 소설은 이미 소장하는 독자가 많을 것이라는 그야말로 상업적인 인식으로, 하버드 클래식에 픽션의 비중은 거의 없는 단점이 있다. 그러나 그 후 이런 점들을 보완한 하버드 픽션 클래식이 출간되게 되었고, 책의 마지막 부분에 그에 대해 대략적으로 소개해주고 있다.
 
책의 저자가 1년 동안 전집의 50권을 모두 읽는 기염을 토했음에도 그 책들이 자신이나 세상을 완전히 바꿔주지 않음을 알고 있다는 것을 저자는 겸허히 받아들이고 있다. 이건 내가 지금까지 무수히 많은 책을 접한 후 느낀 회의감과 비슷한 느낌일 것이다. 그러나 나는 겸허하지 못했다. 지식의 축적으로 완전히 달라진 내가 되기 위한 욕심으로 독서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상은 전과 다름없이 돌아가고 많은 책을 읽은 나도 그 전과 다름 없음에 허무해 하는 것은 어쩌면 바보 같은 생각으로 바로 앞을 내다보지 못한 결과가 아닐까. 시간이 흘러도 변함 없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라면 그 깨달음을 가장 잘 담은 그릇이 고전이며 깨달음에서 더 나아가서 이해하는 것이 바로 고전을 읽은 후의 자세일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고전 읽기의 가장 주된 목적인 것이다.
 
인문학을 전공하면서도 정작 하버드 클래식에서 다루어진 고전들은 내게 생소한 작품들이 더 많았다. 짧게나마 각 작품을 이 책을 통해 들여다보았기에 더 깊이 알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고전이 왜 고전으로 전해지고 있는지, 인문학의 힘이 얼마나 중요한지 직접 부딪쳐서 느껴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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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밖으로 나온 바람난 세계사 - 신화가 된 역사, 전설이 된 역사, 구라가 된 역사
박철규 지음 / 팬덤북스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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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인간이 만들어간다. 인간이란 완벽하지 못한 존재이기에 역사 또한 모든 것이 진실되고, 완벽할 수는 없다. 이런 역사의 뒷이야기를 다룬 책들이 쏟아져나오고 있다. 이 뒷이야기들 또한 모두 확실한지는 알 수 없지만, 재미 삼아 보면 마치 가십거리를 듣는 것 마냥 낄낄거릴 수 밖에 없게 된다. 흔히 처음으로 교과서상으로 배운 역사 속의 인물들은 인간적이기보다는 그야말로 역사적으로 훌륭한 인물임이 부각되기에 그 부족함을 들여다보는 것 만큼 달콤한 게 또 있을까. 

이 책 또한 그런 책들 중의 하나이다. 제목에서 보여주듯, 그리고 부제에서 더 확고히 하듯 신화과 되고 전설이 된 역사가 구라가 되기까지 한 모습을 까발려준다. 각 꼭지가 한 장 이내이기에 쉽게 읽을 수 있으면서도 유쾌하다. 인간이라는 존재의 본성은 오랜 시간 이전에도 여전했음을 여러 야사를 통해 들여다볼 수 있었다. 그러나 좀 더 들여다보고 싶은 주제도 너무 짧게 끝나는 허술함이 보여서 아쉬웠다. 

역사를 통해 미래를 보라는 말이 있다. 명심해야 할 말이다. 시대가 변해도 인간은 변하지 않기에 선인들의 지혜를 들여다보고 배우려는 자세를 견지해야 무릇 인간 답게 살 수 있는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완벽하지 못한 인간이 그나마 슬기롭게 살아가기 위한 최고의 방법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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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cemb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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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타 헤이워드와 쇼생크 탈출- 스티븐 킹의 사계 봄.여름
스티븐 킹 지음, 이경덕 옮김 / 황금가지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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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무도- 왜 우리는 호러 문화에 열광하는가
스티븐 킹 지음, 조재형 옮김 / 황금가지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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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전염된다
니컬러스 A. 크리스타키스 & 제임스 파울러 지음, 이충호 옮김 / 김영사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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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션스 : 오리지날판- 아웃케이스 없음
자크 페랭 감독, 자크 페랭 목소리 / UEK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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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4
헤르만 헤세 지음, 구기성 옮김 / 문예출판사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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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싸운다. 알은 새의 세계다.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리지 않으면 안 된다. 새는 신을 향하여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프락사스다." 

'이 책을 조금만 더 일찍 읽었으면 좋았을것을.' 이런 후회를 하게 될 줄은 몰랐다. 그야말로 십대의 나 자신은 싱클레어와 무척이나 닮아 있었기 때문이다. 혼자서 괴로워하며 언제나 답을 내릴 수 없는 무수한 질문들과 낯선 세상과의 또 다른 조우 등은 내 십대 시절을 한 없이 우울하게 만들었었다. 왜 그 땐 내가 알에서 깨어나오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고 생각하지 못한걸까. 그래서 나 혼자만 괴롭고 외로워하는 듯한 그 소외감에서 헤어나오기는 쉽지 않았다. 그런 내게 늦었지만 이 책 한 권이 내가 더 이상 외롭지 않아도 된다는 동지 의식을 보여주었다고 해야 할까. 그 괴로움은 당연히 직면하게 될 무엇이라는 걸 알게 된 후 나는 한결 편해졌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걸까?' '무엇을 위해서, 왜?' 시간이 흐르고 나이가 들어가도 이 질문은 변함없이 계속된다. 확고하지 않은 신념때문에 그저 부유하게 떠다니는 듯한 내 모습이 한심스럽고, 방향을 찾을 수 없어서 혼란스럽다. 그런 내게 데미안이 가져다 준 하나의 보물은 바로 스스로 믿는 대로 행동할 수 있는 용기를 지니는 것이야 말로 삶을 가치있게 살아가는 것이며, 무엇이든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는 메세지이다. 물질만능주의에 휘둘리지 않은 채 스스로를 위해서 살아가야 함을 알지만 실천하기 힘든 내게 이 책은 등대와 같은 역할을 해주었다. 

더 늦기 전에 데미안을 알게 된 것에 감사한다. 인생의 혼란을 겪을 때와 확신이 서지 않을 때 데미안을 떠올리며 내가 원하는 길을 갈 수 있는 힘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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