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가 사랑에게 말했다 - 브라운아이즈 윤건의 커피에세이
윤건 외 지음 / PageOne(페이지원) / 2009년 10월
평점 :
품절


한 마디로 말하자면 정말 '손발 오그라드는 책'이다. 윤건 노래 자체도 그렇지만, 노래나 책이나 어쩜 끝까지 사랑타령이니. 이렇게 독설을 뿜을 수도 있지만, 책을 한 장씩 넘기며 느낀 내 마음은 마치 서로 모르는 이들과 커피 한 잔하며 함께 사랑에 대해 밤새도록 수다 떤 느낌이랄까. 지금의 사랑을 만나기 전에는 모든 사랑 타령들이 싫었지만, 지금 한창 사랑중인 내게 공감할 만한 말들이 참으로 많았다. 사랑 또한 어쩌면 나보다 더 경험이 많은 이들에게 제대로 배워야 하는 사소하지만 중요한 무엇인지도 모른다.  

세 명의 저자들이 뭉쳐서 둘은 각자의 사랑 경험담을 늘어놓고 한 명은 그에 어울리는 커피를 소개해주고 있다. 커피 소개에 좀 더 무게가 실렸다면 좋았을 것 같지만, 불행히도 책의 대부분은 윤건과 조현경의 사랑이야기에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나같이 시니컬한 독자들에게 그들의 사랑 이야기는 그닥 관심이 없을테지만, 자그마치 한 장씩(?)이나 할애해주는 커피 관련 정보는 꽤 흥미로울 것이다. 사실 커피보다는 고구마라떼나 밀크티 등 달콤한 차 종류를 더 선호하는 나지만 이제부터는 커피 전문점에서 커피를 고를 때 좀 더 알고 고를 수 있을 것 같아서 아주 초보는 벗어난 뿌듯함이 느껴진다.  

사랑과 커피는 참 닮았다. 달콤 쌉싸름한 공통점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달콤함을 선호하는 나와 언제나 아메리카노를 선호하는 내 짝. 어쩔 때는 너무나도 달라서 신기할 정도이지만 책에서 말하길 보색은 어울리기 힘들어도 한 번 어울리면 그것만큼 중독되는 경우도 없다고 하지 않던가. 읽는 내내 우리를 떠올렸다.  

이 책이 에세이인지 소설인지는 저자들만이 알고 있을 것이다. 너무나도 영화 같은 사랑 이야기이기에 사실 조금은 의심스러웠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책 한 권으로 인간 윤건을 볼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지도 않다. 그의 추억으로 남은 사랑 이야기만 읽을 수 있을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물론 이 책이 자서전이 아닌데다 세 명이 뭉쳐서 만들었으니 그럴 수 밖에 없다고 하면 할 말이 없지만. 그럼에도 책을 읽는 하루 종일 이렇게 커피가 마시고 싶었던 적이 없었던 것 같다. 나도 이제 사랑 같은 커피에 빠지게 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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