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 인문학 서재
크리스토퍼 베하 지음, 이현 옮김 / 21세기북스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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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하버드 클래식의 50권에 담겨져 있는 주옥 같은 고전 작품들의 평론집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하버드 대학 강단에 섰던 찰스 윌리엄 엘리엇이 소위 말하는 5피트 책꽂이에 몇 년 과정의 일반 교육과정을 담아서 교육의 민주화에 앞장 선다는 취지로 전집이 탄생하게 되었다. 그러므로 50권이나 되는 책을 이 책 한 권으로 만나본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저자가 1년 동안 50권을 읽은 후 짧게 간추려놓은 감상을 독자가 전해받는다는 게 맞을 것 같다. 전집 속의 셰익스피어 4대 비극 외에는 접해본 적이 없는 고전들로 이루어졌다는 것이 평소의 나의 독서 습관을 대변하는 듯 했다. 제인 오스틴이나 찰스 디킨스와 같은 제법 대중적인 클래식 소설은 이미 소장하는 독자가 많을 것이라는 그야말로 상업적인 인식으로, 하버드 클래식에 픽션의 비중은 거의 없는 단점이 있다. 그러나 그 후 이런 점들을 보완한 하버드 픽션 클래식이 출간되게 되었고, 책의 마지막 부분에 그에 대해 대략적으로 소개해주고 있다.
 
책의 저자가 1년 동안 전집의 50권을 모두 읽는 기염을 토했음에도 그 책들이 자신이나 세상을 완전히 바꿔주지 않음을 알고 있다는 것을 저자는 겸허히 받아들이고 있다. 이건 내가 지금까지 무수히 많은 책을 접한 후 느낀 회의감과 비슷한 느낌일 것이다. 그러나 나는 겸허하지 못했다. 지식의 축적으로 완전히 달라진 내가 되기 위한 욕심으로 독서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상은 전과 다름없이 돌아가고 많은 책을 읽은 나도 그 전과 다름 없음에 허무해 하는 것은 어쩌면 바보 같은 생각으로 바로 앞을 내다보지 못한 결과가 아닐까. 시간이 흘러도 변함 없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라면 그 깨달음을 가장 잘 담은 그릇이 고전이며 깨달음에서 더 나아가서 이해하는 것이 바로 고전을 읽은 후의 자세일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고전 읽기의 가장 주된 목적인 것이다.
 
인문학을 전공하면서도 정작 하버드 클래식에서 다루어진 고전들은 내게 생소한 작품들이 더 많았다. 짧게나마 각 작품을 이 책을 통해 들여다보았기에 더 깊이 알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고전이 왜 고전으로 전해지고 있는지, 인문학의 힘이 얼마나 중요한지 직접 부딪쳐서 느껴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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