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이 꽂혀있는 책장을 누워서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들쑥날쑥 크기도 제각각..높이도 제각각...색깔도 제각각...
언제 저렇게 많아졌을까...새삼스럽기도 하고 흐뭇하기도 하고 중간중간 저랑 우리애들이랑 표지가 닳도록 읽은 그런 책도 보이고 어떤 책은 단 한번의 손길만 받고 계속 외면되기도 하고...
저 책은 호야 몇 살때 산 책... 저 책은 수아랑 손잡고 서점에 가서 산 책... 저 책은 어디서점 세일할 때 미친 듯 담았던 책....저 책 구할라고 어디까지 전화했던 책...
사연도 많고 기억도 알콩달콩 재미있네요.
어? 그런데 예전에는 메이저 출판사 위주로, 그리고 일본그림책을 많이 샀었는데 요즘은 작은 출판사의 책이 상당히 많아졌네...그리고 일본그림책의 비중이 줄어들었구나...생각이 퍼뜩 들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일본그림책이 우리나라에 제법 많이 번역되어 들어온 상태입니다.
전체 그림책시장에서의 비율로 따지면 상당한 양이 될 거라고 생각되네요, 그쵸?
아마도 지리적으로 가깝기도 한 데다가 우리나라보다 먼저 그림책에 대한 생각이 발달한 때문이기도 할 것이고 초기에 발간된 그림책 지침서(?)들이 전부 마쓰이 다다시로부터 비롯되었기 때문이기도 한 거 같아요.
하지만 무엇보다 일본그림책이 이처럼 인기가 있는 이유는 그네들이 가지고 있는 특징이 아이들의 기호와 맞아 떨어지기 때문이 아닐까 싶네요.
기억하기로 제가 처음 그림책을 접하게 되면서 아이가 좋아하고 손이 많이 가는 그림책들이 대부분 일본그림책이었어요. 하야시 아키코의 그림책....구리구라...등 말여요.
일본그림책의 특징이라고 하면 뭐랄까...엄마들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그림책의 전형을 보여준다고 할까요? (순전히 제 개인적이고 선무당적인 사견이옵니다....^^;;)
우리 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소재가 많은데다가 철학적이고 심미적이기 보다는 밝고 따뜻한 내용과 그에 어울리는 단순한 일러스트, 유머러스한 주인공, 꼭 잊지 않고 넣어놓은 적당히 교훈적인 주제를 담고 있고 거기에 유아들에에게 쉽게 과학적 상식을 알려줄 수 있는 그런 재미난 과학그림책이 많다는 것도 한 특색이라고 생각되어지네요. 단행본으로 나온 유아용 과학그림책을 보면 일본그림책이 상당히 많더라구요.
내용을 전개하는 데 있어서는 아주 일상적인, 너무나도 일상적이고 평범하여 아주 어린아이들에도 쉬이 공감할 수 있는 그런 점에서 시작되어 황당하리만큼 우스운 유머가 사용되어지곤 합니다.
일러스트적인 면에서는 단선적인 일러스트가 많아 심미적인 욕구를 채워주기에는 좀 부족한 듯도 싶고 색감이 다양하지 않다는 것이 아쉽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오호호호~· 요렇게 이야기하니 상당히 뭔가 있어 보이지 않습니까?)
물론 다 그렇다는 것이 아니고 아카바 수에이치 같은 작가는 제가 정말 좋아하는 작가이고 그의 책은 가슴을 찡~ 하게 울리는 그런 게 있습니다.
오래전에 히트되었었다가 최근 다시 히트되고 있는 차일드애플이라는 전집도 그렇고 대교출판에서 만든 아이들의 벗이라는 전집이 대표적으로 머리에 떠오르는 일본그림책 전집인데 엄마들 반응이 괜찮은 거 같아요.
왜냐면 엄마들이 보기에도 무난한 데다가 아이들에게도 부담이 없으니까요. 여러 가지 요소(유머, 정보, 교훈 등 ^^)를 적당적당히 보기좋게 섞어놓은 것이 꼭 마끼를 먹는 그런 느낌ㅋㅋ (먹고 나면 뒷맛이 남지 않고 개운하잖아요 ,,^^:;;)
그런데 저는 자꾸자꾸 보고 또 볼수록 좀 지루해지더군요.
일정한 감정선을 하나 그어놓고 그것을 죽~~~ 연장해가는 그런 느낌.
이 책을 봐도, 저 책을 봐도 계속 비슷한 느낌이 들어서 그런가봐요.
저희집의 아이들이 7살 4살의 천방지축 사내녀석들인데 (별명이 차력형제이옵니다...-_-;;)
너희들이 좋아하는 책을 가져와라 라고 하면 들고오는 책의 70%가 일본그림책인거 같아요.
특히 요즘 4살짜리 작은 차력사 수아의 사랑을 받고 있는 책은 <집나가자 꿀꿀꿀>, <종합병원>, <까마귀네 빵집>, <한입에 덥석> 이랍니다.
큰아이 호야도 마찬가지로 일본그림책들의 황당한 유머를 보면서 아주 데굴데굴 굴러요.
얼마전 운이 좋게 구한 국민서관의 수학그림책을 얼마나 끼고 보는지 모른답니다.
그런데 웃기는 건 엄마는 엄마대로 그림책을 오래오래 들여다 볼수록 점점 취향이 그로테스크해진다는 거...;;
엄마가 좋아하는 그림책 중에는 <빨간 나무>라던가 찰스 키핑의 <창 너머> 거기에 마루벌에서 나온 기기묘묘한 그림책 <아무리 먹어도 배고픈 사람> 등등이 있으니 말이죠...^^ (아이들은 절대 좋아하지 않음...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