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길에 소주를 샀다.

집에서 젤 가까운 편의점에서 젤 순한 소주를 샀다.

16.5도.....

 

스트레스를 다른 방법으로 풀 수 있으면 좋으련만

다른 방법은 생각나지 않는다.

다행히

술을 잘 못하는 지라

한 잔을 마시면, 

내가 원하는 상태가 된다.

 

나이가 들수록

초고도비만인,

알코올중독자가

남의 얘기가 아니라,

나도 충분히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섬뜩해진다.

잠시 발을 담그다 보면

순식간일 것 같다.

 

나를 지키기 위해서

정신을 차리기로 했다.

아침에 일어나서

근처 초등학교 트랙을 돌기 시작했다.

 

갑자기 전화 진동 소리가 들린다.

이 새벽에 집에서 전화가 오네..

새벽이어도 거의 엄만데,

오늘은 아빠다.

반찬 갖다주러 가니까 15분 후에 나오란다.

 

굳이

새벽에 출근하시는 아빠에게

여기를 들렸다 가라고 하는 엄마다.

새 반찬은 내가 가지러 가도 되는데..

 

얼마전에

Damla Chewy Candy를 좀 얻었는데,

종류별로 골라냈다.

복숭아,오렌지,딸기,사과,체리..

그리고 작은 바나나 하나..

 

아빠도 무뚝뚝하고

나도 무뚝뚝한데,

언젠가부터 반말을 하는 사이다.

엄마는 시집가서 흉잡힐 일이라고

고쳐야 한다고 하지만,

(그건 그때 일이고ㅋㅋ)

아빠에게 깍듯한 말이 더 어색하다.

 

조수석에서 반찬을 꺼내고 바나나를 놓고

아빠 손에 작은 것들을 쥐어주고,

맛있어, 먹어봐..(아빤 단걸 좋아한다) 

조심해서 가세요, 한 다음 문을 닫았다.

 

내가 좋아하는 반찬..

밥을 먹고 운동을 가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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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판에는 사우나라고 되어 있으나,

오래된 목욕탕이다.

예전 해피투게더 녹화하는 곳 비슷하다.

4천원을 계산하면 수건을 가져가게 한다.

 

바나나맛 우유(바나나 우유 아님ㅎㅎ)까지 마셔도

5,300원이다.

저렴한 행복!!

별 장점 없는 이 동네의 장점이다.

 

혼자서 간만의 목욕을 하다

세신사 분을 보았다.

한번 맡겨보고 싶다.

뭐든 해봐야 하는거 아닌가?

한번도 해 본적 없으니까ㅋㅋㅋ

 

엄마는

니 때는 니가 밀어라,

라고 말씀하셨다.

평생을 검소하게 살아온 엄마 생각에는

지몸 지가 닦을 힘이 있는 젊은 것이

세신사에게 몸을 맡기는 게 못마땅하셨던 거다.

 

어려도,

상황이라는 게 있는건데,

게다가 세신사의 생계에 금이 가는 소리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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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나 사이에 뭐가 남았을까?

아니 뭐가 남아 있을까?

 

가부장 사회 전형적인 장남 아버지에게,

운동을 싫어하는 아버지에게,

병마의 그림자가 드리우는 데도

자식에게 알리고 싶어하지 않는,

자신은 문제를 해결해 주는 사람이지

문제를 던져주는 사람이 아니기를 바라는

아버지에게......

 

아빠와 엄마 사이에 비밀이 없듯이,

엄마와 나 사이에도 비밀이 없는데,

모르게 하려하는 그의 뜻대로

언급하지 않을 뿐이다.

 

저녁 시간에

집에 갔던 것은

엄마가 목적이었지만,

아빠에게 묻고 싶은 것도 있었다.

노건호씨의 발언을

아빠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했다.

 

아빠와 나는 그런 얘기만 한다.

보통 내가 먼저 질문을 한다.

정치 이야기를 하는데,

한때는 같은 편이었는데,

요즘은 다른 길을 걷고 있다.

 

아직 9시밖에 안됐는데

아버지는 선잠이 들었다.

얘기를 꺼내보지도 못하고,

잠든 아빠 옆에서 엄마랑 재미없는 일일극 하나 보고

집에 돌아왔다.

 

누구나

늙어가는 건데

참 서글픈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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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외모에 관대할까?

 

내가 만나는 남자들이 나이가 많아서일까?

 

 

오늘 처음 본 남자도 그랬다.

카페에 앉았는데,

하얀 셔츠와 불룩한 배가 눈에 들어왔다.

운동을 좋아하지 않는구나, 싶었고

나도 운동을 좋아하지 않는데,

타인 앞에서 저 느낌이지 않으려면 진짜 운동을 해야겠구나 싶었다.

 

내가 남자를 만날 때,

얼굴 생김생김보다 더 중요하게 보는 게

이다..

고른 이.

치아 미백까지는 아니더라도,

치아의 상태는 중요하다.

 

그런데 이 사람은

위 앞니 두개가 확실히 벌어져 있다.

보기 싫게...

보통 저 정도면 교정을 하기 마련일텐데,

남자들은 자신의 외모에 관대하다.

 

그의 벌어진 이,

170이 될까말까 하는 키는

역시나 나를 안도하게 했다.

 

사실 키는 이제 중요하지 않다.

내 키가 164여도 나에게 어울릴 키를 바라지 않는다.

키가 작아도 상관없다.

그런데 그는 외모로

끌어당기는 게 없었다.

여자만 곱게 화장을 해야하는 게 아니다.

남자도 가꾸어야 한다.

뭔가 끌어당기는 게 있어야

다음 만남을 지속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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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신 - 오직 한 사람을 위한 시대
한홍구 지음 / 한겨레출판 / 2014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막내가 국사를 모른다고 할때 중학교교과서를 주고 이거라도 보라 했는데, 나에게 사달라고 한 책이다,난 한겨레에서 읽었는데 학교다닐때 공부안한 막내는 하나하나 찾아보며 읽는다고 했다, 어쨌든 기특하다는 생각이 드는데 카톡사진을 이 책 표지로 바꿨다, 서른 넘은 사나이의 허세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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