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에서 일디보라고 공연 광고가 나오는데, 몇 번 보니 일디보가 무슨 뜻일까 궁금해졌다.. 영화 시월애에서 전지현이 집 이름을 일마레라고 지었는데, 일마레는 바다라는 뜻의 이탈리아어다.. 마레가 바다라는 뜻이고 일은 관사다.. 그런 맥락에서 보면 일은 관사일거고 디보는 뭘까? 검색해 봤더니, DIVO 또는 DIVA는 이탈리아어로 신, 여신(디보는 신, 디바는 여신이겠지..) 혹은 영화나 연극에서 인기있는 주연 남녀배우를 뜻한단다.. 우리나라 가수 중에도 디바가 있다.. 그러니까 음악에서 주연이 되겠다는 얘긴데..

일디보의 동영상을 찾아봤다.. 아르마니풍 정장을 차려입은 멋진 네명의 남성이 노래하고 있다.. 노래는 스페인어로 부르는데, 머라이어 캐리의 Hero는 스페인어로 Heroe(에로에), 토니 브랙스톤의  Un-break my heart는 스페인어로 Regresa a mi(레그레사 아 미 정도 되는 것 같다)..  에로에와 레그레사 아 미를 들으면서 일디보 관련 기사를 찾았다.. 영국의 유명한 프로듀서 사이먼 코웰이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뽑아서 만든 남성 4인조 팝페라 그룹..(여기서 말하는 전 세계란 유럽과 미국이겠지만)  사이먼 코웰은 스파이스 걸스와 웨스트 라이프를 데뷔시켜 대단한 성공을 거두고 명성을 얻은 영국인 제작자로, 최근에는 아메리칸 아이돌 심사위원으로 나와서 냉정하고 잔인한 평으로 참가자를 당황하게 하곤 했다.. 아무튼 그가 뽑은 일디보 멤버는 국적이 다 다르다.. 스페인, 미국, 프랑스, 스위스..

나는 일부러 멤버각각의 신상명세를 찾지 않고, 동영상을 보면서 퀴즈를 푸는 심정으로 얼굴을 보고 국적을 맞춰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누구나 맞출 수 있는 멤버가 하나 있었다.. 호세 까레라스처럼 생긴 스페인 출신의 카를로스.. 히스패닉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호세 까레라스보다는 덜 생겼지만 눈웃음 치는 모습이 여자 깨나 홀렸을 법 하다.. 나머지 셋은 완전히 내 예상을 빗나갔다.. 가장 어려보이고, 단발머리에 야성적인 매력이 느껴지는 우르스는 스위스인(프랑스인일거라 생각했는데).. 첫 인상이 조지 클루니를 떠오르게 했고, 넷 중 내 눈에 가장 잘생겨 보였던 세바스티앙은 프랑스인(미국인일거라 생각했는데).. 키가 가장 크고, 얼굴모습에서 그냥 이유없이 스위스인일거라고 생각했던 데이비드는 미국인이었다.. 얼굴 보고 국적 맞추기는 내게 무리였다ㅋㅋ   넷은 다 성악을 전공했고, 카를로스만 바리톤이고 나머지는 테너다.. 카를로스의 중저음이 이 그룹의 무게중심이 된다.. 처음에는 카를로스의 목소리에 매료되었다가, 여러번 듣다보니 데이비드의 청아한 목소리가 좋아졌다.. 잘생긴 세바스티앙의 목소리는 비음이 섞여 있다..

이들이 영어가 아니라 스페인어로 노래하기 때문일까.. 나에게 생소한 언어여서 질리지가 않았다.. 나는 금방 싫증 내는 스타일인데 에로에 동영상을 30번도 넘게 봤다.. 지인 광고에서 이영애가 인테리어만 보이고 인테리어만 들리고, 그런 말을 하는데, 내가 그랬다.. 일주일 쯤 일디보만 보이고 일디보만 들리고.. 그들의 환상적인 하모니.. 하모니.. 하모니..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그들은 철저히 기획된 상품같다.. 드레시하게 너무 잘 차려입고.. 다들 키 크고 다들 잘 생겼다.. 나같은 여성을 타겟으로 만든 그룹이라는 거다.. 내가 일디보 공연 동영상을 처음 봤을 때 든 생각은, 섹시하다는 거였다. 고급 양복을 차려입은 잘생긴 남자들이 노래 하는데, 너무 섹시했다.. 사이먼 코웰은 전략적으로 네 개의 이미지를 선사한다.. 미소년이미지(데이비드), 섹시한이미지(우르스), 믿음직한이미지(세바스티앙), 중후한이미지(카를로스).. 그리고 고르라는거다.. 아이돌그룹 슈퍼주니어에 뚱뚱한 멤버가 하나 있어서 의아하게 생각했는데(과연 아이들이 저 멤버를 좋아할까하고), 사람마다 기호가 다르니까 선택의 폭을 넓혀주기 위해서 그런 멤버도 필요했던거다..

지금은 노래도 안 듣지만(언제나처럼 싫증나서.. 쳐다보기도 싫다..) 

그때는 일디보때문에 무지 행복했다..

Love means never having to say you're so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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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라한아사 2007-03-27 07: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끔 와서 읽어볼테니.. 많이 자주 써라..
고정독자가 있다는 건 기쁜 일이잖아. ㅋㅋ
나도 일디보가 지겹다..ㅋㅋ

미겔 2007-04-19 1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데이비드는 마이크를 잡는 왼손, 새끼손가락에 반지를 끼고 있다.. 그걸 보고 나도 새끼손가락에 맞는 반지를 샀다.. 내 경우엔 왼손보다 오른손에 더 잘 어울리는 것 같아서 오른손 새끼손가락에 반지가 있다.. 데이비드와 나는 공통점이 있다ㅋㅋ
 

사랑하는 사람아를 보다가 자주 흐르는 곡이 궁금해졌다. 여러가지 버전으로 흐르는데, 한글가사를 붙인 것도 있었다.. 분명히 내가 들어 본 클래식인데, 무슨 곡인지는 모르겠다.. 검색해봤더니, 포레의 파반느였다.. 대학교 1학년 때, 클래식을 많이 알던 친구가 가르쳐준 곡인데, 그 친구는 고등학교 때 라디오 클래식 채널을 열심히 들어서 선배들이 인정할 정도로 클래식 수준이 높았다.. 

암튼 파반느는 16세기 초 이탈리아의 궁정무곡으로 기품있고 우아한 공작새의 모습을 흉내 낸 춤곡이라고 한다.. 춤곡이(사라방드도 그렇지만) 왜 그렇게 슬픈지 모르겠다.. 지금 존 윌리엄스의 기타연주로 파반느를 듣고 있다..

사랑하는 사람아는 여자 주인공 캐릭터가 넘 평면적이다.. 요즘 과연 그런 여자가 있을까, 깍쟁이같은 이미지의 한은정에게 그 역할이 어울리지도 않고.. 남자 주인공은 다리가 짧아(주인공이라 등장하는 씬이 많은데) 보는 맛이 안난다.. 그럼에도 그 시간은 주로 드라마를 봤기 때문에 룸메이트를 기다리며 걍 본다..  

경쟁사의 주몽은 늘여쓰느라 반복에 반복이 지겹다.. 사랑하는 사람아 시작하고 나서는 주몽을 안보게 된다.. 현재는 주몽보다 사랑하는 사람아가 더 낫다.. 시간 때우기에는 그만이다, 게다가 앞으로는 더 재미있어 질 것 같다..  

우리의 위대하신 주몽은 위기를 맞고 해결하고, 또 위기를 맞고 해결하고.. 젠장 지겨운 영웅이다.. 정형수 작가는 사극을 싫어하는 나에게   

다모를 통해  

사극도(다모가 퓨전사극이라 입맛에 맞았던 것인가) 멋지고 재미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 사람인데, 역시 늘여쓰기엔 장사가 없는 것 같다.. 아니 이건 더 연륜있는 최완규 작가 탓인가.. 

 

Love means never having to say you're so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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