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시 45분차로 가요..
15분밖에 안 남았네..
(이건 시간만 더 있으면 와서 볼 텐데라는 뜻이다, 그렇게 말하고 나서 아빠의 목소리가 떨렸다. 나는
일부러 다른 말을 했다.)
냉장고에 케익있으니까 드세요..
미안하다.. 뭘 해주지도 못하고..
(그렇게 말하는 아버지는 울고 있었다.. 전화기를 통해서였지만, 그가 처음으로 내 앞에서 울었다..)
내가 미안하지 아빠가 왜 미안해..
(그런 말 몇마디를 더하고 전화를 끊었다.. 더이상 통화를 할 수가 없었다..)
내가 아버지를 서럽게 만들었다..
밤에 도착해서 주무시다 깬 아버지를 본 게 전부였다..
새벽에 일하러 가셔서 점심 먹을 때쯤 돌아오시는데,
아빠 점심을 챙겨드리고 태워달라고 할까 그 생각을 안 했던 건 아니다..
근데 아빠하고 둘만 있으면 자신이 없었다..
무슨 얘기를 해야 하며,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엄마는 11시쯤 일하러 가시면서 함께 나가자고 하셨다..
남편 보다는 자식이 우선인 엄마는 비가 올 것 같다며
서울 도착해서 비 맞으며 들어가지 말고 비 오기 전에 빨리 가라고 했다..
그랬어도..
아빠하고 시간을 갖고 돌아왔어야 했다..
내가 자신이 없다고, 오랜만에 아빠를 마주하기 힘들다고
오로지 내 생각만 했다..
작년이었나,
엄마한테서 아빠가 가끔씩 우신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렇게 무뚝뚝하고 강한 아빠가 운다는 게 믿기지 않았지만,
인간이라면 누구나 눈물을 흘려야 해 하면서 사소하게 넘겼다..
아빠가 운다는 건 분명 엄청난 일이었는데,
그때는 그런걸 따질 여유가 없었다..
직접 아빠의 눈물을 알고 나서,
버스가 출발했는데,
계속 눈물이 났다..
옆 사람이 눈치 채지 못하게
화장지로 눈물을 찍어가며 창밖을 바라봤다..
오늘은 시간이 많았는데, 급하게 돌아올 이유도 없었으면서
아빠하고는 보는둥 마는둥 하고..
결국엔 아빠를 외롭게, 서글프게 만들었다..
나는 독하고 나쁜 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