갔다 왔다 몇 시간 차를 탔고, 다른 도시에 갔고, 주로 걸었으며, 느낀 게 있었으니까 여행이라고 하자..

나는 마음 맞는 둘이서 떠나는 여행을 좋아하는데, 이건 비상사태였다.. 내친구 VIP가 입원했다.. 아침에 일어날 수가 없었다고 했다.. 허리 디스크.. 사실 흔한 질병이지만, 그녀가 젊은 여자라면(아니 젊지 않을 수도.. 내 보기엔 젊지만..) 얘기는 달라진다.. 옷을 혼자서 갈아입을 수 없는 상태.. 왜 그 지경까지 몰랐을까.. 암튼 입원한 그녀를 봐야할 것 같았다.. 외로운 병실에서 기타는 쳐주지 못할지언정, 함께 있어 주기는 해야지..

평일, 정오 무렵, 강남 터미널에 도착했다.. 이럴 땐 아르바이트로 하던 일을 그만둬서, 시간 많아서 다행이라고 해야 하는 건가.. 개똥도 약에 쓰려니 약이 되는 구나.. 암튼 바로 출발하는 차가 있어서 표를 끊었다.. 게이트에 서 있는 차를 발견하고 탔다가 내렸다.. 자세히 안보고 탔는데, 우등이었다.. 그런데 내가 내리자마자 젊은 직원이 그냥 타세요, 한다.. 일반 요금을 내고 우등을 타게 되는 평일이었다.. 그럴 줄 알았다, 겁없이 우등만 늘릴 때 알아봤다.. 표 끊으러 가 보면 일반은 드문드문 보이고 우등만 가득이다.. 승객의 사정은 아는건지 모르는 척 하는건지.. 승객이 적어서 우등 두자리를 차지하고 커피를 마시는 기분, 병문안 가는 내가 아니다, 여행 떠나는 나다.. 옆 창가 쪽의 한 자리는 칠순은 족히 되어 보이는 할아버지가 앉았다.. 무엇을 그리 빵빵하게 넣으셨을까, 배낭에 새하얀 운동화가, 촌로의 모습과는 사뭇 거리가 있어보인다.. 그래도 깊이 패인 주름은 뙈약볕 촌로의 그것이다..

출발하자마자 뒤에서 훈훈한 소리가 들려온다.. 군인이 말한다. 불편하시면 자리 바꿔드릴께요.. 상대가 괜찮다고 하자, 다시 말한다. 가다가 불편하시면 말씀하세요.. 20대 초반의 군인은 배운대로 한다. 군대가 사람도 바꿔주면 좋으련만.. 군대 갔다와서 달라지는 건 엄마를 어머니라고 부르는 것 뿐이다, 이 말이 우스운 얘기만이 아니라는 건 집안에 군인이 하나 생겨보면 안다, 우리 집처럼.. 아,,, 올드미스다이어리의 최미자처럼 통렬하게 슬픈 사실은 이제 나에게 군인은 군인아저씨가 아니라는 사실.. 저 솜털 보송보송한 얘가 어떻게 아저씨야, 아저씨는 그런데다 붙이는 말이 아니다.. 요즘 보이는 군인들은 한결같이 어려보인다.. 쟤들이 나라를 어떻게 지켜, 이런 생각이 들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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