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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다 칼로 - 휴먼 다큐멘터리 3
헤이든 헤레라 지음, 김정아 옮김 / 민음사 / 2003년 10월
평점 :
품절

언젠가 내가 처음으로 보았던 프리다 칼로의 그림은 "나의 탄생"이라는 섬뜩한 그림이었다.
그때는 프리다 칼로의 이름조차 알지 못했지만, 이 그림은 무척 충격적이어서
그림을 바라보고 있는 것 자체가 기분이 나빠질 정도로 기묘한 기분을 느꼈고,
아마 앞으로도 잊을수 없을 정도로 몹시 강렬했었다.
지독히도 탐미적인 그림에 매혹되는 나로써는, 저 그림은 이해할수도 없는, 이해하고 싶지도 않은 그림이었고, 그 점은 지금도 마찬가지라, 나는 프리다 칼로의 그림을 지금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멕시코의 유명 벽화가 디에고 리베라의 아내로 알려진 프리다 칼로.
기구한 인생으로 치면, 그녀를 따라올 사람이 또 있는가.
19살, 한창 꿈많은 소녀였던 프리다가 버스사고로 철봉에 온 몸을 꿰뚫렸던 고통은 상상하고 싶지도 않다.
이 책은 길지도 않은 인생 평생 병자로 살았고, 그러나 무척 열정적으로 살았으며,
그와 대비되어 내면의 고통으로 가득찼던 인생을 살다간 프리다 칼로의 인생을 다룬 책이다.
철봉이 온몸을 관통해서 척추가 망가진채 살았던 프리다가 생각보다 많이 아파보이지 않을 정도로,
프리다의 인생은 젊고 활기찼다.
그녀를 기억하는 모두가 그녀를 사랑했다.
그녀는 밝고, 매력적이고, 야한 것을 좋아했으며, 유머 넘치고, 아름답고 인정많은 사람으로
타인들에게 기억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그림속에서 그녀는 왜 늘 울고 있을까.
가면조차 그녀의 눈물을 숨길 수가 없고, 보는 사람을 섬뜩하게 만들정도로 피가 작렬한다.
강하고 밝고 매력적인 겉모습과 달리, 그녀는 소유욕 강하고, 상처받기 쉬운 사람이었다.
디에고를 만난 순간부터, 죽기전까지, 그녀는 디에고를 사랑했지만, 또 다른 남자들과 여자들도 사랑했다.
디에고가 그랬던 것처럼.
디에고가 수많은 여자를 만났듯, 프리다도 수많은 남자를 만났다.
그러나 그녀의 애정행각에서 내가 느낄수 있었던 것은,
그녀가 디에고처럼 타고난 바람둥이였다는 사실이 아니라,
디에고를 소유하고 완전히 사랑받을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체념과도 같은 것이었다.
망가져 절뚝거리는 다리를 감추려 타인에게는 밝고 당당히 웃어줄 수 밖에 없었고,
사랑의 공허함을 채우기 위해 타인을 만나 공허한 섹스를 나누었을지도 모른다.
그녀는 늘 멕시코의 유명인 디에고의 그늘에 가려져 있었고, 늘 디에고를 앞에 내세우고, 자신은 겸손했다.
어쩌면 프리다는 연인이자 동료인 그에게 열등감을 느끼고 있었는지도 모를 터.
그녀는 "인생 만세!"라고 외치면서도, 죽는 순간에는 다시는 돌아오지 않기를 바랬다.
화려할 수록 공허해지는 삶- 그것이 프리다의 삶이었다.
내가 그녀의 그림을 거북스럽게 생각하는 이유 중에 가장 큰 이유는
그녀의 그림이 지나치게 솔직하고 적나라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녀는 고통과 추하게 일그러진 모습을 숨기려 하지 않는다.
현실에서의 그녀가 가면을 쓰고, 타인과 끝없이 소통을 하려고 노력했던 데 비해,
그녀의 인생은 전반적으로 쓸쓸함과 육신의 아픔, 죽음에 대한 두려움으로 가득차있고,
그녀의 그림에 그것은 피가 뚝뚝 떨어질 정도로 적나라하게 표현되어있다.
그녀는 그림을 통해 자신의 아픔을 비웃기라도 하는 냥, 고통을 좀더 아프게 표현한다.
열정과 모든 세속적인 것들, 비현실적이게도 여러사람들을 만나면서도 늘 디에고를 사랑하는 그녀의 모순.
인생 마지막으로 갈수록 그녀는 점점 아파지기 때문에, 이 책을 읽는 사람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고통으로 가득찬 인생. 고통으로 가득찬 그녀의 그림.
그녀의 그림이 아직까지도 많은 사람들의 마음에 남는 것은,
자기 자신을 낳은 화가, 자기자신의 고통을 비웃고, 동정했으며, 또 사랑했던 프리다 인간자체에 대한
호감과 연민이 느껴지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책 자체에 대한 불만은 없지만, 이 책의 가장 큰 실수는,
그림을 모두 한곳에 몰아버려서 독자를 불편하게 만든다는 점과
책에 언급된 그림들을 볼수가 없다는 점이다.
좀더 성의있기 찍었더라면 더 좋은 책이 될수 있었을텐데...
화가의 인생을 다룬 책인데, 왠만하면 그림과 함께 볼수 있었으면 좋았을 뻔했다.

p.s 젊은 시절의 프리다칼로.
그녀의 그림에서처럼 일자눈썹이지만, 그녀는 참 아름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