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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사이더 아트 ㅣ 다빈치 art 13
장 뒤뷔페 지음, 장윤선 옮김 / 다빈치 / 2003년 10월
평점 :
절판
나는 나를 말하지 않는 사람이기 때문에, 그림을 그린다.
아무도 알수 없는 마음, 언제고 나를 뒤흔들어버릴 상처를 이야기하기 위해 그림을 그린다.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다해도, 나 나름대로 끈질기게 소통하기 위해 나는 그림을 그린다.
아르 브뤼트. 좀더 쉬운 영어로 말하자면 아웃사이더 아트.
이 책은 정식 화가가 아닌, 상처받은 마음을 가진 사람들의 예술을 이야기한다.
정신이 병이 들었거나, 평생을 초라하게 살아온 사람들의 집에 남겨진 수백건의 그림들.
교육받지 않았지만, 자신을 표현하고자 홀로 노력했던 쓸쓸한 삶들의 흔적.
병들었기 때문에 자유롭고 광기에 휘둘린 강렬한 표현들.
교육받지 않았기 때문에 어설픈 데셍들.
세상에 난도질 당한 서글픈 영혼들의 이야기는 그렇게 본능적이고, 충동적인 예술 욕구로 표현된다.
책속의 그림들을 멍하니 바라보면서 "아, 이 사람들은 그래도 살고 싶었구나."하는 생각이 들어서
마음이 무척 아파졌다.
"그래도" 살아가기 위해서, 누군가는 내 이야기를 알아주었으면 해서.
수십년이 지난 후에 세상의 빛을 보게된 그들의 초라한 그림들은
학문적인 미술에서 벗어나 인간의 찢긴 영혼에 대한 고찰을 하게 만든다.
잘난 사람들이 넘쳐나는 세상. 이제와서는 사치품이며 과시욕이 되어버리는 고가의 미술품들.
그런 것을 벗어난 불완전한 영혼의 몸부림들은,
평범하게 살아가며, 죽는 즉시 세상에서 잊혀져버릴 또하나의 나 자신을 발견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종종 TV프로에서 정신적인 외상을 받은 아이들이 정신치료를 받으며 그린 그림들을 볼 때가 있다.
너무나 솔직해서 때로는 섬뜩하고, 너무나 순진해서 가슴이 아파지는
크레파스로 멋대로 그어놓은 내면을 그대로 드러내는 그림들.
화가 나고, 슬프고, 마음이 아플 때에는 그림을 그려보는 것이 어떨까.
아무도 알아주지 못하고, 나 또한 알지 못하는 나 자신을,
비록 어설프고 거칠더라도 표현해놓고 나면 조금은 알수 있지 않을까.
그래도 살고 싶고, 살아야하는 초라한 인생이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