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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괴렉스 -피의 책 2 - 뉴라인 Horror 001
클라이브 바커 지음, 김정화 옮김 / 씨엔씨미디어 / 2000년 8월
평점 :
절판
유혈낭자한 클라이브 바커의 피의 책 시리즈 2편 "요괴렉스"
보는 내내, 목구멍까지 치솟는 역겨움을 참아가면서 보았다.
"피의 책" 1권과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요괴 렉스"에서는 조금더 에로틱했다는 느낌이었는데,
어쨌거나 뇌수가 튀고, 피가 솟아오르는 잔혹함은 1권이나 2권이나 비등비등하다.
요괴 렉스를 보는 내내, 프랑켄슈타인을 떠올렸다.
책속의 괴물, 또는 유령들의 모습은 버려진 프랑켄슈타인의 모습을 떠오르게 해서,
공포스러우면서도 어딘지 애잔하기까지 하다.
"영화의 아들"에서는, 영화속의 유령들이 작은 극장을 점령해버린다.
화장실은 서부의 황야로 바뀌고, 죽은 마릴린 몬로의 유령이 치마를 펄럭이며 유혹해온다.
극장안에서의 공포스러운 환상을 다룬 이 단편은 조금 실망적이었지만,
순간 순간 눈앞에 생생히 그려질 듯한 묘사는 끔찍하리만큼 생생하다.
책의 제목이 되기도 한 "해골 요괴 렉스"는 평화로운 질 마을의 어느 버려진 땅에서
한 농부가 땅을 고르다가 커다란 바위 밑에 생매장당한 요괴 렉스를 불러내면서 시작한다.
아이의 부드러운 살을 좋아하는 인간 두배크기의 거인.
원한에 사뭍힌 요괴 렉스는 온 마을 사람들은 죽여간다.
온가족을 몰살당한채 생매장으로 죽지도 못한채 땅에 뭍혀버린 요괴 렉스의 이야기는
프랑켄슈타인이 떠오르기도 한다.
어쩐지 영화 "다크맨"이 떠오르는 "수의를 입은 포르노그래퍼의 고백"은
스산하고도 도시적이며, 애잔하다.
고지식의 결정체처럼 살아온 주인공은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불법 포르노그래퍼가 되어버린다.
복수를 결심하고, 복수를 하다가 살해당한채, 너무나 억울한 나머지,
죽어서도 시체를 떠나지 못한다.
영혼만 남아버린 남자는 시체에 입혀진 수의에 빙의되고, 형체를 가지기 시작하고
또다른 복수가 시작된다.
가장 인상적인 단편이었던 "희생양"은 한밤중에 읽다가 소름이 확 끼쳐버린 단편이었다.
이름 모를 섬으로 표류하게 된 네 남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
손에 잡힐듯, 악취라도 날 듯한 생생한 묘사와 악몽처럼 음울하게 잠식해오는 후반부에서
나 역시 바닷속에 헤쳐진체 헤메이고 있는 느낌을 받았다.
죽은 자들의 무덤이 섬이 되어버렸다.
바닷속에 그득한 시체. 씻기지도 않은 채 살 의욕을 포기한채 사육되고 있는 양 세마리.
결코 이길수 없는 죽음과의 싸움.
멋진 단편이다.
클라이브 바커의 피의 책 시리즈에서는 종종, 게이들이 등장하는데,
남창의 이야기 "인간의 흔적"에서 역시, 양성애자인 미남 지골로가 등장한다.
고객의 욕실에서 발견한 조각상.
사람의 피를 온몸에 바르며 인간이 되어가는 조각상의 이야기는
끝으로 갈수록 쓸쓸하다.
이로써, 클라이브 바커의 피의 책 시리즈를 다 읽었다.
원래는 6권짜리 책이라고 들었는데, 두권밖에 출판하지 않고, 게다가 출판사도 망해버려서
희귀본이 되어버려서 무척 아쉽다.
언젠가 다른 출판사에서 나오지 않을까...기대해 볼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