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중고등학생 때는 심야방송을 즐겨 들었다.대학교 때도 가끔씩 들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외로움을 달래려고 매달리듯 라디오를 들었던 것 같다.
혼자만의 시간을 누군가와 공유하고 싶은 바람 때문에.
나 이외의 다른 누군가도 혼자 있다는 것...
누군가와 같이 있는 대신에 라디오를 들었던 것은 아니었다.
여러 명이 모여 떠들면서 듣는 것을 싫어해서도 아니었다.
혼자라는 것이 너무 멋진 일이었으니까. 혼자가 좋았으니까.
다만, 나만이 혼자라는 생각이 때로 가슴을 아프게 하기 때문에.
이 세상 어딘가에 있는 다른 혼자들을 느끼고 싶어 심야방송을 들은 것이었다.
아, 그래. 준페이. 누군가는 그런 생각으로 편의점에 갈지도 몰라.
나는 옆에 앉은 아카마쓰의 옆얼굴을 슬쩍 바라보았다.
정면을 향해 있는 단정한 얼굴이, 심야의 고슈 가도를 오가는 차의 흐름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의 집은 고쿠분지이고,가족과 함께 살고 있기 때문에 혼자만의 시간을 이해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런거야. 혼자라는 것은 결코 괴롭지도 않고 슬프지도 않아.
그러나 아무도 인정해주지 않아. 아무도 나를 몰라.
사람들은 내가 있건 없건 똑같이 취급하고, 필요로 하지도 않고, 내 존재를 존중해주지도 않아.
나는 혼자 허공에 떠 있는 것 같아.
주위에는 나와 똑같은 혼자들이 전혀 없어...
그럴때, 혼자있는 것은 공포가 된다.
그녀들처럼? 그래. 납치되어 감금당한 그녀들도 그런 공포를 맛보았을것이다.
그렇지만 내가 하고싶은 말은, 아카마쓰씨. 아카마쓰 히데키...
혼자있는 것이 반드시 외롭고 괴로운 일이라고 생각하지 말아주었으면 해.
나는, 만일 당신과 결혼한다 해도 혼자만의 시간이나 공간을 갈구할 것이고,
그것을 얻을 수 없으면 아마 히스테리를 일으킬 거야.
그리고, 내가 간직한 비밀을 모두 당신에게 고백하지는 않을거야.
아이가 태어나고, 그 아이가 자라서 가족이 늘어나면 그만큼 나만의 비밀도 늘어날 거야.
나는 아무리 많은 가족에 둘러싸여 있어도 혼자만의 시간, 혼자만의 비밀을 갈구할 거야.
때로 그것 때문에 허망함과 슬픔에 잠길지라도....
그런 말을 하고 싶었지만, 물론 그런 말을 할 분위기도 아니고 그에게 정확하게 전달할 자신도 없어서,
말이 없는 운전사뒤에 꼼짝도 하지 않고 앉아있었다.
한 차 안에, 어른 세 사람이 라디오 심야방송을 묵묵히 듣고 있다.
이상한 일이지만, 이것은 도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인지도 모른다.
-<텐도 아라타-고독의 노랫소리>中...
아...후키.
넌 어쩌면 나랑 그렇게 똑같지?
세상에 더 똑같은 사람도 많이 있겠지?
하지만 서로를 혼자라고 생각하겠지?
그래서 우리 모두는 혼자이면서, 가끔은 그 고독을 즐기고, 가끔은 외로워져 울기도 하겠지?
아, 후키.
왜 나와 똑같은 거지?
밤을 사랑하는 사람은 고독할수 밖에 없지.
누구도 깨어있지 않은 시간에, 누구도 알지 못하는 밤의 공기를 마시면서,
가끔은 조소에찬 우월감을 느끼기도, 가끔은 밤이주는 고독과 상념을 사랑하기도,
가끔은 외로움에 지쳐 울다가 깨어나기도하면서,
또다시 스스로 혼자가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