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식으로써 나는 그들에 대한 전설이 되고 그들은 죽을 때까지 영웅담을 소중히 품고 계속 떠벌리고 다닌다.
그들은 내게 새 생명을 주었다고 생각할 것이다.
나는 그들의 존재를 정당화해주는 훌륭한 증서. 임종하는 순간의 소중한 추억이 될 것이다.
그러니 적극적인 피해자, 한심한 낙오자가 되어야 한다.
전문적인 실패자.
사람들에게 신이 된 것처럼 느끼게 해주면 그들은 무슨 일이든 한다.
성아의 순교이다.
데니는 내 접시를 가져가 자신의 것에 비우고 연신 포크질을 해댄다.
와인 담당 급사장이 와 있다. 짧은 검정 드레스도 내 옆에 있다. 금제 손목시계도 왔다.
잠시 뒤면 팔들이 뒤에서 나를 감싸 안을 것이다.
처음보는 사람들이 나를 꼬옥 부둥켜 안고 흉곽 밑을 두 주먹으로 치면서 내 귀에 대고 속삭일 것이다.
"이제 괜찮아요."
내 귀에 대고. "이제 괜찮아요."
두 팔이 나를 부둥켜안고 어쩌면 나를 번쩍 들어올릴지도 모른다.
그리고 낯선이가 내게 속삭일 것이다.
"숨 쉬어요! 어서, 젠장!"
누군가는 마치 의사가 갓 태어난 아기에게 하듯이 내 등을 두드려 댈 것이고,
그러면 나는 입 안 가득한 스테이크를 뿜어낼 것이다.
그리고 그 즉시 바닥에 완전히 쓰러진다.
누가가 이젠 괜찮다고 말해주는 동안 나는 훌쩍거리며 울 것이다.
나는 살아있다. 그들이 나를 구한 것이다. 나는 거의 죽을 뻔했다.
그들은 내 머리를 가슴에 품고 말할 것이다.
"다들 물러나요. 자리를 만들어야지요. 구경거리는 이제 끝났어요."
이미 나는 그들의 아들이다. 나는 그들의 것이다.
그들은 물을 내 입에 들이대며 말할 것이다.
"안심해요. 자, 이제 다 끝났어요."
쉿.
앞으로 수년동안 그들은 내게 전화를 하고 편지를 보낼 것이다.
카드와, 어쩌면 수표까지 보내줄 것이다.
누가 되든, 그 사람은 나를 사랑하게 될 것이다.
그 누군가는 무척 뿌듯해할 것이다.
가족들은 그렇지 않더라도 그 사람만은 나를 자랑스러워할 것이다.
왜냐면 내가 그들에게 자부심을 갖도록 해주었으니까.
나는 그 영웅이 냅킨으로 내 턱을 닦아줄 수 있도록 물을 홀짝이다가 일부러 기침을 한다.
이 새로운 운명의 사슬을 단단하게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하랴.
양자 입양. 세부사항을 더하는 것도 잊어서는 안된다.
그들의 옷에 콧물을 묻혀 그들이 웃으면서 너그러이 용서할 수 있도록 해줄 것.
그들에게 찰싹 달라붙어 그들을 단단히 붙들고 있을 것.
진짜 눈물을 흘려 그들이 내 눈을 훔쳐낼 수 있도록 할 것.
어차피 연기하는 것이니 눈물을 보여도 괜찮다.
하지만 주저하는 것만큼은 절대 금물이다. 그들에게는 인생 최고의 순간이 될테니.
가장 주의해야할 점은 숨통에 흉측한 흉터를 남기고 싶지 않다면
누군가가 스테이크 나이프나 주머니 칼을 들고 달려들기 전에 숨을 내 쉬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 한가지 기억해두어야 할 점은 입안의 촉촉한 침전물, 맛이 간 고기와 침이 뒤섞인 가루 뭉치를 뿜어낼 때는
꼭 데니를 향해야 한다는 것이다.
모든 난장판에서 그를 구해주어야하는 수많은 사람들, 부모, 조부모, 숙모, 삼촌, 사촌들이 그에게는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데니는 나를 결코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때로는 레스토랑에 있던 나머지 사람들이 모두 일어나서 손뼉을 쳐주기도 한다.
사람들은 안도의 눈물을 흘린다. 주방의 종업원들이 쏟아져 나온다.
몇분뒤면 그들은 서로 그 일을 신나게 떠들어대고 있을 것이다.
모두들 영웅에게 술을 살 것이다. 그들의 눈은 축축이 젖어든다.
모두 영웅과 악수할 것이다.
모두 영웅의 등을 토닥거려줄 것이다.
나보다는 오히려 그들이 새롭게 탄생하게 된다.
앞으로 수년 동안 이 사람은 이 달의 이날이 되면 잊지 않고 나에게 생일카드를 보낼 것이다.
이렇게 해서 그들은 아주아주 광범위한 내 가족의 새로운 구성원이 되어버린다.
그러면 데니는 그저 고개를 가로저으면서 디저트 메뉴를 부탁할 것이다.
내가 이런 짓을 꾸미는 이유는 바로 이것이다.
이 모든 골칫거리에 도전하라.
낯선 사람을 돋보이게 하기위해.
권태 속에서 신음하는 또 한 명의 인간을 구제하기 위해.
단지 돈을 위해서만은 아니다. 단지 숭배를 위해서만도 아니다.
하지만 그것들을 마다할 이유도 없다.
아주 손쉬운 일이다. 예뻐 보여야 하는 일이 아니다.
적어도 겉보기에는-
하지만 그래도 얻게 된다.
그저 나약하고 굴욕적인 모습만 보여주면 된다.
그저 평생 사람들에게 이 말만 하면 된다.
미안해요. 미안해요. 미안해요. 미안해요. 미안해요.....
-<척팔라닉-질식> 中에서....
악어와 악어새.
공생관계이면서도 한쪽이 유난히 돋보이는 관계.
척 팔라닉의 한심하게 인생살기.
일부러 타인을 돋보이게 하며, 일부러 낙오자가 되기.
자신을 구해주게 만들어 타인을 구세주로 만들기.
너그러이 용서하게 만들어 영웅이된 타인을 몰래 비웃으며 불쌍한 존재로 남아 근근히 도움받기.
만들어진 영웅주의.
그것을 비웃으며 낙오자로써 영웅의 뒷통수를 날리기.
낙오자. 그러나 영웅담을 만들어준 구세주.
이런 뒤틀린 방식의 척팔라닉의 냉소는 한심하면서도 독특하다.
거의 괴기에 가까울 정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