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진단명 사이코패스 - 우리 주변에 숨어 있는 이상인격자
로버트 D. 헤어 지음, 조은경.황정하 옮김 / 바다출판사 / 2005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예전에 어디선가 이런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사이좋은 두 자매가 친척 장례식에 참석했다가, 검은 옷을 입은 남자를 만난다.
언니는 남자에게 반했고, 장례식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후
언니는 동생을 칼로 찔러 죽였다.
이유는 그 남자를 보기위해서.
또다른 장례식을 만들기 위해서란다.
꽤 섬뜩한 이야기이지만, 이 책을 보는 내내 그 이야기가 떠올랐다.
어쩌면 이야기속의 언니는 사이코패스가 아닐까.
목적과 수단이 묘하게 튀틀린 것 같은 타고난 살인자.
양심도, 하다못해 가족에의 정도 없는, 목적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손쉽게 이용할수 있는 이상인격자.
사이코패스라고 하면, 언어자체는 생소한 사람들이 많겠지만,
우리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수많은 사이코패스들을 영화속에서 보았다.
대표적인 경우로는, (책속에서도 많이 등장하는-) "양들의 침묵"의 한니발 렉터 박사이다.
양들의 침묵을 보았을때, 나는 초등학생이어서 아주 상세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떠올려보니, 그런 느낌이었던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미 유명해져버린 유영철의 경우가 그렇고, 영화 "케이프 피어"에서의 로버트 드니로의 역활 역시
전형적인 사이코패스의 모습이란다.
사이코패스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사이코-정신병자가 아니다.
그들의 정신을 멀쩡하다.
정신이상이 아니라, 인격 이상인것이다.
오히려 무서운 점은 그런 점이다.
멀쩡하게도 잔인한 짓을 저지르고 죄책감따위 느끼지 못하는 무서운 이상인격자.
이들의 범죄에는 이유가 없다.
아니, 있긴 있지만, 일반인으로써 생각하기에는 터무니없는 이유만이 존재한다.
파티에 가던 도중, 지갑을 잊고 나온게 생각나서 집으로 가기 귀찮은 나머지 근처 편의점을 털어버린다던가,
거추장 스럽기 때문에 자기 배로 나은 아이를 죽여버린다던가,
살인을 해놓고 자신의 살인사실과 밝혀지지 않았던 이전의 범죄까지 자랑스럽게 얘기해버리는
보통의 정신과 양심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고, 미치지 않고서는 이런일을 저지를수 없다고 생각되는 사이코패스는,
정신이상이 아니다.
후천적으로 세상이나 인간을 믿지 않아서라던가, 인생을 좌지우지할만한 정신적인 충격을 받지 않았음에도
태어날 때부터 그런 기질을 가지고 태어나는 사이코패스.
때문에, 치료법이 없고, 그들을 교화하려다가 오히려 더 삐뚤어져나가버리고,
어린시절부터 성인이 다 되고 나서까지 감옥을 들락날락거리면서 살아가는 인생이 되어버린다.
신은 인간에게 무슨 억화심정이 있길래, 태어날때부터 이런 운명을 가지고 태어나게 인간을 만들어버린걸까.
솔직히 말해서, 책을 보는 내내 무섭다기 보다는 조금은 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도 하나의 불치병이구나...라고 생각하고보니, 이 사이코패시들 역시 일종의 장애인이 아닐까.
이걸 불쌍히 여겨야하는지, 파렴치한 경우로 여겨야하는지,
그것도 잘 정리되지 않는다.
결국 책을 보기 시작할 때부터 왜 이런 선천적으로 악할수 밖에 없는 인간이 태어나는지 궁금했지만,
보고나서 역시 오리무중.
무엇이 원인인지도, 어떻게 치료해야하는지도, 오랫동안 사이코패스를 연구해온 작가본인도 모른다.
왕성한 성생활로 씨뿌리고 다니기에 헤프다는 사이코패시들이 세상에 얼마나 더 늘어날지 정말이지 두려운 이야기.
꼭 범죄자에만 국한되지 않은, 보통사람의 얼굴을 하고, 보통사람의 생활을 하면서
사실은 사이코패스인 사람이 도처에 얼마나 도사리고 있는지 생각하다보면
세기말적인 암울한 기분에 휩쌓이는 느낌도 들고...
나 역시 사람을 잘 믿는 사람은 아니지만, 책을 보는 내내 저자에게
겉으로 봐서는 티가 나지 않는, 아니면 오히려 다른 사람에 비해
매력적으로 느껴지기까지 하는 사이코패시들을 경계하기 위해서 모든 사람을 의심해봐야 하는지 묻고 싶었다.
그렇게 모두 믿어버리지 않고 살기엔 너무 각박하지 않은가.
오히려 타인에게 지나치게 의존하거나 끌려다니지 않기를 충고하는 편이 낫지 않을까.
책을 보면서 아쉬웠던 점은 다소 똑같은 얘기의 반복이라는 느낌이 들었다는 것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양심없는" "죄책감없는" "타인의 고통을 헤아리지 못하는" 같은 단어들을 얼마나 보았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조금 정리되지 않는 느낌이 들어서 360 페이지가 조금 헤프게 느껴지기도 했고,
내용 중간중간 끼어드는 다른 책들에서의 인용 역시 조금 정신없는 느낌이라
읽고 있는 부분의 흐름을 깨버리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여러가지 정보는 되는 책이었으나, 머릿속에 오래남아서 언젠가는 써먹을 지식이 되지는 못할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