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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누스의 구리 반지 - 로마의 명탐정 팔코 3 ㅣ 밀리언셀러 클럽 28
린지 데이비스 지음, 정희성 옮김 / 황금가지 / 2005년 11월
평점 :
품절
조금 뒤늦게 읽은 책 "베누스의 구리반지".
(베누스는, Venus 비너스란다.)
개인적으로 역사물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고, 그중에 그리스라던가 로마의 얘기는 더더욱 관심이 없어서
읽기 꺼려졌던 것이 사실.
막상 펼쳐든 책은 생각보다는 훨씬 역사물에서 멀어진 느낌이었다.
처음으로 읽는 팔코 시리즈인데, 이책이 타 추리소설에 비해서 좀 이색적이라고 느껴지게하는 이유는
탐정 팔코의 캐릭터때문이었다.
추리소설에 등장하는 탐정치고는 무척 속물스럽고, 재치만점에 옷차림에 신경쓰는 화려한 성질을 가진 탐정.
길을 돌아다닐 때마다 근처 여자들의 시선을 의식하면서도
사랑하는 여자에게는 간도 쓸개도 다 빼줄듯이 구는 로맨티스트.
타 추리소설의 탐정들이 냉소적이거나, 어딘가 가슴깊은 아픔을 가지고 있거나,
또는 쓸쓸한 분위기를 풍기는 점에 비한다면, 어딘지 나사빠진 장난꾸러기같은 팔코의 이미지는 독특하다고 할수 있다.
보는 내내 귀엽다고 느낀 것은 팔코의 행동 하나하나의 묘사가 어쩐지 바람끼 다분한 한량같은 이미지를 풍겼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팔코의 추리는 어딘지 날카로운 면이 없이 소박한 정황들을 이용한 잔지식이라던가
인간관계를 이용하는 등의 방식으로 해결되고 만다.
이런 캐릭터 자체의 매력을 제외하고는, 사실 모든 것이 평이한 소설이었는데,
배경을 로마로 설정한 것과 소설의 내용과 거의 무관하다고 봐도 될 정도로
현대물과의 차이점을 그닥 느낄수 없었던 점이다.
대사체라던가 사고방식, 행동, 모든 것이 현대인들의 그것과 별다를바 없어서 조금 부조화라는 느낌도 들었으며
읽는 동안 내가 로마시대가 배경인 추리소설을 읽고 있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고,
또한, 트릭이나 사건 자체의 독특함 또한 없다.
두꺼운 책임에도 무척 빨리 읽힌다는 점은 나름대로 장점일수 있으나,
그만큼 아무 생각도, 아무 감흥도 없이 읽을수 있다는 단점도 있는 듯 싶다.
위트가 넘치는 어쩐지 밝은 분위기의 소설이었지만, 개인적으로는 이런 쪽이 잘 맞지 않는 듯 싶어서
특별히 재미없게 읽은 것은 아니었지만, 인상적이지도 않았다.
캐릭터의 매력에 100% 기대고 있는 소설이라는 느낌도 지울수가 없었다.
나는 추리소설에서 현란한 기교라던가, 복잡한 트릭, 명쾌한 해석 같은 것은 사실 바라지 않지만,
이 소설은 조금 더 현란해져도 상관없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무척 긴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사족이 많고 어딘지 좀 비었다는 느낌이 든달까...
그게 매력이라면 또 매력이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