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이름들 - 세계현대작가선 11
주제 사라마구 지음, 송필환 옮김 / 문학세계사 / 199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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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내가 앞으로도 쭉 혼자 살다가 죽음에 이르게 되는 모습을 상상해 보았다.
첫번째 죽음은, 많은 사람들이 그러하듯, 병에 걸리거나, 노환이 와서 병원에서
가족들을 앞에 두고, 일생을 마감하는 것.
두번째 죽음은, 어떤 이유로 자살을 하는 것.
세번째 죽음은 급사해서 방에서 죽었는데, 일주일이 지나도 아무도 알아보지 못하는 것.
 
꽤 섬뜩하고도 쓸쓸한 독신의 죽음의 형태가 이렇지만,
어차피 모두 마찬가지 아닐까.
죽음이란 누구나에게나 찾아오는 숙명이고,
모든 사람들의 모든 죽음은 언제나 혼자일 수 밖에 없기 때문에,

고독하고 두려운 것이 아닐까.
 
역사에 남을 위인들의 죽음은 후세에도 기억된다.
그들은 죽어서 이름을 남기고, 후에 사람들 입에 오르락 내리락할만한 이야기거리를 남긴다.
그러나 평범한 사람들의 죽음은 언제나 고독하다.
어떤 이유로, 어떤 형태로 죽었든,
살아있을때 행복했든, 불행했든,
죽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매초마다 존재감은 점점 사라지고 만다.
 
소설속의 쥬제씨는 어느날 어느 여자의 기록부를 발견한다.
알려진 바 없는, 누구나 그렇듯 평범한 "모든 이름들"중의 하나인 그녀를 알아보고자 했던 것은,
그녀가 아주 특별한 위인이나 유명인이 아니었기 때문이 아닐까.
50년 가까이 혼자 살았고, 결코 부유하지도, 행복하지도 않은 단촐한 삶에서 찾아낸
너무나 평범한 여자.
그녀의 생사를 그토록 궁금해했고, 죽음의 이유를 궁금해했고,
그녀의 이유조차 알수 없는 자살에 가슴아파한 것은 어쩌면 사랑이 아니었을까.

전혀 모르는 사람을 알고 싶어지는 것- 사람들은 그런 것을 사랑의 시작이라고 부르니까 말이다.
 
누군가를 "기억"에 담아두는 것은 어쩌면 아주 대단한 일일지도 모른다.
많은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점점 기억을 잃어간다.
한때에는 아주 소중했던 추억도, 언젠가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리니까.
그래서 "기억"에 누군가를 담아둔다는 것은 무척 뿌듯하면서도 슬픈 일이될것이다.
누군가 요정의 존재를 믿는다면 팅커벨이 살아날수 있는 것처럼,
누군가 잊혀진 사람의 존재를 사랑해준다면,
그 사람은 더이상, 흔하게 잊혀져가는 사람이 아닌 특별하고 고귀한 사람이 될테니...
 
그다지 무거운 소설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보는 내내 기분이 우울했고 마음이 허전해졌던 것은
이것이 삶의 이야기 이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아주 평범해서 죽고난 후에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리는,
아주 평범한 모든 사람들의 삶에 대한 고독한 이야기이니까.
커다란 긴장도, 커다란 감동도 없으면서도 이 건조하고 쓸쓸한 얘기에 가슴이 먹먹해지는 이유는
나 역시 죽은 후에는 서서히 존재감을 잃어갈 너무도 평범한 사람중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나는 기억되어야할 사람일까.
쥬제씨가 어느날, 기록부에서 발견한 이름모를 여자를 떠올린것처럼,
누군가 나의 삶을, 나의 죽음을 기억해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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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6-03-06 1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님의 리뷰 보니 이 책 꼭 읽고 싶네요.
땡스투 누릅니다.^^

Apple 2006-03-07 0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즐거운 독서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