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씁쓸한 초콜릿
미리암 프레슬러 지음, 정지현 옮김 / 낭기열라 / 2006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뚱뚱한 사람들이 검은색 옷만 입고 다니는 것을 참 싫어한다.
그 사람이 뚱뚱하기 때문이 아니라,
그 안에 있는 짙은 색 옷을 입으면 날씬해 보이리라는 컴플렉스가 싫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렇지는 않은데 말이다.
이렇게 말하면 좀 잔인할지 몰라도, 짙은 색 옷을 입어서 날씬해진다는 말은
어느정도 마른 사람의 얘기이다.
검은색 옷을 입어도 살은 역시 살일뿐,
오히려 답답하고 어두워 보인다는 사실을 본인들은 굳이 타인이 얘기해주지 않는 이상은 잘 모른다.
이 책을 읽으면서 한 친구를 떠올렸다.
언제나 검은색 갈색 옷만 입던 통통한 친구.
사실 살결이 하얗고, 웃는게 에쁘던 그 친구는 어두운색 옷보다는 파스텔톤의 옷이 잘 어울렸는데 말이다.
아마도 그것 역시 컴플렉스였겠지.
내가 추천해주었던 파스텔톤 옷을 입고나서 그후로는 계속 밝은 색옷을 입고,
훨씬 밝고 귀여워진 나의 통통한 친구.
책을 읽으면서 계속 그 친구가 생각났다.
"씁쓸한 초콜릿"의 주인공 에바는 자신의 뚱뚱함때문에 사람들이 자신을 비웃을거라고 생각하는 아이이다.
수업시간에도 언제나 소극적이고, 또래 친구들과의 사이도 언제나 멀리서 지켜볼수 밖에 없는
비만의 컴플렉스로 고민하고 있는 소녀이다.
컴플렉스는 사람을 작게 만든다.
넉넉한 외형과는 달리, 에바는 소심하고 소극적이다.
어쩌다 남자친구도 생기고, 학교에서 친구도 생겼지만,
이런 컴플렉스는 여전히 에바를 괴롭힌다.
열심히 다이어트를 하다가 자기도 몰래 냉장고를 털어버리고는
울며 잠드는 소심한 소녀.
컴플렉스가 성격이 되어버린 소녀.
에바는 언제나 날씬한 사람이 되면 더 행복할수 있을거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결국 한번도 입어보지 못한 분홍색 티셔츠를 입고 컴플렉스에서 헤어나온 에바는
그간 자신을 괴롭혔던 것은 비만이 아니라 컴플렉스라는 것을 깨닫는다.
뚱뚱해도 괜찮아.
살이 좀 찌면 어때.
나의 가치는 겨우 그런 외형에 있지 않은데...
...라고 컴플렉스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생각해주었으면 좋겠다.
사람의 외모는 단지 타고난 얼굴로 결정지어지는 것은 아니다.
아주 예쁜 사람이 묘하게 매력적이지 않을 수도 있는 것처럼,
좀 통통하더라도 좋은 표정을 가진 사람이 매력적일수도 있는 법이다.
보는 각도에 따라서 달라지는 인간의 외형이라는 것은, 언제나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아버지에게 된통 혼이나고 나서는 엄마가 미안한 마음에 건네주는 초콜릿은
언제나 씁쓸하고 우울한 맛이 났지만,
이제쯤은 달콤해지지 않았을까.
에바는 이제 소심한 뚱보가 아니라, 자기자신을 사랑하는 사랑스러운 뚱보가 되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