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바케 - 에도시대 약재상연속살인사건 샤바케 1
하타케나카 메구미 지음 / 손안의책 / 2005년 9월
평점 :
절판


어린 시절부터 병약해서 집안에서 극진한 대우를 받으며 큰 17세의 미소년 도련님.
생각만 해도 근면성실할 듯한 우직하고 무뚝뚝하나 충성스러운 행수 1.
장터를 한번 훑고 돌아오면 소매자락에 러브레터를 가득받아오는 날카로운 눈매의 호남형 행수 2.


이 정도쯤 나왔을때 나는 점프계열 만화책들을 떠올리지 아니할수 없었다!
"취향대로 골라드세요~(?)"같은 각 종류의 꽃미남들이 그득 등장하는 점프계열의 야리야리한 그림의 만화들.
그래서 종종 야오이버전으로 패러디 되기도 하는, 그런 만화들!
날카로운 눈매의 정갈한 얼굴형을 가진 행수 2 니키치에게 꽂혀서,-///-;
아웃..멋져...♥라고 생각하면서 보는 나 역시 동인녀의 습성을 가지고 있단 말이냐......!!!!!!!!
어쨌거나, 이 책을 읽으면서 떠올린 것은 그런 점프계열의 만화들이었고,
특히 귀여운 귀신 "사이"가 등장해서 주인공 히카루를 도와주는 고스트 바둑왕이 떠올랐다.
어쩐지 만화인들이 혹할만한 미남들의 설정이 나온다 싶었더니 아니나 다를까,
작가 프로필을 보니, 전직 만화가이다!!!띠용!!! 놀라지 아니할수가 없구나.



어쨌거나, 올해 가을부터 꽂혀버린 교고쿠 나츠히코의 소설을 기다리다못해서,
손안의 책들 책을 하나씩 구입하기 시작했는데,
첫번째 구입한 책 하타케나카 메구미의 "샤바케"는 교고쿠 나츠히코의 소설들과 마찬가지로,
요괴들이 소재로 등장하지만,  느낌은 사뭇 다른 꽤 명랑하고 아기자기한 소설이었다.

이 책의 요괴들은 거의, 요괴로 태어나 커다란 임무를 가지지 못한
(이를테면 한을 품고 있다던가, 복수를 꿈꾼다던가..뭐 그런 틀에 박힌 귀신의 이미지 있지 않은가.)
별 의미없이 존재하는 존재로 나온다.
따라서 인간을 싫어하지 않고, 대부분은 아주 오래된 물건에 속해있는 요괴들이고,
다정하고 잘삐지기도 하며 술과 과자를 좋아하는 등 귀여운 면모를 보여준다.

어린시절부터 병약한 도련님 이치타로는 대 상인의 외동아들로 태어나,
밥만 먹어주어도 주위에서 환호해주는 독특한 위치에 처해있는 주인공이다.
어쩌다 한숨 한번 쉬면 피곤한 줄 알고 바로 이불을 깔고 주무시라고 하고,
너무 병약하기 때문에 가끔은 죽을 고비를 넘기고 겨우 살아날 때도 있고,
17살이나 먹었는데도, 어린시절부터 자신을 돌봐줘온 요괴 행수들은 "아기씨"라고 부르며 아직도 아기 취급이고,
식구들과 직원들과 친구들은 불면 날아갈까 애지중지하며 여느집 참한 규수보다 더더욱 고귀하게 키워진다.
묘하게도, 이치타로의 주위에는 어린시절부터 요괴들이 들끓는다.
그렇다고 괴담에나 나올법한 무시무시한 요괴들이 아니라,
병풍에 살면서 가끔 말동무를 해주는 병풍요괴나, 집벽 여기저기서 튀어나오는 작은 야나리들,
가끔씩 삐그덕 대면서 아무일도 하지 않는 요괴 등,
어쩐지 사랑스럽고 소심하며 귀여운 요괴들이 잔뜩 들끓는다.

그도 그럴 것이, 5살때 아파 누워있을때 할아버지가 데리고 온 니키치와 사스케 역시 요괴이다.
그들은 이런 작은 요괴들보다 훨씬 큰 요괴들인데,
할아버지의 부탁으로 병약한 이치타로를 돌보기 위해서 온
인간 형태의 요괴들이다.


이치타로는, 어느날 밤 몰래 집밖에 나왔다가, 진한 피냄새를 풍기는 살인자와 대면하게 된다.
그리고 살인사건을 발견하게 되고,
그 이후 범인이 잡혔는데도 불구하고 계속 비슷한 종류의 살인사건이 마을 곳곳에서 터진다.
이른바 "약재상 살인사건".
피살자들은 거의 약재상이었고, 이치타로는 어쩐지,
아버지의 가게에서 약재상일을 돌보고 있는 자신을 노린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되는데....



300페이지가 넘는 소설이지만, 책이 작고 글자도 큰 편이라 시원시원하게 읽어내려 갈수 있는 소설이다.
이 책이 주는 즐거움은 추리소설인데도 추리라기 보다는,
이치타로의 소소한 일상의 사랑스러움이다.
아들과는 다르게 아주 튼튼하고 정직한 상인인 아버지는, 유독 아들 이치타로에게 약하다.
젊었을 시절, 너무 미인인지라 14살때부터 프로포즈를 받고 다닌 미녀 엄마는
이치타로가 밥먹는 것을 감격스럽게 바라보고, 어쩌다 걱정스러운 일이 발생하면 울거나 기절하는
초 오버 엄마.(하지만 이런 병약한 아들을 가졌다면 당연할지도..)
도련님에게 어쩐지 격의 따위를 잊어버린 듯한 두 행수의 살짝 버릇없는 행동들이나,
과자집 후계자이면서 과자를 못 만들어 걱정인 소꿉친구,
과자달라고 조르는 듯한 야나리들,
툭하면 삐지는 나름대로 반항아 병풍요괴.
병약한 이치타로의 곁에 있는 그 모든 것들은 곡선으로 유연하게 그려진 소박한 동양화를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이치타로의 일상의 그런 소소한 행복함들은,
앞으로 닥쳐올 큰 사건을 자기힘으로 이겨내기 위한 용기를 복돋운다.
의지만 있을 뿐, 몸이 따라주지 않는 착해빠진 도련님이
"소중한 것들을 위해 강해지겠어"라는 의지를 불태우는 이유는,
그에게는 이 모든 사람들과 요괴들이 자기 생명을 지켜주고 있음을 알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어쨌거나, 초 귀여운 소설이었고, 가벼운 마음으로 쉽게 쉽게 술술 읽어나갈수 있는 소설이었다.
단점이라면, 역시 추리쪽에서는 너무 약하다는 점이지만,
등장인물들의 러블리함으로 모든 것을 상쇄시킬수 있다.-_-;;
어쩐지 만화적인 설정이나, 만화적인 대사들도 종종 보여서 보면서 살짝 미소가 지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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