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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갑자기 3
유일한 지음 / 청어 / 2002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이책을 사기전에 많이 망설여졌다.
저 삼류소설같은 제목때문이었는지, 왠지 애들 읽는 괴담 소설이 아닐까...싶어서
(게다가 저 위에 써있는 "초특급 공포소설"이라는 진정 삼류스러운 제목도 한몫했고)
살까말까 꺼려졌는데,
본 사람들 말에 따르면 보고 잠을 못잘정도라나...뭐 그래서,
일말의 기대를 해보고 1권만 우선 샀는데...
젠장.
정정한다.
정말 초특급 공포소설 말고는 표현할 길이 없다.
이렇게 숨통을 죄여오는 소설은 처음이다.
스티븐 킹의 소설도 어떤 면에서는 공포스럽지만,
쓰여진 말이 다르고, 사는 나라도 달라서인지 확실히 와닿는 느낌은 아닌데,
이 책에 비하면 스티븐킹 소설은 연애소설이다.-_-;;
왜 사람의 가장 큰 문제점은 호기심이지 않나.
"아..끔찍해..." "아...뭐야.. 놀랐잖아..."라고 말하면서도, 책을 손에 놓지 않고 한큐에 읽어버렸다.
끝이 궁금했기 때문에..
처음에는 정말 뻔한 삼류소설일것같아보였다.
치렁치렁하게 머리를 기르고 동네를 활보하는 미친 여자의 괴담과 같은 얘기가 나왔으니까.
하지만 그것은 그저 시작일뿐이었다.
그러나 끝에서는 실망을 감출수 없었다.
"버려진 집"편이 2권 정도의 분량이었다면,
좀더 디테일한 설명을 할수 있지 않을까.
거의 마지막까지 피튀기는 살육전과 정체를 알수 없는 공포를 실감나게 표현해놓았고,
그 연쇄살인의 뒷면에는 뭔가 상상도 하지 못할 이유가 있을것만 같았는데,
뭐야..끝에는 이렇게 부실한 설명문만 써놓고 끝날수 있는건가..-_-;
이정도라면 앞에서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추리할수 있게 할만한 분량 그대로가 되어버리잖아.
(게다가 그게 어딘가 석연치 않는 부분이 있기도 하고..)
빙의라던가, 다중인격이라던가, 영혼의 부활이라던가...하는 것의 이면에
더욱 현실적인 반전이나 살육의 이유가 있을줄 알았는데,
(아니뭐.. 그런 이유라면 이유가 될수도 있겠지만.....
단순히 원한살인이라고 치기에는 상관없는 사람들까지 다 죽여버리니까
뭔가 뒤가 찜찜한...)
뭔가 끝에서는 핀트가 나가버렸지만,
마지막 단락인 "에피소드"전까지는
숨막힐정도로 스피디하게 무섭게 달린다.
사건은 주인공 일한(주인공이 작가이다.)에게 친구가 보내온 편지로 부터 시작된다.
의료조사차 경기도 연천으로 간 친구는 그곳에서 버려진 폐가를 맞딱들이고,
어떤 이유인지 모르게 미쳐버린 모습으로 돌아온다.
어느날 그 미쳐버린 친구가 병원에서 탈출해서 행방이 모호해지고,
주인공 일한과 친구의 여자친구가 연천으로 친구를 찾으러 가게 된다.
그 폐가에서는 예전 끔찍한 살인이 있었다.
미친 아버지가 중학생되는 아들과 사위감을 죽이고,
자기도 죽어버린 것이다.
유일한 목격자인 딸은 한동안 정신나가 미친채로 있다가,
결국은 자살을 하고 마는데,
더 황당한 것은
수십년전 이 집에서 한가족이 몰살당하는 사건이 일어났고,
그후로 그 집에 들어가는 사람들은 시체가 되어 발견이 되었는데,
왠지 모르게 이번에는 정말 본격적으로,
마을 사람들이 하나 둘씩 낫에 의해 끔찍하게 살인당한채 발견되는 것이다.
이 이면에 드리워져 있는 이 타인을 경계하는 씨족사회의 뿌리깊은 원한과
마을 사람들이 숨기려고 애쓰는 그것은 무엇일까.
이 소설에는 귀신도 나오고 연쇄살인범도 나오지만,
역시 가장 무서운 것은 인간이었다.
바로 옆집 사람이 죽어가도 도와주기는 커녕 자기 안위만 생각할 뿐인
그 잘난 "씨족 사회"와,
겉모습만 판단하고, 자신과 다른 사람을 무조건 적으로 증오하는 인간들이
재일 무섭다.
가장 친한 친구 인줄 알았던 사람은 내가 죽은 후에 내 딸을 강간하고,
그 알량한 자존심과 컴플렉스때문에 이유없이 무조건적인 증오를 퍼부어
결국은 이유없는 군중심리에 휘몰려 한가족을 몰살해버리는게 현실이라면,
차라리 평생 귀신과 동거하는편이 나을지도 모르겠다.
정말 스피디 하게 진행되는 이책은
읽는데는 막힘없이 쭉~ 읽어나갈수 있었다.
연쇄살인범의 살인 역시 빈도도 잦을뿐더러 끔찍하기 때문에
그것은 정말 공포스러웠다.
아...
마지막만 괜찮았다면 정말 무서웠을텐데,
솔직히 책을 보면서 느꼈던 공포감이 결말보고 싹 사라졌다.
하지만 정말 무서웠던 책...
너무 많은 살육을 지켜본 것같은 느낌이 들어서
왠지 잠자리가 뒤숭숭할것같다.
p.s 1. 그런데 엄마의 무덤은 왜 파해쳐진거지?
p. s 2. 역시 총이나 둔기 살인보다 칼이나 낫같은 것이 훨씬 끔찍.
p.s 3. 주인공 이름이 작가 이름과 똑같으니 왠지 실존 이야기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