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 만차스 통신 - 제16회 일본판타지소설대상 대상수상작
히라야마 미즈호 지음, 김동희 옮김 / 스튜디오본프리 / 2005년 9월
평점 :
품절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인지, 아니면 정말 내 취향이 아닌 소설이었을지 모르겠지만,
다 읽고나서도 작가가 무슨 얘기를 하고자 했는지 전혀 모르겠다.
주인공이 소년이 아닌, 이미 성년이 된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성장기적인 이야기를 늘어놓고 있는데,
이 남자의 인생은 기묘하게 뒤틀리고 모든 게 악몽처럼 몽환적이기만 하다.
그러나, 거기까지가 끝이다.


현실을 초월하는 존재들, 이를테면, 소설속에 나오는 아이를 먹는 남자라던가,
거미같이 사람을 빨아먹고 사는 알수없는 생물체라던가,
민달팽이처럼 나체로 기어다니기만 하는 주인공의 형이라던가,
식물화를 꿈꾸는 사람이라던가,
그런 존재들은 주인공의 인생에서 그저 충격적인 모험담정도로만 보일 정도 일뿐,
더이상의 의미를 느낄수가 없었다.
너무 초현실인데다가 거기에는 어떤 연결고리도 없기 때문에 몽환적으로 느껴질지는 몰라도
너무 느닷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주인공의 누나가 이혼후에 아이를 먹는 남자를 만나 동거하는 이야기가 나왔을때는
너무 쌩뚱맞아 실소를 감출수가 없었다.


주인공은 나약하기 짝이없고 초의지박약한 인간으로, 타인의 명령에 무조건 복종한다.
일이 잘 풀리지 않더라도, 그때에는 자기비하로 넘어가 세상에 나처럼 쓸모없는 인간도 없을거라고 말하며
그대로 내버려두고 도망치면 끝이다.
후에, 종적도 알수 없게 된 가족에 대한 사랑도 누나에 대한 애착말고는 그다지 느낄수 없다.
다시는 만날수 없게 되어도, 그저 그런대로 끝인 것이다.
소설의 마지막에 죽어가는 누나의 유골을 가지고 어디론가 떠나면서,
다시 돌아가자, 라고 말해도, 이제 어디로 갈 것인가.


어디론가의 회귀를 바라는 주인공이 이런 기괴한 사건들로 인해 무언가 변했는가 하면,
그런 것도 아니다.
그의 변화에는 언제나 다른 사람이 있다.
부모님이 소개해준 일은 맘에 안든다고 투덜거리면서도 결국은 끌려가듯 하고 말고,
끝에도 멋지게 박차고 나사 잘 모르는 누군가와 함께 떠난다.
지나치게 타인을 의지한다. 결국 타인을 믿지도 못하고 또다시 앞에 나서서 말하지 못하고 투덜거릴게 뻔하면서도.
어떤 일을 당해도 원인을 알려고 하지도 않고 자기힘으로 무언가를 바꾸려고 하지도 않는 무기력함이
모든 일이 꼬이게하는 원인이라는 걸 왜 모를까.

라스만차스는 "라 만차"에서 유래된 말로, 소설속에 등장하는 영화의 이야기이다.
라 만차의 저주받은 혈통을 복수로 표현해 라스만차스.

풀이해서 말하자면 저주받은 자들...이라는 것이다.
주인공은 자신의 가족이 라스만차스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과연 이것을 저주받았다고 할수 있을까.
전 가족이 불행에 무덤덤하고 무기력하며 도망치기 급급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어떤 운명적인 저주가 있었단 말일지.


모든 것이 꿈처럼 몽환적이고 너무 멀다.
그래서 이 소설도 너무 멀어서, 주인공의 이상한 여정에서 작가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알수가 없다.
그저 경험담일 뿐인가.
그다지 임팩트도 없고,  사건의 연결고리도 약해서 책을 다 읽고 나서도 "그래서?"라는 말밖에 나오지 않았다.
읽기 힘들정도로 짜증스럽지는 않았으나, 다소 지루하고 쌩뚱맞다.
초반부에는 레슬리 글레이스터의 "네번째아이"나 이언 뱅크스의 "말벌공장"을 생각하게 했으나,
뒤로 갈수록 하루키의 "해변의 카프카"를 상상하게 된다.
물론 해변의 카프카처럼 하는 일마다 잘되지는 않아서 차라리 나았다

그래도 극찬을 하는 사람이 있으니, 이 소설이 별로 내 취향은 아닌가보다.


p.s 책내용과는 별 상관없는 얘기이지만, 나는 특이한 디자인의 책을 좋아하지만서도,
이 책의 표지 디자인은 읽기에 상당히 거추장 스럽다.
앞표지가 뒷표지까지 덮어씌우는 듯한 디자인인데, 책 자체는 예쁘지만 불편하다.
그래서 책을 보는 내내, 표지를 빼놓고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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