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어째서 그렇게 오랫동안 또 그렇게 철저하게 침묵을 지킬 수 있었는지는 나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것은 두려움이나 죄책감 혹은 양심의 가책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었다.
그것은 나무 위에서 들었던 그 신음소리와 빗속을 걸어갈 때 떨리는 입술과
간청하는 듯하던 아저씨의 말에 대한 기억 때문이었다.
"그러니 나를 좀 제발 그냥 놔두시오!"
나를 침묵하게 만들었던 또 다른 기억은 좀머 아저씨가 물속에 가라앉던 모습이었다.
-파뜨리크 쥐스킨트 <좀머씨 이야기> 中...

읽을때 마다 느끼지만, 좀머씨 이야기는 슬프다.
이 동화같은 얘기는 묘하게 현실적이라 허무하다.
아마도 은둔자인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모습이 좀머씨로 비춰보여지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파트리크 쥐스킨트가 그토록 유명한데도 불구하고
은둔을 고집하는 이유는 어느 쪽일까?
세상이 싫어서 일까?
아니면 세상이 두려워서 일까?
고립된 상태가 좋아서 일까?
아니면 고립된 상태가 안전하기 때문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