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를 앞둔 그 오후를 기억한다.
 
어머니가 다시 아래층으로 내려왔고,
하우게고 부인과 아이작과 함께했던 그 시간들.
벽에서 따뜻하게 일렁이던 불빛과 군밤 냄새.
바싹 타 들어간 밤을 씹을 때 느껴지던 뜨거운 껍직과 달콤한 속알...
그 시간이 너무도 완벽하다고 느끼면서도
결코 오랫동안 지속되지 않으리라는 생각에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난 이미 그때부터 그 순간을 그리워하고 있었던 셈이다.
그 행복한 분위기에 흠뻑 젖어들 수도 없었지만,
그 시간을 붙잡아 둘수도 없었다.
잘 담아두었다가 나중에 볼수 있을 시간도 결코 아니었다.
잠시 후면 아이작과 하우게고 부인이 우리집을 떠날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런 다음, 쌍둥이들이 잠에서 깨어 울어댈 것이고,
어머니는 우리와 함께 한가하게 시간을 보낼 수도 없을 터였다.
결국엔 불빛도 사그러들 것이라는 것을 난 알고 있었다.
집안은 점점 냉랭해지고 음침해져 어머니가 울음을 터뜨릴지도 몰랐다.
 
난 그곳에 모인 사람들은 전부 꽁꽁 묶어 그 자리에 가둬두고 싶었다.
모든것이 원래 모습으로 돌아갈 때 까지,
난 그들을 그 시간의 감옥속에 가둬두고 싶었다.
 
-레슬리 글레이스터 "네번째 아이" 中...
 
 

 
누구에게나 저런 순간이 있을까?
너무 행복하고 만족스러워서 오히려 그게 깨질까봐 슬퍼지는 순간이....
 
행복의 핵에 있을 때는,
그 행복이 어색하고 깨질까봐 두렵고,
그 시간을 가둬두고 싶어서 마음속이 안달난다.
결코 그럴수 없다는 것을,
그저 단순히 강물처럼 흘러가는 시간중 하나 일뿐이라는 것을
자신은 아주 잘 알고 있지만,
 
그런 시간이 다시 돌아와주지 않을 거라는 것 또한 알고 있기 때문에,
가슴 벅찰 정도로 행복하면서도,
마음 한켠에는 바람이 불어 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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