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은 무진장한 공간.
끝없이 걸을 수 있는 미궁이었다.
아무리 멀리까지 걸어도, 근처에 있는 구역과 거리들을 아무리 잘 알게 되어도,
그 도시는 언제나 그에게 길을 잃고 있다는 느낌을 안겨 주었다.
시내에서뿐 아니라 자신의 마음속에서까지도.
산보를 나갈 때마다 그는 마치 자신을 뒤에 남겨 두는 듯한 느낌이었고,
거리에서의 움직임에 자신을 내맡김으로써, 자신을 하나의 눈으로 축소시킴으로써,
생각을 해야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덕분에 다른 것은 몰라도 어느 정도 평화를 얻어 편안하게 마음을 비울 수 있었다.
세상은 그의 밖에, 주의에, 앞에 있었지만
그 세상이 계속 바뀌는 속도가 너무 빨라서
그는 어느 한가지 사물에 오래도록 집중할 수가 없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움직임, 한발을 다른 발 앞으로 내밀어
자신의 표류하는 육체를 따라가도록 하는 행위였다.
그렇게 정처없이 배회하다보면
보든 장소들이 똑같아져서 자기가 어디에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게된다.
산보가 가장 잘될 때면 그는 자기가 아무데도 아닌 곳에 있다는 기분까지 느낄수 있었다.
그리고 결국은 그것이,
아무데도 아닌 곳에 있다는 것이 그가 요구하는 전부였다.
뉴욕은 그가 자기 주위에 만들어 놓은 아무데도 아닌 곳이었고,
그는 두번 다시 그곳을 떠날 생각이 없었다.
-폴오스터 "뉴욕 3부작"

뉴욕뿐만이 아니라 어느 도시든 마찬가지 아닐까.
도시란 가장 화려하고 공허한 곳이니까.
가끔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다보면 무한한 외로움을 느낀다.
내가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지 가끔씩 헤깔릴때가 있다.
살짝 잠에 들었다가 깨어났을때, 버스에 사람들이 거의 내리고 몇명만 앉아있을때,
나는 길을 잃어버린 것같은 공허함을 느낀다.
아무데도 아닌 곳에 있다는 것을 느끼고 싶어하는 주인공과 다르게,
가끔은 아무데도 아닌 곳에 있다는 생각이 들면
무한히 외로워진다.
그래도 도시에서 살아갈수 밖에 없고, 앞으로도 떠날 마음이 없는 이유는
나 역시 그 소음과 화려한 네온사인이 주는 공허함을 즐기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