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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집 1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78
이사벨 아옌데 지음, 권미선 옮김 / 민음사 / 2003년 7월
평점 :
농장지주 에스테반 트루에바의 몇대에 걸친 가족사의 이야기인데,
후반에 정치얘기쪽으로 빠지면서 어쩐지 탄력을 잃은 느낌이 든 것을 빼면
재밌는 책이었다.
이 소설 원작의 영화 "영혼의 집"도 있기 때문에,
읽으면서 주인공들의 얼굴이 떠올라 재밌기도 했다.
(다행히도 전 등장인물이 유명한 배우들이었던 영화라..)
만약 내가 에스테반 트루에바였더라도,
자식들이 때려죽이고 싶을 정도 였을 것이다.
어찌보면 고정관념과 보수주의에 가득찬 이 마초 노친네가
이집에서 가장 평범한 사람이라고 느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일까.
자식들이고 마누라고 그래도 가장인데 말을 제대로 듣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_-;
신비스러운 여인으로 등장하는 에스테반의 아내 클라라 역시,
이 소설에서는 온화하며 마술적인 여인으로 표현되어서 그렇지,
다른 소설에서 표현만 좀 바꾼다면 비정한 어머니상이다.
무슨 엄마가 셋밖에 없는 자식들 이름도 헤깔리고,
자식들이 몇살이고 어떻게 자라고 있는지 도통 관심을 둘 생각도 하지 않고,
자식들 이름 지을때도 남편에게는 한마디 상의도 하지 않고,
틈만 나면 집안 살림 모두를 다른 사람에게 맡기는 것을 좋아하고-
속물적인 에스테반 트루에바와 비교하여
이사벨 아옌대는 클라라를 마치 여신처럼 묘사하고 있지만,
사람마다 보는 눈이 달라서 일지, 이 여자의 관점은 좀 이해하기 힘들었다.
이 여자는 속물도 아니고, 후에 가난한 사람들을 도우며 살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매정하며 게으르고 이기적인 여자이다.
또 자식들은 어떤가.
특히 짜증나는 인물은
남자 이상의 그 어떤 것에도 가치를 찾지 못하는 것처럼 보이는
용기없는 속물에, 무능력한 첫째딸 블랑카였다.
어떤 면에서 이 소설을 여성주의라고 부르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엄마 클라라와 딸 블랑카는 정말 싫은 여자 부류였었다.
영혼의 집에는 가난한 사람들의 이상향이 공산주의이다.
지난번에 읽었던 시녀이야기와는 상반된 입장이라
보면서 비교하면서 나는 어느쪽이 좋은가...하고 생각 해볼수 밖에 없었는데,
그래도 나는 역시 민주주의 체제가 좋다는 결론을 내렸다.
어느사회에나 불공평한것은 있고, 사회주의나 공산주의조차
계급 갈등이 없는 것은 아니니까...
적어도 말하는 자유조차 빼앗긴다는 것은
내게는 그야말로 꺼지지 않는 불지옥이나 다름없다.